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현장(원자력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2022.6.22(사진=연합)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현장(원자력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2022.6.22(사진=연합)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출근길에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 받는 ‘도어스테핑’에서 나오는 윤 대통령의 말은 연일 화제의 뉴스 거리가 되고 있다. 대통령이 되어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고 나면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던 국민에게는 무척 신선한 장면들이다. 그렇게도 ‘소통’을 다짐하고 들어섰던 문재인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가장 적게 한 대통령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불통’으로 낙인찍혔던 것이 우리의 대통령 문화였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의 자유로운 질문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은 반가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윤 대통령의 말이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거나 심지어 거칠어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정교하게 다듬기 보다는 생각나는대로 거침없이 말하는데 익숙해 보인다. 23일 출근길에는 경찰 고위직 인사가 2시간여 만에 번복된 사태에 대해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표현했다. "경찰에서 행정안전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공지를 해버린 것"이라며 "말이 안 되는 이야기고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일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경찰 내부는 윤 대통령의 폭탄급 질타에 큰 충격을 받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경찰국을 신설하는데 대해 경찰조직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을 고려하여 기강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22일 경남 창원에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력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겨냥하여 격한 비판의 표현들을 사용했다. "5년간 바보 같은 짓", "탈원전이라는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 등의 말까지 써가면서 탈원전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탈원전은 폐기하고 원전 산업을 키운다”며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세계적으로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탈원전정책을 굳이 ‘바보짓’이라고까지 하고, 안전을 중시하는 것을 관료적 사고라고 비판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도 문제는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생각도 반대편 극단에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런가 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공백' 상태에서 검찰 지휘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서는 "책임장관에게 인사권을 대폭 부여했다"고 말했다. 과거 검찰총장 재직시 ‘검찰총장 패싱’으로 누구보다 수모를 겪고 반발했던 윤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이제 대통령이 되고 나니 검찰 지휘부 인사를 법무부 장관이 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장면은 낯설다. 검찰총장 공백 상황이니까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이해를 구하는 것과는 결이 전혀 다르게 들린다.

얼마전 김건희 여사의 행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을 때는 “모르겠다.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라며 대답을 했다가, 대통령 단임제 하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통령이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긍적적인 일이다. 더러 논란이 되는 발언이 생겨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훨씬 낫다. 하지만 대통령이 의심의 여지없이 너무도 확고한 자기 판단과 소신을 먼저 꺼내버리면 쌍방향의 소통이 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단호한 소신을 들은 정부조직들은 그 말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눈치를 살피며 대통령의 생각에 맞추는 정책을 펴게 되어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런 교육부는 폐지돼야 한다”는 말까지 하며 교육부를 질타하고 산업 인재 공급을 강하게 주문한 이후, 교육부의 역할을 경제적 측면에서만 고민하고 있는 광경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어법은 극단적이지도, 감정적이지도, 과장되지도 않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한 정치인이라면 온갖 정치적 수사와 자극적인 수사를 동원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대통령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정확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정제된 언어가 필요한 이유이다.

대통령이 너무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단정해 버리고 나면 그에 대한 소통과 토론은 어렵게 된다. 대통령 자신도 자신이 한 말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아진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대통령이 결론을 못박지 말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들을 두루두루 경청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우리는 언제나 서로 다른 생각들이 토론할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와 친한 리더십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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