영남에서 태어나 서울대를 나온 60대 남성. 세 차례에 걸친 인선 발표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은 그렇게 요약된다. 2차 인선 때까지 지명된 후보자들을 권역별로 파악해보면 영남 출신이 7명으로 거의 절반에 육박한 반면, 호남 출신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1명뿐이었다. 출신 대학으로 보면 서울대가 7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원희룡·박진·권영세·한동훈 등 4명의 후보자가 서울대 법학과 출신인 점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장관 후보자들의 평균 연령은 59.7세였고, 여성은 김현숙·한화진·이영 등 3명에 그쳤다.
물론 윤석열 당선인은 이런 구분에 수긍하지 않을지 모른다. ‘지역·성별 안배 없는 실력 위주의 인선’이 그동안 밝혀온 윤 당선인의 소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2차 인선을 발표하면서 “인품을 겸비해 국민을 잘 모실 수 있는지가 인사 기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의 1차 인선 발표 때는 "다른 것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당 분야를 가장 잘 맡아 이끌어줄 분인가에 기준을 두고 선정해 검증했다"며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결과가 이런 지역·학교·세대·남녀 간 불균형을 낳게 된 배경이다. 윤 당선인은 그런 안배 보다 중요한 것이 일 잘하는 실력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안배만 생각하다가 능력도 없는 사람을 무조건 중용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 하지만 대선을 전후하여 윤 당선인이 가장 많이 다짐했던 약속 가운데 하나가 국민통합이었고, 후보단일화를 하면서도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했음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크게 남는다. 통합의 정신을 살리는 탕평 인사를 하면서도 실력있는 인재를 등용할 방법이 그렇게도 없었을까.
초대 내각의 면면이 국민들로부터 참신성과 능력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윤 당선인의 소신대로 안배는 그 다음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인선 결과가 국민들로부터 그리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윤 당선인이 그렇게도 다짐했던 협치와 통합의 의지가 반영된 흔적을 읽을 수가 없어서이다. 자기 정당과 진영을 넘어서 널리 참신한 인재들을 찾아 등용했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보수 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국민에게 특별한 감흥이 생겨나기 어렵다.
그대신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것은 윤 당선인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던 인사들의 중용이다. 깜짝 발탁으로 표현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검사로서의 능력을 갖고 있었음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3년 넘게 유배생활을 했고,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제도와 정책 정비를 위해 이해가 될만한 인사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윤 당선인과의 오랜 인연이 발탁의 배경으로 알려지는 사례가 지나치게 많은 점은, 윤 당선인과의 개인적 인연이 너무 반영된 내각이라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만 하다.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중용되었을 때 당장은 편하지만 결국 여러 폐해를 낳게 됨을 지난 여러 정부들의 경험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대통령과 특별한 개인적 인연을 가진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이 내각에 포진하면 직언과 토론의 문화를 정부 내에서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더 넓고 큰 내각이 되지 못한다.
공동정부를 만들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점도, 대선이 끝나고 나니까 마음이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후보단일화를 했던 안철수 위원장과의 협치조차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야당과의 더 큰 협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협치와 통합은 대선을 치르면서, 대선이 끝난 뒤에도 윤 당선인이 수없이 다짐했던 국민과의 약속이다. 그러나 초대 내각의 면면에서는 협치와 통합의 의지를 엿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환경에서 과연 협치가 가능할 것인가는 근본적 회의가 생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태도와는 상관없이 인사와 정책에서 협치와 통합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다. 초내 내각의 인선에서 무엇이 부족했는가를 이제라도 성찰하기 바란다. 같은 편만 고집했던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결국 진영에 갇힌 정부를 만들었던 결과를 윤 당선인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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