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한반도 갈등 관리 전략 있나? 패거리 싸움의 흑백대결 정치 극복해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촉발된 긴장의 소용돌이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우리의 영토 내에 있는 민과 군을 향해 직접 타격을 하는 도발은 정말 초유의 일이었다. 해외의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의 작은 도발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도발에 직접 대응하는 한미합동 훈련이 어떤 전기를 만들지 모르겠다. 당사자인 우리 국민들은 또 다른 도발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몇 배의 응징을 해줘야 한다는 분노도 있지만, 우리가 정말 전쟁까지 감수하고 응징해야 하느냐를 되짚어보면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분단의 긴장 상태에서도 그 동안 정치적, 경제적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발전을 이뤄냈다. 그 정치, 경제적 역량을 토대로 한반도의 긴장을 관리하고 평화체제로 이끄는 주도적인 힘도 강화해 왔다. 그런데 이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오히려 우리의 정치, 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상황이 되고 있다. 블랙홀이 되고 있다. G20 회의를 주관하면서 세계의 중심국으로 발돋음하고 있다고 내세웠던 게 2주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상식적인 협상과 소통의 상대라고 보기 어려운 북한의 도발 그 자체에 책임이 있다. 대외적 고립 분위기에 맞대응하면서, 무리한 3대세습을 위한 북한의 새 지도력 구축과정에 도발이 이용되었다는 해석도 있다. 상식을 벗어난 북한의 행태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말에 공감한다. 남북 긴장의 관계는 이전에도 상존해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에 이르러서만도 이른바 1, 2차 ‘연평해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남북관계의 방향은 평화체제의 구축이고 통일의 문제에 이르지만, 가장 직접적인 과제는 갈등의 관리이다. 이 점에서 과연 이명박 정부가 가장 초보적인 과제인 한반도 갈등 관리 전략을 제대로 가지고 있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물론 군사적 충돌의 여지가 있는 갈등의 관리에는 무력 억제 전략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쟁도 불사한다는 자세가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모험주의만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 이스라엘처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팔레스타인을 무력 응징하는 나라도 있지만, 알다시피 끝없는 내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한반도는 다르다. 국가안보는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협상과 평화공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력도발 불용」을 제1원칙으로 하면서, 「흡수통일 배제」, 「화해와 협력」을 함께 내걸었던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3대원칙도 이런 배경 속에서 나온 한반도의 평화적 갈등관리 전략이었다.

이번 연평도 피격의 불행한 사태를 맞으면서 한반도의 갈등 관리 전략에 대한 재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내부적으로 무력을 저지하는 1차적 과제인 안보 무능도 간과할 수 없는 점검 과제이다. 말로는 최첨단 전자전까지 과시하곤 했지만, 이번 사태와 같은 구체적인 상황에 맞닥뜨려서는 초보적 대응에도 실패했다. 중대 사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최고 지휘자인 국방부 장관을 국회에 불러 질문하는데 집중케 하는 것 또한 정쟁의 정치였다. 물론 질의응답 과정에서 국방부 대응의 한계가 드러난 것을 보면 정부 각료나 지휘부에 대한 불신이 그런 비효율을 자초한 면도 있었다.

연평도 피격이라는 국민적 사태를 두고도 정치적 양극화에 따른 갈등 양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당분간은 연평도 사태 이전의 정치 쟁점들이 포격 사태의 블랙홀 속으로 흡수돼 사라진 듯이 보인다. 야당은 대책없는 강경 노선을 고집한 정권이 안보 대처 능력마저도 형편없다며 현 정권을 성토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전 정권의 햇볕정책이 초래한 결과이며, 준전시 상황에 정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난 정권 탓으로 책임을 돌린다. 적어도 이번 연평도 피격에 대해 국내적으로 책임을 묻는다면 정부의 갈등 관리 능력부재 또는 실패에 그 책임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알다시피 우리 정치는 여·야, 또는 정파로 나뉘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패싸움을 하고 있다. 이는 북한 문제에 대한 태도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그 동안 정치적 양극화의 핵심 축에 북한 쟁점이 있었다. 북한 문제가 남아 있는 한 남한 내부에서도 이를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남한 내부의 정치적 양극화는 그 자체로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야권이 이야기하는 진정한 민주적 공동체나, 집권여당이 말하는 정치 선진화 모두 그런 방향이다. 사실 여·야 또는 정파로 나뉘어진 패거리 정치가 합리적 문제 해결과 공존을 어렵게 하고 있는 점도 없지 않았다.

북한 문제에 대해 남한 내부에서 합리적인 의견 수렴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영간 싸움으로 갈라진 흑백대결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재발돼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남북의 평화적 갈등 관리, 또 우리 사회 내부의 공존 모델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교훈적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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