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이 너무 나태해져 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대통령비서실이 MBC에 보낸 공문에 대해 한 말이다. 이미 SNS에서는 여야에 대한 호.불호를 불문하고, 대통령실의 함량미달 공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상황이었다.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박대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권성동 과방위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2022.9.28 [국회사진기자단]
▲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박대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권성동 과방위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2022.9.28 [국회사진기자단]

공문은 수신인을 ‘MBC 박성제 사장’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공문은 개인이 아니라 기관에게 보내는 것이니 '주식회사 문화방송 대표이사'를 수신인으로 했어야 했다. 기본 형식부터 잘못되었다. 공문은 ‘저널리즘의 기본’에 대해서 가르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대통령실이 언론기관에게 그런 내용을 가르칠 자격은 당연히 없다. 공문은 또 MBC의 보도 내용에 대해 “이유와 근거는 무엇입니까?”를 따지듯 묻고 있다. 정당의 정치적 질의서도 아니고, 대통령실이 언론사에게 그런 취조성 질문을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형식과 문구에서 드러난 문제까지 포함해서, 한마디로 조악한 형식과 내용의 공문이다. 오죽하면 여당의 김재원 전 최고위원 입에서 “처음에 그걸 보고 조작인가 싶었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MBC에 보낸 이 공문은 현 대통령실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물과도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된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MBC에 공문을 보낸다면 민감하게 주목받을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형식과 내용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고민하고 검토했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이런 수준 이하의 공문이 발신된 것을 보노라면, 공문을 작성한 실무자도 문제이지만 상급자들은 대체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윤 대통령의 뉴욕 발언 논란에 대처하는 대통령실의 무능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던 상황이었다. 문제의 발언이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어 떠들썩한데도 15시간이 지나서야 김은혜 홍보수석의 공식 브리핑이 있었다. 이미 영상이 보도된 직후 뉴욕 현지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사적 발언에 외교적 성과를 연결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한 뒤였다. 보도된 발언 내용을 부인하지 않고 ‘사적 발언’임을 강조한 그 말의 의미는, 사실상 보도 내용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보도된 발언 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반박하려면 곧바로 정정에 나섰어야 했다. 이미 대통령실도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가 굳어지고 나서야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는 설명이 나왔다. 타이밍을 놓쳤던 것이다.

그 설명을 통해서도 ‘이 XX들’에 대한 가부간의 확인은 없었다. 그 대상이 미국 의회든 국내 야당이든, 대통령이 그런 욕을 사용했다면 그 자체가 문제였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에서는 지금까지도 그런 표현이 있었는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 대신 “이 XX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겠다.” (대통령실 관계자), “심각성을 가진 것은 비속어 논란이 아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라는 식의 모호한 말들만 이어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사실 대통령의 입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거칠은 말 한마디가 그렇게까지 엄청난 사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보도 내용 가운데 신속하게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불찰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 대처하는 대통령실의 모습은 마치 사태를 키우기로 작심한 사람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대통령실의 무능이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니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며 MBC를 향해 반격한들,  대통령실의 무능이 가려지지는 않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기업 같으면 임원들이 책임을 지고 다들 사표를 냈어야 할 상황이다. 대한민국에서 최고 능력을 가진 전문가와 엘리트들이 모여있어야 할 대통령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이를데 없다. 이런 대통령실을 어찌해야 할 것인지, 결국 윤 대통령의 몫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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