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니라 ‘날리면’ 등 해명 진위 두고 파장
유승민‧홍준표 등 “막말보다 나쁜 게 거짓말, 정면돌파해야”
국민의힘 비대위, MBC 항의 방문‧법적 조치 등 강력 대응 예고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과 그에 대한 해명 태도를 두고 26일 하루종일 여권은 MBC와 전면전을 펼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발언 영상을 최초 보도한 MBC에 대해 ‘왜곡 보도’를 했다며 총공세에 나선 가운데, 당내 윤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MBC와 영상기자단은 왜곡한 게 없다며 반박 입장문을 냈다.

윤 대통령은 26일 출근길에서 비속어 논란에 대해 “MBC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며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진상이라는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MBC를 직격했다.

윤 대통령 막말에 대해 대통령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국회는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야당’이며,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15시간만에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26일 대통령실은 “야당을 지목한 것은 아니다. 야당에 소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尹 비속어 보도한 MBC에 “무책임 보도, 수사 의뢰해야”

국민의힘 지도부는 MBC에 집중포화를 날리며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MBC 문화방송의 행태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이번 순방 보도에서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MBC는 이러한 확인 과정을 생략하고 자의적이고 매우 자극적인 자막을 입혀서 보도했다. 한미동맹을 해치고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해할 수 있는 이런 보도를 무책임하게 보도한 것”이라며 “MBC에 대해서는 항의 방문과 경위 해명 요구 등 우리당이 취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주혜 비상대책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어제 MBC 제3노조는 더불어민주당과 MBC 간에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진실을 밝히려는 입장을 냈다”며 “매우 부정확한 내용을 단정적인 내용으로 보도한 MBC의 이번 처사는 공영방송임을 포기한 처사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행 비상대책위원은 “MBC 보도와 박홍근 원내대표의 막말 발언으로 우리당 지지자들과 국민들의 비난이 당으로 빗발치고 있다”며 “MBC 국정감사 중에 따져 봐야 될 사항이고, 동시에 저희는 이것을 수사를 의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전 풀 동영상에 대해 가처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희 과방위는 물론 당의 지도부가 MBC에 대한 항의 방문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같은 날 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과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외교를 하다 보면 현장의 여러 가지 상황이나 어떤 돌발적인 변수들이 생길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번에 첫 공식적인 어찌 보면 외교 활동이신데 그 부분에 대해서 야당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 실수했으면, 실수했으면’ 이런 걸 바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조 의원은 “어쨌든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해외로 나갔을 경우에는 외교 활동을 할 경우 여야가 함께 초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보여 준 모습은 좀 그러지 못한 점이 여러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당권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MBC 보도 관련하여 "불분명한 뒷부분을 바이든이라고 해석하며 미 의회와 미국 대통령을 비하한 것이라고 호도하고 국가 망신을 시켰다"며 "의도된 왜곡, 조작에 따른 국익 훼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 발언 중 가장 분명히 들리는 첫마디는 '국회에서'로, 대한민국 국회는 National Assembly고 미국은 상하원을 두루 의회라고 부른다. 결국 대통령이 국회라고 언급한 것은 대한민국 국회임이 분명하다"면서 "다른 나라 언론이라면 적어도 확인이라도 하는데, 확인은커녕 왜곡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한편 이준석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표하지 않았다. 앞서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당시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자신을 가리켜 '이 XX, 저 XX'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언급한 바 있다.

홍준표‧유승민‧정병국, 尹대통령에 “실수할 수도 있지만 인정은 해야”

이러한 국민의힘의 집중 반격과 달리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 막말에 대해 비판하며 사과하라는 다른 입장이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4일 페이스북에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언제나 정면돌파 해야 한다.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하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 작금의 나라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무슨 큰 국가적 난제로 논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프닝과 가십만 온통 나라를 뒤덮고 있으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윤 대통령을 겨냥한 듯 "애초 선출할 때부터 정치에 미숙하다는 것을 알고 선택하지 않았나"라면서 "기왕 선출했으면 미숙한 점은 고쳐 나가고, 잘하는 거는 격려하면서 나라를 정상화시켜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당대표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25일 윤 대통령을 향해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고 직격했다.

유 전 의원은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란다. '미국의 이xx들'이 아니고 한국의 이xx들'이란다"며 "온 국민은 영상을 반복 재생하면서 '내 귀가 잘못됐나' 의심해야 했다"고 적었다. 이어 "본인의 말이니까 대통령은 알고 있다"며 "신뢰를 잃어버리면 뭘 해도 통하지 않는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내에 있는 사람들도 무조건 그것을 변명하려고 하지 말고 정면 돌파하는 것이 옳다"라며 "우리가 뽑은 우리 당 출신 대통령 아닌가. 함께 그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병국 전 의원은 26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정면으로 해결 않고 편법으로 접근하면 사건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언제든지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들을 변명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이것을 모면하려고 하게 되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잘못이 있거나 실수가 있을 때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을 하고 바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또 잘못 전달된 부분들이 있으면 이것은 바로잡아야 이런 부분들이 빨리 해결이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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