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국 경찰서장 전체회의 개최…'행자부 산하 경찰국 신설' 대응 방안 마련
회의 제안한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 조치
민주 "중립성 논의에 '전두환식 대응'

[폴리뉴스 김상준 기자] 윤석열 정부의 행자부 산하 '경찰국 신설' 결정에 대해 전국 경찰서장들이 사상 처음으로 이를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당에서는 치안지역을 벗어난 집단행동이라며 엄정대처를 요구했고, 야당은 정당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는 전국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총경 190여 명이 참석했다. 총경들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입장문을 통해 "많은 총경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참석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에 국민, 전문가, 현장 경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 4시간 토론 끝 향후 대응 방안 마련

총경들은 이날 회의에서 향후 경찰이 국민의 통제를 받는 경찰로 개혁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논의했다. 이들은 "오늘 논의된 내용은 적정한 절차를 통해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이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전달하겠다"면서 "앞으로 경찰의 중립성, 책임성,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경찰청 지휘부와 현장경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경찰이 오직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민의 통제를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아주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경찰국 신설에 찬성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면서 "(경찰국 신설 강행 시) 우리가 할 수 있는 법제도적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2차, 3차 회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국 신설 외 경찰에 대한 통제 방식에 대해서는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해서 격을 높이고 정치적 중립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경찰 역사상 첫 총경회의…회의 제안 총경 대기발령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 <사진=연합뉴스>
▲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 <사진=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는 24일 전날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처음으로 제안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에 대해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대기 근무를 명하고, 황덕구 울산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울산중부경찰서장에 보임했다.

경찰청 지휘부는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한다"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냈다.

◆ 與 "치안지역 벗어난 집단행동"

전국 경찰서장들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며 전체회의를 개최한 것을 둘러싼 여야간 입장차이도 뚜렷하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번 회의에 대해 '자기 치안지역을 벗어난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찰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채익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일선 경찰지휘부가 현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소통하고 정상적인 절차로 풀지 못하고 자기 치안 지역을 벗어나서 집단행동을 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엄격한 계급사회인 경찰조직에서 지휘부의 해산 지시에도 불복하고 모인 것은 복무규정 위반"이라며 "행안위원장으로서 국민이 명령하는 권한과 의무를 통해 경찰조직 전반을 점검하고 국민의 경찰로 바로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하던 일부 정치경찰 지도부는 삭발과 하극상을 하기 이전에 반성하고 국민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 문재인 전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인 대학생 수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을 나열한 뒤 "이 모든 것이 문재인 정권 내내 일부 경찰 지도부가 충견 노릇을 하면서 자행한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적었다.

◆ 野 "경찰 중립성 논의 움직임에 전두환식 경고" 비판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류 총경의 대기발령 조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경찰서장 협의회를 만들고 경찰의 중립성을 논의하는 움직임에 전두환 정권 식의 경고와 직위해제로 대응한 것에 대단히 분노한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대기발령 조치된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우 위원장은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는데 왜 경찰국은 두면 안 되느냐고 하는 분들께 묻겠다. 그러면 평검사회의는 되고 왜 경찰서장 회의는 안 되냐"며 "이게 징계 사안이냐. 총경급 서장들의 입을 묶는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느냐"고 따졌다. 이어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엄정히 따지고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며 "경찰의 중립성을 위해 용기 낸 경찰서장에게 제재가 가해지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경찰 장악 시도가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리게 했다"며 "이유는 단 하나다.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며 '권력이 아닌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의 일상을 지키겠다'라는 뜻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변인은 "그러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위협이자 협박'이라며 국민의 우려와 경찰의 정당한 항의를 묵살했다"며 "이는 기어코 국민에 봉사하는 경찰이 아닌 권력에 충성하는 경찰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의 존재 이유는 권력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함"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 경찰국 신설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당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행안부 경찰국 설치는 헌법 정신에 역행하는 권력기관의 사유화 시도"라며 "전두환을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 잘했다'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의 진짜 본심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경찰국 설치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라고 변명을 늘어놓는데 무엇이 민주적 통제냐"며 "도대체 경찰을 유신독재,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돌리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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