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것처럼 보였던 김해을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추진되는 모양이다. 문재인의 중재 역할을 사기도 한다. 민주당과 참여당의 중재라기보다 친노 진영 내부의 조정이다.

이를 두고 야권연대의 실현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참여당의 벼랑끝 전술이 일단은 효과를 본 셈이다. 물론 연대·연합 과정에는 협상과 이익 챙기기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혁신과 연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보다, 반MB의 반사이익을 둘러싼 이권쟁탈만 앙상하게 두드러져 보인다.

야권연대는 이른바 ‘야권’ 진영의 주도세력에겐 시대적 소명처럼 말해지고 있다. 야권 단일 정당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연대로 표방되지만, 구체적인 동기는 조금씩 다르다. 매우 복합적이고, 때론 모순적이다. 단순한 선거연합도 있고, 야권 재편 전략도 있다. 재개발 사업처럼 알박기도 있고, 입주권을 노린 지분 분할도 있다. 민주당은 수권 정당을 표방하지만, 민주당의 해소를 동반하는 야권 재편론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일부도 이런 야권 재편론에 동참하고 있다. 오늘의 야권 분열을 초래한 당사자들이 아무 일 없었던 듯 단일 정당 건설을 주창하고 있다. 새로운 각성인지, 정치 장사꾼 노릇인지 알 수 없다.

야권연대,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 체제에서 집권여당에 대응하는 「1 대 1」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현 집권여당의 교체가 무조건적 과제라면 더구나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실 대부분의 나라에서 1여·다야(一與·多野) 구조는 일상적이다. 양당제 체제에서도 다수의 소수 야당이 존재한다. 그동안의 우리나라 정당체제가 주로 그랬다. 또 그런 구도에서도 현재의 ‘야권’은 선거 승리를 이뤄 집권하고 다수당이 되기도 했다. 물론 대통령 선거에서는 모두 후보 단일화를 이뤄 승리할 수 있긴 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야권연대가 아니라 선거 막판의 후보 단일화였다. 결선투표가 없는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최근의 야권연대론은 무엇보다 제1야당 민주당의 무기력에서 비롯됐다. 촛불 정국 이래 MB체제가 만들고 있는 위기의식이 야권의 연대를 통한 공동대처를 요구한 면도 있다. 그러나 연대연합이 야권의 강화로 이어지 못했다. 수권을 위한 야권의 혁신이나 재편보다는 연대·연합 정치로 봉합했다. 당의 주체적 전망이 없는 막연한 야권연대론은 야당의 자생력 정체로 이어졌다. 민주당이든 소수 진보정당이든 마찬가지 상황이다.

정부여당의 끝없는 실패와 국민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권여당의 지지율은 제1야당보다 15% 내외를 앞서가고 있다. 야권을 모두 합해도 집권 여당을 별로 이기지 못하고 있다. 정권교체 여부를 가늠하는 차기 대통령 지지도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경쟁자 없이 독주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실패하고 있지만, 야당은 좀더 실패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야권의 혁신과 재편이 아니라 야권연대를 희망처럼 말하고 있다.

물론 야권 연대 자체만으로도 갖는 상징적인 시너지 효과도 있다. 개별 야당들에 대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더라도, ‘야권’은 정부여당에 대한 대안 이미지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약진은 바로 정부여당에 대한 응징이 야권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결과였다. 그러나 주고받을 협상 여지가 있었던 지방선거와는 다른 총선 구도에서 야권연대가 구체화될 수 있을지, 또 대안세력으로서 야권이라는 이미지를 지속할 수 있을지 난제이다.

야권 단일 정당이 아니라면, 야권 연대는 사실 미봉책이다. 그러면서도 매우 어렵다.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라면 사실 예전에 했던 것처럼 후보단일화를 하면 된다. 야권연대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대선의 후보는 야권 후보단일화로 나갈 수밖에 없다. 압도적인 후보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단일화 되고, 경쟁적 후보가 여럿 나오면 단일화 하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야권 연대는 야권 정당 재편이거나 총선 후보의 단일화 문제에 다름 아니다.

야권 단일 정당, 이른바 ‘빅텐트’론이 있었다. 차이가 있는 여러 정파의 야권이 한울타리 정당으로 모인다는 것이다. 진보 소수정당들이 민주당과의 동승을 수용하지 않는 한 어려운 대안이다. 또 다른 쪽에서 민주당의 진보성 강화를 전제로 한 ‘복지국가 단일정당’론이 정동영 의원 등에 의해 주장되고 있다. 진보 소수정당들에는 이념적 공감을 부를 수도 있는 대안이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치세력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무엇보다 국민 다수에게 호소력 있는 정당 모형이 될 수 있을지가 문제이다.

4.27 재보선을 앞둔 후보단일화 논란은 단일 정당 아닌 야권 연대의 과제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85석의 의석이 있는 정당하고 단 한 개의 의석도 없는 정당이 뭘 어떻게 하겠느냐?” 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했던 말이다. 민주당을 성토하는 말이었지만, 말 자체는 맞다. 한 개의 의석도 없고 지지도도 미미한 정당과 연합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그럼에도 후보 난립은 지역에 따라 민주당과 야권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연합의 당사자가 된다. 야권연대를 강조할수록 알박기의 효과는 증대된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를 말한다. 야권 중에서는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야권 연대 주장에는 민주당의 해소를 통한 야권 재편 의지도 들어 있다. 재편을 통한 단일 정당이 아닌 경우, 기득권 포기는 민주당의 양보와 소수당에 대한 배려를 말한다. 그러나 이런 양보가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득권 포기 주장도 반MB 반사이익을 둘러싼 이권 싸움에 불과할 수 있다.

선거 후의 연합은 비례의 원칙, 또는 「1 대 1」 등 다양한 원칙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연합, 더구나 승자독식의 국회의원 선거의 후보 연합을 위한 원칙을 수립하기는 매우 어렵다. 승자독식 구조에서 오히려 승자 독식이 아닌 소수 배려의 원칙이 있어야 연합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과연 어느 지역구를 다수당이 양보하는 것이 연대·연합의 취지를 최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된다. 해당 지역 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당 유력자의 개인적 전략에 따라 선택하는 방식은 민주주의를 위한 야권 연대 주장의 자가당착이다.

야권의 당선이 쉬운 지역을 무조건적으로 소수당에게 배려하는 건 바람직한 연대 원리로 생각되지 않는다. 이 경우 시너지가 발생하더라도 이권에 대한 보상일 뿐 창조적 시너지 효과는 없다. 민주당의 순천 무공천 전략, 좋은 선택은 아니다. 한나라당과의 경쟁 구도도 아닌 지역에서 야권 단일화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유시민 대표의 지적에 일리가 없지 않다. 야권 모두가 자유경쟁을 하도록 단일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바람직한 대안이었다고 본다.

연대는 분열보다 낫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의 난정에도 무기력한 야권 진영의 연대는 더욱 절실할 수 있다. 그러나 혁신과 새로운 희망을 위한 연대가 아니라 반MB 이권 나눠먹기의 연대라면, 차라리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가 만드는 자연스러운 후보단일화가 더 나을지 모른다.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manm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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