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카드’ 민주당 받으면 ‘尹협치 성과’, 안 받으면 ‘야당 견제프레임’ 국힘 지방선거 호재
이재명측 정성호 “기회 주는 게 정치도리, 조건 없는 인준표결해야”, 내부추스르기 돌입했지만...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우) 인준을 놓고 여야가 기싸움을 하는 가운데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좌)에 대해서는 낙마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는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진사퇴한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장관 후보자들을 임명했다. ( ⓒ 사진/연합)
▲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우) 인준을 놓고 여야가 기싸움을 하는 가운데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좌)에 대해서는 낙마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는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진사퇴한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장관 후보자들을 임명했다. ( ⓒ 사진/연합)

[폴리뉴스 정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인사청문회경과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정호영, 원희룡, 이상민, 박보균, 박진 등 5명의 장관 후보자 중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장관들을 13일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재송부를 요청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동훈 후보자는 재송부 기한인 16일 임명을 강행하면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장관급 임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

남은 것은 김인철 후보자 자진사퇴에 따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선과 정호영 후보자 거취다. 윤 대통령은 정 후보자의 경우 재송부 기한이 지났음에도 임명을 보류하면서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임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지난 13일 “과정들을 지켜보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드릴 말이 없다”며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말을 아끼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정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실 분위기에 대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이라는 말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대통령실이 ‘정호영 카드’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는 점이다. 그 목표점은 한동훈 후보자 법무부장관 임명 역풍 방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연계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진, 원희룡, 정호영, 한동훈, 김현숙, 이상민, 박보균 등 여럿 장관 후보자들을 부적격 처리했지만 윤 대통령은 ‘정호영’ 1명만 제외하고 임명을 강행했거나 앞으로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민주당에게 ‘정호영’ 1명 낙마로 1기 내각 인선문제를 마무리하고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을 해달라는 제안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호영 카드’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은 암묵적으로 정호영, 한동훈 두 후보자의 낙마를 총리 인준의 기준으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정 후보자 사퇴를 확정하지 않고 ‘임명 보류’를 통해 민주당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도 강행할 듯한 태세다.

대통령실의 ‘정호영 카드’를 두고 벌어지는 민주당과의 기 싸움은 오는 16일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국회 시정연설에 맞춰 여야 3당(국민의힘, 민주당, 정의당)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회동 참석에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호영 카드’ 국민의힘에는 ‘꽃놀이패’, 지방선거 역풍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

정호영 후보자에 대한 낙마가능성이 높게 전망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민주당과 한덕수 인준-정호영 낙마의 '여야 협치' 카드로 정 후보자를 활용하고 있다. ( ⓒ사진/연합)
▲ 정호영 후보자에 대한 낙마가능성이 높게 전망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민주당과 한덕수 인준-정호영 낙마의 '여야 협치' 카드로 정 후보자를 활용하고 있다. ( ⓒ사진/연합)

윤 대통령은 거대야당을 상대한 한 ‘협치’의 모습을 만드는데 ‘정호영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를 받을 경우 ‘정호영 낙마’와 ‘한덕수 총리 인준’을 거래하는 것이 돼 ‘협치’의 한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민주당이 이를 받지 않을 경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발목 잡는 거대야당 프레임’으로 6.1지방선거에 임할 수 있어 나쁠 것도 없다.

지금 딜레마에 빠진 것은 민주당이다. 윤 대통령의 ‘정호영 카드’를 거부하고 한덕수 총리 인준을 거부할 경우 6.1지방선거 ‘거대야당 독주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게 ‘정호영 카드’는 지방선거에 ‘장애물’으로 기능할 수 있다.

민주당은 ‘정호영+한동훈’을 세트로 묶어 낙마가 되지 않으면 한덕수 총리 인준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왔다. 따라서 ‘정호영 카드’ 하나만 받기는 어렵다. 이 경우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반발을 추스르기도 어렵다. 나아가 한덕수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을 늦추면서 시간을 끌어 국면 흐름을 지켜보는데도 한계가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한 총리 후보자 인준 부결까지도 각오하고 “우리 정권을 발목잡기 위해서 (총리 인준안을) 부결시킨다면 총리 없이 가겠다”는 말도 당선인 시절에 한 바 있다. 언론은 이를 두고 한 후보자 신임으로 해석했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부결을 각오한 인선이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4월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입장 발표 후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4월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입장 발표 후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반색이다. 한덕수 총리 국회 인준을 원하지만 안 된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다는 분위기다. 가장 좋은 것은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상정을 요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정호영 카드’를 받아 한 후보자 총리 인준 가결에 나서는 것도 정치적 성과이며 민주당이 이를 받지 않고 부결시길 경우 ‘거대야당 견제 프레임’을 작동시켜 지방선거에 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호영 꽃놀이패’로 본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고민도 깊다. 당원들을 추스르는데도 힘이 겨운 윤호중-박지현 비대위원장체제로서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유연하게 대응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찰수사권 분리법안 추진 이후 추가적인 협상력이 떨어진 상태다. 검찰수사권 분리법안 공포와 한동훈 후보자 장관 임명이 서로 맞물려 진행된 탓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재명 상임고문과 가까운 정성호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한 후보자 인준과 관련해 “도무지 미덥지 못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진용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며 “책임을 물을 때 묻더라도 일단 기회는 주는 게 정치 도리이고 국민들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엄중한 평가와 심판은 국민의 몫이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조건 없는 인준 표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당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이 고문을 등에 업은 정 의원이 당원과 지지층 설득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응천 의원 등 일부가 정 의원의 강경책만으로 정국을 운용할 수 없다는 정 의원의 입장에 공감해오고 있다. 민주당 내부 입장 정리는 윤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이 예정된 16일이 그 고비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 민주당 내부에 다수를 형성하고 있는 강경파의 목소리를 정 의원 등이 설득해 낼 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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