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하고 꺼낸 이야기

논란이 예상되지만 작심하고, 일부러 꺼낸 이야기라고 했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육아도우미 도입을 건의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반대 여론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화력을 키우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월 38~76만원에 고용할 수 있는 인력을 한국에서는 월 200~300만원에 고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그의 주장은 육아도우미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의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가 과잉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 한다. “우리가 그 정도로 잘사는 나라는 아니지 않는가”라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외국인노동자 최저임금 차별발언에 항의하는 기자회견
▲ 외국인노동자 최저임금 차별발언에 항의하는 기자회견

외국인 노동자를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시키자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5년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선진국에서도 싼 맛에 외국인 근로자를 쓴다”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가 지나치게 좋으니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시키자고 주장했고, 2019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역시 “우리나라에 기여한 것 없는 외국인들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당 차원의 법 개정을 약속한 바 있다. 2020년에는 홍준표 의원이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매번 반인권적 인종차별, 내국인의 구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등의 반대여론에 부딪혀 논의를 이어갈 수 없었다.

실제 독일의 경우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려들어오자 국내 노동자들이 반발하여 결국 내외국인 상관없이 최저임금을 적용받게 됐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한 '근로자의 국적이나 인종과 관계없이 균등한 대우를 한다'는 협약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까지도 예상된다.

차별로 이익을 보는 사람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로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구일까?

오세훈 시장의 말대로 싼 값에 육아도우미를 고용하고 맘 편히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이 수혜자가 될까?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는 여성(또는 남성)들도 직장에서는 고용된 노동자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하락은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 불안과 처우 수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노동시장에서도 취약한 여성들에게 먼저 닥칠 것이다.

또한 육아도우미를 ‘싼 값’에 고용한다는 것은 돌봄노동의 가치를 그 정도 수준으로 매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독박육아와 가사노동의 쳇바퀴를 돌리면서도 “집에서 논다”는 소리를 들어야하는 전업주부들에게 ‘월 38만원짜리 일’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는 셈이다.

딱 한 가지 이유만 가지고 차별하는 사람은 없다. 국적을 이유로 차별하는 사람은 성별, 학력, 출신지, 외모,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할 가능성이 크다.

오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을 용인하면, 그 다음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 고졸노동자에 대한 차별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차별로 이익을 보게 될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차별받지 않을 위치에 있는 사람뿐이다.

차별 없는 나라

“갑자기 경제력이 강해진 나라가 아니라 안정적인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내놓고 포효할 수 있는 기회”로 2030년 서울올림픽 유치에 도전하겠다는 오세훈 시장에게 묻고 싶다. 외국인 노동자 차별을 공식화하자면서 인류 공영을 위한 올림픽 유치에 나서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포장마차 노점들을 거리에서 내쫓고 ‘디자인 서울’을 만들던 그가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를 ‘싼 값’에 부리는 선진국을 세계인에게 보여주자고 한다.  
아무리 화려해도 차별주의자들의 도시를 자랑할 수는 없다.  
차별 없는 서울, 차별 없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 김재연 (前 진보당 상임대표, 19대 국회의원)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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