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산업 구조, 금융 구조 등 글로벌 시스템이 펜데믹을 계기로 붕괴되고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 중
경제도 글로벌 위기의 직격탄 맞아, 교과서적 경제 정책으로 대응할 상황 아냐
종류의 정책들을 임기응변으로 조합해 상황에 대처하는 Policy-Mix 필요
검증이 미흡한 감세와 임금 인상 억제 정책, 실제 추진에는 어려움 겪을 것

폴리뉴스는 지난 9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현재 경제 위기의 해법과 우리사회의 새로운 도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폴리뉴스는 지난 9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현재 경제 위기의 해법과 우리사회의 새로운 도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세계 경제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팬데믹의 후유증이라고 할 고물가 고금리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된 국제적 공급망의 이상 현상이 심각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내 경제도 장기 불황이 우려될만큼 위기 국면인데, 윤석열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은 방향이나 실체가 불명확하다. 철 지난 교과서적 접근이 전부 아닐까 우려되는데, 조금은 다른 시각의 분석과 기회적 대안이 필요하다. 폴리뉴스는 지난 9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현재 위기의 해법과 우리사회의 새로운 도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홍기빈 소장은 “팬데믹을 계기로 세가지 정도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어 있다”면서 “80년대 이후 40여년간 유지되고 있는 지구적인 시스템이 순차적으로 붕괴되는 현상”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미중 관계의 악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정학적 구조’를 위협하고 있으며, 에너지와 식량 등을 중심으로 ‘지구 차원의 분업화된 산업구조’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금융구조’의 위기가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앞선 두가지 고리를 다시 악화시키는 악순환 고리가 작동하고 있는데, 여기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에너지 전환이 난관을 겪게 되면 글로벌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또 하나의 악순환 고리로 작용하며 대공황 이상의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홍 소장은 “국내 경제도 이와 같은 악순환 고리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면서, “지금 같은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은 경제학 교과서의 매뉴얼로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잘 조합되지 않는 여러 종류의 정책들을 임기응변으로 조합해서 상황을 뚫고나가는 Policy Mix가 중요”한데, 이것은 관료나 학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대공황을 극복한 루즈벨트처럼 “정치가들이 책임지고 끌고나가야 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홍기빈 소장은 새로 출범한 경제팀의 정책은 교과서를 답습하는 수준이라면서,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아이디어를 주문했다. 특히 감세 정책과 관련해서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가 늘어난다는 실증적 연구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정책의 실효성은 차치하고라도 국민적인 설득과 합의를 얻어내지 못해 정책의 진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경제부총리가 인플레이션 대책으로 임금인상 자제를 요청한 것에 대해 “수많은 노동자들의 생활비가 임금이고 자본 투자자들의 소득이 이윤인데,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임금일 수도 있고 이윤일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그 원인을 임금에만 돌리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소득을 억제하고 재분배를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기빈 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캐나다 요크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다수의 방송에 출연한 바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아리스트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기본소득 시대 (공저)> 등이 있으며, <사회적 경제, 풀뿌리로부터의 혁신> 등 다수의 역서가 있다.

홍 소장은 “지금 같은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은 경제학 교과서의 매뉴얼로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잘 조합되지 않는 여러 종류의 정책들을 임기응변으로 조합해서 상황을 뚫고나가는 Policy Mix가 중요”한다고 말했다.<br></div>
 
▲ 홍 소장은 “지금 같은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은 경제학 교과서의 매뉴얼로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잘 조합되지 않는 여러 종류의 정책들을 임기응변으로 조합해서 상황을 뚫고나가는 Policy Mix가 중요”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인터뷰 전문이다]

김능구 : 지난 번 인터뷰를 작년 1월로 기억하는데, 당시 저희들이 준비하면서 정말 이색적인 경제학자라고 정의했었다. 경제학을 공부했다가 외교학과 정치학까지 공부하셨는데, 어쨌든 경제라는 게 전반적으로 연결되는 현상이고 시스템이다 보니까 전체를 아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보인다. 특히 정치경제학이라는 게 막시스트 경제학으로만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다른 정치경제학의 영역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걸 그때 들었다. 다시 한 번 시청자들한테 이 부분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

홍기빈 : 2차 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현대 경제학은, 경제가 독립되고 고립된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전제 하에 수리 모델과 통계를 통해서 인과관계를 설명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70년대, 80년대 되어서 ‘경제라는 현상이 정치, 사회, 문화, 국제정치 같은 여러 가지 사회현상하고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는 게 밝혀지니까, 경제학과 이외에 정치학과라든가 사회학과 같은 데서 ‘경제가 어떻게 사회 전체에 작동하고 연결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들이 생겨났다. 그런 것들을 총칭해서 정치경제학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는 경제학과를 졸업하기는 했는데 그 이후 대학원 가서는 외교학과와 정치학과에서 공부했다.

김능구 : 지금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이다. 팬데믹과 함께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총체적인 위기라고 볼 수 있는데, 거기에 대한 해법이 잘 안 보이는 것 같고, 윤석열 대통령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발언도 하고 그랬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가 뭔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야 되는 초입에 있다고 보인다. 이럴수록 제일 중요한 게 방향 정립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말씀 부탁한다.

홍기빈 : 제가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된 초기에 몇 개 매체하고 인터뷰를 했었다. 그때 말씀드렸던 요점은, 이게 단순히 한두 가지 질병이 창궐 하는 것이 아니고, 이걸 계기로 해서 ‘글로벌 시스템이라고 할 만한 것이 붕괴하는 일이 순차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니까 지난 한 40년 동안, 1980년대 중후반에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유지된 지구적인 시스템이라는 게 있다. 지정학적 구조라든가 지구화된 산업구조라든가 금융구조라든가, 팬데믹 때문에 이런 것들의 시스템이 다 바뀔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다음 한 2년 동안 제가 관찰하면서 이런 전망이 맞아 떨어지는 걸 보고 굉장히 마음이 암울했다.

우선 팬데믹 때문에 형성돼 있는 세 가지 정도의 악순환 고리를 말씀드리겠다. 제가 미국하고 중국의 관계가 굉장히 악화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물론 그 전부터 트럼프나 오바마 때도 안 좋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지정학적인 관계가 굉장히 악화됐을 뿐만 아니라 그 틈을 비집고 러시아까지 등장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상태에서는 이게 유럽이라든가 다른 중앙아시아 나라들까지 문제가 비화돼서, 40년 동안 유지되어 왔던 전지구적인 지정학적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게 첫 번째 악순환 고리인데, 향후 한 5년~10년 동안은 선순환 고리로 되돌아올 가능성을 전망하기 쉽지 않다.

그다음 두 번째가 지구적인 산업화의 고리를 건드린다는 것이다. 지금 전 지구적으로 가치 사슬이 연결돼 있고 지구 차원의 국제적인 산업구조의 분업이 있었는데, 이게 타격을 받을 것이다. 제일 먼저 심하게 나타난 것이 에너지 부분하고 식량 부분, 그다음 원자재 부분이다. 그래서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시장에서 큰 가격 변동이 벌어지다가 2022년에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 두 번째의 악순환 고리가 첫 번째 지정학적인 악순환 고리하고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하나가 돌아가면 다른 것도 같이 돌아가고 서로를 강화시키는 관계다.

세 번째 악순환 고리로 금융화가 깨질 것이다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지금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리다 보니까, 주요 선진국에서의 경기 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스리랑카라든가 이런 나라부터 시작해서 개발도상국들은 이미 경제가 붕괴하기 직전인 나라들이 많다. 자본 이동 등을 통해서 이 세 번째 순환 고리가 돌아서 첫 번째, 두 번째 순환 고리를 다시 한 번 악화시킬 거다.

사실 가장 두려운 사태는 네 번째의 순환고리다. 2050년까지 전 지구적인 Net-Zero, 즉 탄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문제가 있다. 이게 지금 에너지 시장이란 부분과 지정학적 문제가 연결되고, 또한 인플레이션 문제와 연결돼서, 기후위기 대응의 선도지역이었었던 유럽을 필두로 해서 에너지 전환 정책의 미래가 굉장히 불투명하게 됐다. 그래서 만약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에너지 전환이 또 한 번 난관을 겪게 될 경우에는, 이게 네 번째 악순환 고리를 만들면서 지정학적 문제, 지구적 산업구조의 문제, 금융 문제를 또 악화시키면서 돌게 될 거다.

지난 40년 동안 작동했던 글로벌 시스템 전체가 이렇게 순차적으로 밑으로부터 흔들리는 사태, 그런 걸 제가 2년 동안 쭉 관찰했던 것 같다.

김능구 : 이야기를 들어보면 29년 세계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홍기빈 : 이론적으로 보면 그렇다. 왜냐하면 29년 공황의 경우는 사실 그 시작에서는 미국에서의 주식시장 붕괴에 불과했다.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게 순차적으로 금융위기가 되고 지정학적 위기로 번져갔는데, 지금의 경우에는 진행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압축적이다. 지정학적 위기, 금융 위기, 산업 위기가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데, 저는 그래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

김능구 : 지금 말씀하신 악순환이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현재 3고 현상 속에서 복합적인 경제 위기에 내몰려 있고, 부동산과 주식의 폭락과 스테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방 말씀하신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우리는 현재 어떤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시는지.

홍기빈 : 말씀드린 세 개의 고리, 그리고 아직 나타나지 않은 네 번째 고리, 사실 모두 다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선 지정학적 고리를 생각해보면, 당장 ‘칩4 동맹’이란 문제가 목전에 와 있는데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중국을 선택할 거냐 미국을 선택할 거냐라는 갈등을 겪고 있다. 또한 쿼드라든가 여러 가지 안보 질서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 쪽에 설 것이냐 다른 선택을 할 것이냐라는 문제가 있다.

두 번째로 스테플레이션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도 지금 물가상승률이 6%, 올해 전체로는 5%라고 하는데, 이게 국내적으로 상당한 위기를 낳고 있다. 특히 하나 주의할 게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가 굉장히 높아서, 만약 미국이 올리는 속도 이상으로 우리나라가 금리를 올렸다가는 서민들과 대출 받으신 분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에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산업 구조 부분도 마찬가지인데, 말씀드린 반도체 부분는 말할 것도 없고 배터리라든가 전기차라든가 에너지 같은 것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과연 누가 책임져줄 것이냐, 사실 어려운 지점이다.

김능구 :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채 100일도 안 돼서 온갖 쇄신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어쨌든 경제 정책만 본다면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한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목소리만 들린다. 과거 성장 일변도의 경제 정책 모델 아니냐라는 지적도 있는데, 예를 들어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과연 이 난국을 헤쳐나갈 만한 무엇을 갖고 있는가라는 부분에서는 전문가들이 굉장히 회의적이다. 이 점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

홍기빈 : 먼저 비유를 하나 들겠다. 제가 고등학교 때 교향악 연주회에 갔다가 제 친구 하나가 저한테 참 무식한 질문을 했는데 저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지휘자가 왜 필요하냐’라는 게 그 친구의 질문이었다. 그러니까 클래식 교향악단에 계신 분들은 모두 1급 연주자들이고 악보도 다 있어서 그대로 가면 되는데 지휘자는 뭐 하러 서서 저러고 있느냐라는 얘기인데, 사실 굉장히 무식한 얘기다. 어떤 음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그런 유능한 연주자들이 있고 악보가 있다고 해도, 집중점을 어디로 잡고 지금 문제가 무엇이고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서 어디에 강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이게 예술이 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지 않겠나,

제 생각에 우리나라 경제 정책에서 가장 나쁜 속담이 하나 있는데, 옛날에 어떤 대통령이 ‘머리는 빌려 쓸 수 있는데 몸은 빌려쓸 수 없다’고 해서 매일 아침 운동만 하신 분이 있다. 그분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이게 경제 정책에 있어서 굉장히 안 좋은 말씀이라는 건데, 지금 경제 상황은 앞에 말씀드렸듯이 교과서에 나오는 매뉴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 있는 경제학 교과서는 대략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까지 형성된 것이고 그 논리에 입각해 있는데, 지구 경제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고 지정학적이라든가 국내의 불평등 상황이라든가 모든 게 달라졌기 때문에, 지금 같은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은 경제학 교과서의 매뉴얼로 대응할 수 없다.

그러면 이단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폴리시 믹스(Policy mix)라고 한다. 잘 조합되지 않는 여러 종류의 정책들을 기발하게 임기응변으로 잘 조합해 가지고 상황을 유능하게 뚫고 나갈 수 있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은 연주자들이 못한다. 관료들이라든가 이 매뉴얼을 숙지하신 교수님들, 학자님들 이런 분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전체를 이끄는 정치가들이 책임지고 끌고 나가야 되는 문제다. 가장 좋은 예가 역사적으로는 30년대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인데, 아주 이단적이고 아주 창의적인 정책 조합들을 이루어냈던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이것을 책임져야 되는 청와대라든가 정치적 단위의 리더십 부분에서 그런 식의 비전이라든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에 강점을 둬서 어떻게 뚫고 나올 것이라는 전략이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거다. 이런 상황이면 관료들이라든가 학자들은 교과서에 있는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수밖에 없고 하던 얘기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수밖에 없다.

올해 새로 출범한 경제팀이 발표한 여러 가지 감세라든가 이런 것들을 보면, 80년대 90년대 전략들이다. 이것으로 202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이라든가 에너지 위기 상황 같은 걸 어떻게 뚫겠다는 건지, 저는 어떤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아이디어가 보인다는 느낌을 한 번도 못 받았다.

김능구 : 인적 쇄신에 경제부문 이야기는 전혀 안 나오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추경호 부총리가 하는 것은 MB 정부 때 했던 경제정책을 전혀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거기에서 온 교훈이라도 제대로 받아들여야 되는데 지금 그것도 못하고 있다. 어떻게 말하면 자기들을 지지한 핵심이라고 보는 대기업이라든지, 집을 많이 가진 부자라든지 이런 사람들에게 정책 방향을 맞추고 있다고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현재 우리 경제의 위기 상황 속에서 나라와 국민은 더 어렵게 되지 않을까 싶다.

홍기빈 : 예를 들어 말씀을 드리자면, 이명박 정부 때도 그랬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때도 계속 외쳤던 전략이 감세 정책이었다.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인데 아주 오래된 주문이다. 그런데 정말 솔직히 말해서 이게 실제로 작동한다는 실증적 연구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부자들한테 유리한 걸 해야 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반대로 해야 될 때도 있는 건데, 관료들이 어떤 계급적인 이해라든가 이념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나라 전체를 봐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단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실증적인 근거가 분명해야 되고 이것이 실제로 어떤 식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로드맵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내야 된다. 그런데 지금 얘기한 것은 2008년에 나왔던 연구 하나를 달랑 얘기하고 나서 감세를 하면 투자가 늘어서 경제가 잘 되게 되어 있다라고 하는, 주문을 만트라라고 하는데, 그냥 그걸 되풀이하는 정도다. 그러면 이게 실효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일단 국민적인 설득이라든가 합의를 얻어내기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정책을 진행하는 것 자체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능구 : 추경호 부총리는 기업체의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했는데, 이것도 좀 철 지난 이야기 같다. 물가 상승의 원인을 노동자 임금에서 찾고 그것을 조이면 물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건데, 이것도 우리가 한 30년 전에 들은 이야기를 지금 하고 있는 거다. 결국은 국민의 소득이 줄어들고 가계부채가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보면 구매력 자체가 상실되지 않겠나.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홍기빈 : 말씀을 드리자면, 임금이 올라가고 물가가 올라가면 사람들에게 기대 인플레이션이라는 심리가 생겨서 임금을 더 높이려 들고, 그것 때문에 실제 물가가 더 올라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라고 하는 게 경제학 교과서에 나와 있다. 주로 1970년대 경험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인데, 2020년대 상황에 그대로 대입할 수 없는 조건들이 있다.

우선 하나 기억해야 될 것이 생산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임금하고 자본이 가져가는 이윤하고 똑같다. 그러니까 임금이 올라도 물가가 오를 수 있지만 일부 대기업들이 과도한 초과 이윤을 챙겨가면 그게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두 개의 논리 중에 어느 쪽이 작동하느냐라는 것은 실증적으로 따져봐야 되는 문제인데, 70년대하고 다르게 2020년대의 상황은 노동조합의 힘이 굉장히 약화돼 있다. 1970년대에는 영국이라든가 유럽 국가에서 노조의 힘이 굉장히 컸기 때문에 실제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를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말할 근거가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게 말하기 힘들고 대신 기업이 이윤을 많이 가져간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두 가지 실증적 연구가 있다. 하나는 올해 5월에 유럽중앙은행 이사 한 분이 그곳의 보고서를 가지고 언급한 건데, 유럽에서 지금 진행되는 인플레이션을 국민 계정에서의 소득 흐름을 가지고 추적해봤더니 이윤 확대 때문에 벌어지는 원인이 훨씬 크더라, 그래서 임금 인상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라는 얘기를 했다.

그다음에 지난 7월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아 인스티튜트라고 하는 데서 나온 보고서는 좀 더 명시적인데, 올해 그곳에서 벌어진 인플레이션이 한 4.6%가 되는데 그중 임금 인상 때문에 벌어진 기여분은 한 15%밖에 되지 않고 60% 정도의 원인은 기업의 이윤 확대에 있다고 발표했다. 말하자면 지금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이윤일 수도 있고 임금일 수도 있는데, 이것은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실증적으로 따져봐야 된다는 거다.

하나 더 있는데, 이윤이나 임금이 생산 쪽에서 보자면 비용이 되지만 국민경제에서 보면 이건 소득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생활비가 임금이고, 자본 투자하신 분들이 가져가는 소득이 이윤인 건데, 만약에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임금에만 돌려서 이걸 잡아야 된다고 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소득을 억제하겠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재분배를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이런 언급은 자제해야 하고 실증적으로 지금 어디에서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가를 좀 더 신중하게 따져보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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