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한지 한달도 되지 않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사저 앞에서 계속되는 집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는 지난 5월 10일 입주 직후부터 온갖 고성과 욕설이 쏟아지는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지난 20일 동안6~7개의 보수 단체 회원들이 번갈아 모여 문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를 매일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보수 유튜버들까지도 몰려와서는 집회 광경을 생중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집회 참가자들이 문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해 저주가 담긴 욕설을 외치는 통에 마을 주민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한다. 집회 소음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불면증과 스트레스를 겪으며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이 감방갈 때까지 계속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니, 이런 집회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급기야는 문 전 대통령 측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 15일만 해도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며 불편을 토로하는 수준이었다. 이어 딸 다혜 씨도 트위터 계정을 열면서 “대체 세상에 어느 자식이 부모님에 대해 욕설하는 걸 버젓이 듣기만 하고 참나. 쌍욕하고 소리 지르고 고성방가와 욕의 수위가 세면 더 좋다고 슈퍼챗을 날린단다. 이들 모두 공범”이라고 집회 참가자들과 그들을 후원하는 이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런 항의도 아무런 소용이 없자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조만간 이들을 고소할 방침임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마을 주민과 함께 피해 당사자로서 엄중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비서실 명의로 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르면 31일 보수단체 회원들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경남 양산경찰서에 고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집회를 경찰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에 규정된 소음 기준을 준수하고 있어 집시법으론 처벌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이 집시법이 아니라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이들을 고소한다면 책임을 묻는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듯하다.
정치적 이념이나 주장을 떠나, 이런 식의 집회를 무한정 계속하는 일은 납득하기 어렵다. 매일 같이 집회 참가자들이 사저 앞에 모여 있으니, 퇴임한 전직 대통령의 개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 더구나 애꿎은 마을 주민들까지 큰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다. 정치적으로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이런 식으로 개인을 린치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이런 행위가 버젓이 계속되는 것은 진영대결의 사고가 낳은 증오와 저주의 정치문화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기승을 부리는 극단의 팬덤정치가 이런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광경을 낳는 것이다. 물론 지지자들의 그런 극성맞은 행위를 ‘양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문 전 대통령에게도 이런 극단의 정치문화에 대한 책임은 따른다. 아마도 자신이 겪어보니 결코 ‘양념’이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의 괴롭히기 집회는 이쯤에서 멈추게 해야 한다. 평산마을 집회가 중단되도록 윤석열 정부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 경찰도 고소장이 제출되면 수사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평안한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집회의 중단을 직접 호소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그것이 부담스러우면 대신 행정안전부 장관이 나서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결국은 5년 후 윤 대통령도 겪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적 평가,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사법적 수사 같은 일들과는 별개로, 퇴임한 전직 대통령의 생활은 보호해줘야 한다. 극단적인 팬덤들에 의한 증오와 저주의 정치를 마냥 방치해둘 일은 아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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