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께 더 가까이 가겠다며 멀쩡한 청와대를 놔두고 용산 국방부를 밀어내고 들어간 대통령실. 그러나 결과는 온통 자신의 친인척. 지인들로 가득 채운 윤석열 궁궐을 만들어 놓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이 최근 불거진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하여 페이스북에 올린 얘기이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 때는 어떠했을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청와대 인사를 완료한 결과를 다시 들여다 보면 자기들끼리 청와대를 운영한 점에서 타의 추종을불허한다. 당시 청와대 1급 이상 비서진 63명 가운데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이 63명 중 22명(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대협 의장을 지낸 임종석 비서실장이 관장하는 비서관급 이상 30명만을 보면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은 17명(57%)에 달했다. 특히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핵심 참모 그룹을 이루었다.
본래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들은 대선을 함께 치르며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많이 발탁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동안 모든 정부가 다 그래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청와대를 호형호제하는 운동권 선후배들과 자기들끼리의 연줄망으로 채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있었던 정치인의 입으로 할 얘기는 아니다.
그런가 하면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방송장악 가능성을 이유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을 요구한 이후 공영방송 장악을 둘러싼 공방전도 가열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 시절 공영방송의 불공정 편파보도를 비판하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기도라며 비판에 나서고 있다. 역시 고민정 의원은 “지지율 떨어지는 것을 ‘언론탓’을 하면서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민심에서 더욱더 멀어지기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방송장악 시도가 국회 원구성을 발목잡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보수-진보 불문하고 정권 잡았다고 방송을 장악하는 악순환은 이제 종식되어야 할 일이지만, 이제와서 민주당이 야당이 되었다고 ‘방송장악’의 목소리를 높이는 광경도 볼썽 사납다. 민주당이야말로 문재인 정부 시절 ‘방송장악’의 수혜자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인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를 임명했던 TBS는 김어준을 비롯한 ‘친문’ 인사들이 마이크를 독차지 하면서 여당세력을 대변하는 스피커가 되었음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이 그런 편파방송을 계속하는데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졌음에도, 민주당이 석권했던 서울시의회의 반대로 인해 그런 방송은 버젓이 계속되었다. 그런가 하면 양대 공영방송인 KBS와 MBC 또한 친여 인사들이 주도하고 마이크를 독차지하면서 역시 편파방송 논란이 계속되었다.
이런 편파방송의 정치적 이득을 누리면서 공영방송의 공정성 문제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던 민주당이었다. 그러다가 이제 정권이 바뀌고 나니 다시 방송장악의 음모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는 광경은 민망하기 이를데 없다. 이 또한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태도 또한 점입가경이다. ‘사적 채용’ 논란 앞에서 ‘내가 압력을 넣었다’고 당당하게 밝히며 “그래도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내가 미안하더라”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말은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발언과 태도이다. 9급 자리라도 하늘에 별따기인 지금 같은 때에, 그런 식으로 자기 식구들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부터 말하는 모습은 국민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겸손하지 못하고 오만하다. 이런 구태의연한 ‘윤핵관들’을 앞세우고 윤석열 정부가 대체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얻겠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공영방송 문제도 그렇다. 민주당의 ‘양심불량’을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이지만, 국민의힘도 방송들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삼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악순환처럼 반복되는 방송장악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자기들도 그래놓고 야당이 되니까 이제와서 여당 비판만 하는 민주당, 언제나 ‘너희들도 그랬지 않았느냐’는 피장파장의 논리를 내세우는 국민의힘이다. 국민들은 여야가 주연하는 한편의 내로남불 경쟁 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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