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약 1년 된 공수처, 윤석열 정부 첫 기자간담회
尹이 ‘독소조항’이라는 공수처법 24조 폐지에 반대
이성윤 ‘황제조사’ 논란 “특혜로 보일 수 있어 송구”
‘통신자료 조회’ 논란 “기초조사일 뿐 감청·사찰 아니다”
“수사대상 공직자 7천명인데, 공수처 검사는 20여명”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꼽은 가운데, 김진욱 공수처장이 그간 미숙한 사건 처리와 관련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수처의 존재 의의와 인력 충원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고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설립됐다. 그해 4월부터 검찰·수사관이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나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김 처장은 출범 약 1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들어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 처장은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미숙한 모습들 보여드린 점 먼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이라는 오래된 과제, 권력기관 견제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비록 공수처가 극심한 논란 끝에 탄생했고 국민의 기대에 맞지 않는 모습들도 보였지만,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의 대의명분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그 부분에 대해선 대통령이 누구보다 이해도가 높은 분이니 저희는 어떤 정부에서든 저희 일을 할 것"이라며 "그게 나라에, 또 윤석열 정부에도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법 24조 1항, 2건 행사했으나 자의적 행사 없었다”

김 처장은 윤 대통령의 공수처법 24조 1항 폐지 방침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해당 조항은 '수사처의 범죄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에 대해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공수처의 우월적 권한을 담고 있다.

김 처장은 “(지금까지) 딱 2건이 행사됐다. 저희는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다“며 조희연 교육감 사건과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에서 공수처법 24조 1항이 자의적으로 행사되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이어 "(내외부 견제·통제수단을) 마련해서 시행하면 (이첩요청권 행사가) 자의적이고 불합리하다는 것을 불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공수처장의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고 견제받는 것을 선택하는 길이고 그걸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피의자 신분이었던 이성윤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처장이 자신의 관용차를 보내 출석하게 함으로써 제기된 '황제조사' 논란과 관련해 "수사기관장이 자신의 차를 보내는 것은 특혜로 보일 수 있어서 지극히 조심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가 하루라도 빨리 (독립청사로 나가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초기에 황제 조사 논란이 있었는데 외부에서 픽업해서 조사 요청하는 경우에는 비슷한 방식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다"면서 "독립기관 공수처가 행정부 청사가 모여있는 과천청사 한 가운데 들어온 것은 상당한 모순"이라고 부연했다.

김 처장은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해 '인권침해' 논란이 발생한 것을 두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통신 자료조회도 논란이 되었는데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모르는 전화번호에 대해 그 가입자의 이름, 주소를 확인하는 기초조사"라며 "이것은 (특정) 대상을 감청하거나 미행하는 사찰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 언론인 여러분의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언론의 자유침해 우려가 있었던 것은 저희로서는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며 "유의해서 침해, 위축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올해 1월 인사혁신처에서 인권감찰관을 2명을 복수 추천해 대통령 비서실에서 검증 중"이라고 전했다.

”검수완박, 수사-기소 분리는 세계적 추세…대의명분에 맞다“

김 처장은 최근 공포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혔다.

그는 "검사가 수사권도 갖고 기소권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점에서 생사여탈권도 갖는다는 것"이라며 "수사와 기소 분리는 피의자와 사건관계인의 인권보장을 위한다는 명분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보고 용어 선정을 하라고 한다면 검찰의 직접수사권 단계적 축소와 수사기소 분리라고 하는 게 정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미국의 대배심제를 참고한 ‘기소배심제’를 들며 "공수처의 중장기 과제로 기소배심을 검토한다"면서 "정치 사건, 민감 사건을 기소배심에 회부해 국민이 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진정한 수사 (기소) 분리 취지에 맞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공수처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인력 부족 문제 해결되길”

김 처장은 공수처가 수사하는 대상의 범위에 비해 인력이 적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사 대상 고위공직자가 7천명이 넘지만, 검사 총원이 처·차장 빼고 23명에 불과해 검사 인원수로는 최근 개청한 남양주지청과 비슷한 규모"라며 "수사를 지휘할 부장검사 2명은 공석이고 수사관 8명도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건 접수와 처리는 물론이고 예산·회계, 국회·언론 관련, 인사나 법제, 행정심판, 감찰 등 모든 업무를 극히 적은 인원으로 처리하고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게 김 처장의 설명이다. 공수처법상 검사 정원은 25명, 수사관은 40명, 일반직원은 20명으로 한정돼있다.

김 처장은 "공수처는 정원이 너무 적게 법에 명시된 관계로 인력 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며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상시적인 인력 부족 문제도 조만간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적정 인원은 세 자릿수로 늘려 줘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법무부 법무·검찰위원회 원안(검사 50명)은 돼야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수처 검사 임기가 3년이고 3차례 연임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현직 검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임기가 보장돼있는데 (공수처에) 임시직으로 왜 가냐’고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공수처가 지금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데에 공수처 제도의 설계상 미비점이나 공수처법상 맹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주고 관심을 가져달라"며 "신생 수사기관이다 보니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며 "잘못이 있을 때 지적해 주면 과오는 언제든지 인정하고 시정하겠다"고 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