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4주기에 부쳐] 정치자금법① ‘오세훈법’을 넘어 ‘노회찬법’으로

2022.07.20 19:16:52

깨끗한 정치위해 만든 ‘오세훈법’ 쩐의 전쟁을 부른 아이러니
정치자금법의 대표적인 조항 ‘법인 및 단체의 기부 금지’
국회의원이 정치자금 마련 방법은, 오직 개인 후원자 모집 뿐
국회의원 아닌 원외 위원장과 신인 정치인은 후원회 불가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2018년 7월 23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보정치인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이 모친의 아파트 에서 투신하여 생을 마감했다. 그는 유서에서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라고 썼다.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항상 감시당하고 사찰당하는 진보정치인으로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청렴하고 정직한 삶을 살아야 했던 노회찬 의원도 현행 정치자금법에 숨겨진 덫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노회찬의 죽음에 대해 당시 바른미래당 당협위원장이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제도(정치자금법)가 사람을 안타까운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표현했다. 최병천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킬 수 없게 설계된 법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했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돈을 적게 쓰는 정치를 표방한 2004년 개정 정치자금법(일명 오세훈법)

2003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지금의 (정치자금) 제도는 원천적으로 비정상과 편법을 강요하는 구조”라며 ”합법적인 정치비용은 현실에 맞게 올리고 선거공영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4년 3월 12일 국회는 현행 정치자금법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오세훈법'이라 불리는 정치관계법을 만들었다.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고비용 정치구조를 저비용 구조로 전환한다는 것과 정치자금의 흐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여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핵심적인 내용은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중앙당의 후원회를 비롯한 정당 후원회 금지, 그리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기 위한 정치자금 기부의 실명제와 정당의 회계 보고 절차 강화 등이었다.

2004년 개정된 정치자금법(일명 오세훈법)은 돈을 적게 쓰는 정치를 표방했다. 그러나 현행 정치자금법이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돈 있는 사람들만 정치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치자금법 개정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경향신문 20188.11)

2004년 정치자금법은 '법인 및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 금지했다.

정치자금법의 대표적인 조항은 법인 및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다(제31조). 개인의 정치자금 기부의 상한선도 하향 조정되었다. 아울러 소액 다수의 정치자금 기부를 활성화하는 조처로 1회 10만 원 이하 연간 120만 원 이하의 후원금은 익명으로 기부할 수 있게 하고(제11조), 기부 금액 중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 공제받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개인 기부 중 1회 30만원 초과 또는 연간 300만원(대통령후보의 경우 500만원)을 초과한 경우 성명, 생년월일, 주소, 직업, 전화번호와 기부 일자 및 금액을 공개하도록 했다.(제40조)

이어 정치자금법의 영역에서 다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돈 먹는 하마’로 불린 지구당을 폐지한 것(2004년 3월 12일 개정 정당법 제3조)도 조직 관리 등 선거 관련 자금 지출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돈을 묶는다’는 원칙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또 정치자금의 투명화 차원에서 정치자금의 관리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1개의 예금 계좌만을 통하도록 했다(제36조). 아울러 정치자금법 제2조는 정당과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지출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조처 등을 삽입했다.

요약하면, 2004년과 이후의 일련의 정치자금법 개혁은 돈 정치의 차단(법인 및 단체의 기부 금지, 정당 후원회 폐지 등), 소액 다수의 정치자금 기부 활성화, 그리고 정치자금의 투명한 관리로 압축된다.

정치자금법 2조 ①항에는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동법 3조 ①항에는 정치자금의 종류를 나열하고 있는데, 대부분 정당에서 받거나 모을 수 있고, 국회의원 개인이 정치자금을 모을 방법은 오직 3조 ①항 나의 ‘후원금’ 하나의 채널만 가능하다. 또 동법 제31조(기부의 제한)의 ①항 ‘외국인,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②항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오직 개인 후원자 모집 뿐!

국회의원이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을 오직 개인 후원자를 모집하는 한 가지 방법만 열어둔 것이다. 이 법의 이면에는 정치인 본인이 재력이 있거나, 집안이 재력이 있거나, 재력가와 인맥이 탁월하지 않은 국회의원은 소액 다수 후원자를 찾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덫이 숨겨져 있다.

국회의원은 한명 한명이 입법기관이다. 하나의 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연구용역, 토론회 등 숙의 과정은 물론 국민의 목소리도 들어야 하고, 이해집단과 수많은 만남도 필요로 한다. 법하나 제정하는데 몇 년씩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입법은 나라를 선진국으로 이끌 수도 있고, 반대로 1998년 IMF 경제위기와 같은 국가부도 사태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정치불신이라는 질곡의 현실을 배제하고 보면, 입법기관인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이유다.

어떤 정치인이 입법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이 따른다. 더 열심히 많은 활동을 하면 할수록 큰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오직 후원회를 통한 개인 모금으로만 충당해야 한다면 집안이 재력가가 아니 한 늘 정치자금의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현역 국회의원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원외 위원장은 후원회를 만들 수조차 없다. 노회찬 전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내려놓은 발단은 원외에서 정치활동을 하던 시절 드루킹에게서 받은 강연료 4,000만원이었다.

지역(당협)위원장과 신인 정치인은 후원회를 둘 수 없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에서 활동하는 지역(당협)위원장과 신인 정치인은 후원회를 둘 수 없다. 오직 선거기간에 예비후보로 등록해야 후원회를 개설할 수 있다. 현역 국회의원은 선거가 없는 해는 1억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을 모금할 수 있는데 반해 원외 위원장과 정치신인은 선거일 D-120일이 되기 전까지는 단 1원도 모금할 수 없다.

원외 위원장에게는 소속 정당의 지역구를 책임지는 일상적인 정치활동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그에 따른 비용이 수반된다. 또 정치신인이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현역 국회의원과 겨루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역활동과 정치활동을 전개해야 하므로 정치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은 누구에게라도 돈을 받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갖춘 정치인이라도 부자가 아니라면 이 정치자금법이라는 허들을 넘어서서 선거에서 승리하고 정치 활동을 이어가기 힘들다.

2018년 노회찬 전 의원의 사망으로 정치권에는 잠들어 있던 정치자금법 개정의 문제가 수면위로 끌어올려졌었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 정서는 누구도 총대를 매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 수많은 논의만 남긴 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

2004년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벌써 18년간 정치권을 억눌러 왔다. 정경유착과 불법 정치자금을 구축하고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위해 만들어진 ‘오세훈법’은 이제 그 역사적 역할을 다했다는 데 많은 정치인과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실제 정치자금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졌던 2018년 7월 2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실사한 조사에 따르면 ‘원내·원외 정치인을 차별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에 응답자의 63.6%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오세훈법은 깨끗한 정치를 위해 돈의 흐름을 막았지만, 이것이 유권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새로운 정치를 위한 신인 정치인들의 등장을 막아왔다.

코로나 재앙을 거치면서 세상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될만큼 역동의 시대, 과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정치의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하다. 30대 대통령을 낳는 유럽의 정치현상은, 우리도 미래에 중심을 둔 직업으로서의 젊은 정치를 준비해야 할 시점임을 알려주고 있다. 정치 과정은 물론 정치인의 육성에 소요되는 비용에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이유이다. 오세훈법을 넘어서 ‘돈은 풀되 지출을 투명하게’하는 노회찬법의 도입은 그 시발점이다.



한유성 ysha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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