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도가 낮은 후보에게 단일화 제안은 ‘활주로의 방지턱’” 반명 단일화 제안에 불편한 입장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15일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전대구도는 이재명 후보와 박용진 후보가 맞붙는 상황이 됐다. 강 후보 사퇴는 박 후보에게 힘을 보태는 ‘반명 단일화’와는 거리가 있어 박 후보 선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강 후보는 이날 오후 1시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 당대표를 향한 도전을 멈춘다”며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 과제를 두 후보께 맡기고, 저는 다시 한 명의 구성원으로 돌아가 새로운 길을 찾아보겠다”고 이 후보와 박 후보 두 후보 중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이어 “우리 민주당을 더 넓고 더 강한 정당으로, 더 젊고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다양성이 숨 쉬면서도 다름이 공존하는 통합 정당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과 발걸음은 더 바삐, 더 치열하게 해 나가야 한다”며 “남은 두 분 중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그런 가슴 뛰는 민주당을 함께 만들 수 있게,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적으로 돕겠다”고 얘기했다. 

강 후보는 “반이재명 단일화를 위해 역할을 할 의향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엔 “저는 반명(반이재명) 단일화만으로는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렸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또 이번 사퇴 과정에서도 박 후보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의 반명 단일화 제안에 대해 “인지도가 낮은 후보에게 단일화 제안은 ‘활주로의 방지턱’과 같다고 생각한다. 제가 말하는 비전보다 정치공학적인 단일화 이슈만 노출되는 게 저에겐 뼈아팠다”며 “젊은 수권정당을 만들기 위한 서로 간의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고 불편했다는 생각도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 충청권 경선을 마치며 전당대회 일정의 반환점을 돌았다. 앞으로 20일 전북, 21일 광주·전남, 27일 서울·경기 등에서 순회경선을 이어가며 28일에는 전국 대의원대회가 열려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최종 당선자가 확정된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충청권(충남·충북·대전·세종) 지역 권리당원 투표에서 이 후보가 총 3만1179표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 후보는 10개 지역에서 치러진 순회경선에서 총 8만7800표를 얻어 누적 득표율 73.28%를 기록하게 됐다. 또 전날 발표한 1차 국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79.69%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고 박 후보는 16.96%, 강 후보는 3.35%였다. 

강 후보는 충남에서 처음으로 2위를 하며 누적 득표율을 다소 높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강 후보는 전날 충청권 경선결과에 대해 “투표율이 조금 더 높았더라면 좋은 선전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폭우로 인해 충청권의 낮은 투표율이 매우 아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강훈식 후보 기자회견 전문]
 
안녕하십니까, 강훈식입니다.
 
저는 오늘 당대표를 향한 도전을 멈춥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제게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준비되지 않은 상대에게 무력하게 무너져버린 민주당의 무능력이 아프고 부끄러웠습니다. 두 번의 연이은 패배 이후, 집단적 무력감에 빠져 있는 우리 모습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패배를 딛고 일어나, 무너졌던 우리 안의 기본과 상식을 되찾고 국민 여러분께 쓸모 있는 민주당을 다시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자세를 곧추세우고, 다시 가슴 뛰는 민주당을 만드는 당대표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제 그 과제를 두 후보께 맡기고, 저는 다시 한 명의 구성원으로 돌아가 새로운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TV토론에 나가면 원외 지역의 서러움과 고충을 전해달라 했던 경남의 지역위원장, 민주당을 새롭고 젊게 바꿔달라며 응원해주신 광주 시민, 당심과 민심이 괴리되어선 안 된다고 걱정하던 강원의 대의원, 충청의 중심이 되어달라던 원로 당원, 부족한 저를 공개 지지해 준 김영춘, 임종석, 조응천, 어기구, 장철민 의원, 그리고 무명의 강훈식을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끌어주신 지지자 여러분, 여러분의 목소리를 잊지 않겠습니다. 
 
당대표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만, 우리 민주당을 더 넓고 더 강한 정당으로, 더 젊고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다양성이 숨 쉬면서도 다름이 공존하는 통합 정당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과 발걸음은 더 바삐, 더 치열하게 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남은 두 분 중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그런 가슴 뛰는 민주당을 함께 만들 수 있게,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적으로 돕겠습니다. 
 
지금까지 보내 주신 응원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강훈식 후보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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