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와 여론조사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 소장
▲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 소장

동국대·상생과통일포럼 리더십 최고위과정 5기 12번째 강의는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 소장이 맡아 ‘여론조사의 이해와 전략적 활용’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윤 소장은 “여론조사의 민심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받드는 것”이라고 역설하고 “여론조사로 나온 민심을 받들면서도 결과를 맹신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의 강의내용이다.


1,000명이 5,000만을 대표할 수 있을까?

5,000만 인구를 어떻게 1,000명 여론조사로 알 수 있느냐? 500명 대상 여론조사로 어떻게 이를 여론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말이 있다. 여기서 가장 기초적인 것은 1,000명이라는 숫자다. 응답률이 10%면, 100명한테 조사한 것이 아니다. 유효샘플 10,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해서 응답한 1,000명으로부터 나온 결과인 것이다. 500명 역시 최종적으로 500명을 모은 것이다. 그럼에도 500명, 700명을 가지고는 전국여론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매우 상식적인 의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여론조사는 500명, 1,000명 조사해서 전국여론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성 있게 표집하면 전국 여론의 파악이 가능하다. 

샘플 수, 응답율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대표성이다. 여론조사의 핵심이 바로 대표성이고, 대표성이 없는 여론조사는 조사라 할 수 없다. 여론의 정확성과 더불어 신속성, 경제성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매우 역동적이니 조사한 지 1주만 지나도 중간에 몇 번이나 세상이 바뀌어 있다. 신속성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 만약 야당에 대해 조사해도, 주말에 상황이 발생하면 지난주 조사는 휴지가 된다. 경제성은 비용이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돈 더 들여서 샘플도 키우고 응답율도 높이면 되겠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의뢰기관들이 돈을 더 많이 주면 여론조사도 더 정확해지겠지만 우리는 경제성을 감안해서 여론조사를 한다.


여론조사의 의미: 민심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받드는’ 것

마키아벨리는 “현명한 지도자라면 관직 배분이나 승진 등 특별한 인사행정 문제 고려할 때 여론을 중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론의 흐름에 따라 권력자의 위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종대왕도 여론조사를 했다. 공법이라고 해서, 토지제도를 도입할 때 17만 명에게 일일이 전국적으로 물어봤다. 찬성이 더 많이 나왔지만 1년이 넘는 유예기간을 두고 논의한 뒤 결정했다. 한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론을 다시 수렴하고 재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여론을 한 10년 정도 연구했는데, 고민이 생겼다. 민심은 천심인데, 민심을 따르지 않는 지도자들은 무조건 잘못한 것인가. 여론에 따르기만 하면 선거는 왜 필요한가. 오히려 선거로 뽑혔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을 넘지 않으면 여론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많이 고민했다.

찾아 낸 해답은 이렇다. 민심은 천심이라 한다. 여기서 천심은 100% 옳은 것이 아니라, 하늘의 마음처럼 소중하고 귀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 되면 대통령이 여론조사와 다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럴 경우 포기하고 여론을 따르는 게 아니라 대중에게 끊임없이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하는 것이다.


여론조사의 양면성: 민주주의의 확장 혹은 축소

대중의 의견을 취합하는 데 여론조사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다. 그래서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친다. 1주일마다 재선 치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국정지지율 조사를 통해 정당성을 매주 평가받는다. 피곤하지만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을 인식하고 국정수행의 방향성을 알게 된다. 바로 사회적 권력을 감시하고 조절하는 긍정적 기능이 있는 것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한데, 찬반이 논의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논의의 종결이 된다. 찬성이 20% 높으니까 너희는 아무 말 하지마가 된다. 반대가 많으면 그거 하지마가 된다. 찬반 어느 곳이 높다 하더라도 논의할 수 있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 논의할 수 있는 기본소재가 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 공감한다, 공감하지 않는다의 양 극단을 선택지로 제공하고 사회의 중간지대, 회색지를 소멸시키는 역할도 여론기관이 하고 있다. 합리적 중도층을 대변하지 못하고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준다. 하다못해 인위적인 여론조작 시도도 있다. 어떤 프레임이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수 있어 이슈 주도권 문제도 있다.


신뢰의 부족: 과잉 여론조사의 원인

한국을 여론조사 공화국이라 하지만, 사실 많은 나라에서도 여론조사는 잦다. 한국이 여론조사 공화국인 이유는, 여론조사로 많은 것을 결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적 기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보니 여론조사로 결정을 대신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여론이 이러니까 결정했다.’는 알리바이가 필요한 정책결정자의 면피용이 되기도 한다. 

한편, 공격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여론이 이러니 이렇게 한다는 홍보, 선전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이를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격 못하니까. 야당이나 권력없는 사람들은 정부 잘못을 드러내기 위한 공격도구로 여론을 활용한다. 언론도 자극적인 보도를 위해 희망한다. 

정당에서도 후보 선출, 의사 결정 등을 여론조사로 결정한다. 신뢰 부족이 여론조사 과잉을 불러오는 것이다.


프레임: 생각을 만든다.

여론조사는 설계가 70%다. 유리한 질문에는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 이슈를 선정해 보도하는 것이다. 야당의 경우 잘못을 드러내기 위해 실정을 이슈로 삼아 조사하고, 진보언론들이 이를 보도한다. 보수언론들은 경제 활성화 등의 이슈나 프레임으로 조사를 한다.

여론조사에서 프레임은 아주 중요하다. 가령,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대립한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모든 사람에게 지급한다.’와 ‘가난한 사람에게 지급한다.’다. 그럼 한국에서는 늘 가난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게 정답이다. 그래서 이렇게 1번 2번 정하면 선별적 복지가 항상 높게 나온다. 그게 정답이니까 그렇다. 일반인은 ‘이건 새누리당 쪽 설문이니까, 이건 야당 프레임이니까“ 하고 응답하지 않는다. 95%가 전략적 판단없이 그냥 응답한다. 그래서 정답이 있는 문항은 정답으로 쏠린다.

가령,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를 해야 하는데, 공감하십니까? 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공감한다. 경제활성화 프레임으로 규제완화를 만드는 것이다.


여론조사 설계 시 주의할 점들: 문맥효과, 항목배열효과, 조사방식  

여론조사를 해석할 때 주의할 사항으로 문맥효과가 있다. 어떤 단어나 표현을 쓰냐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진다. 가령, 연말에 노동 5법에 대해 처리해야 하는데 여야가 합의처리해야 하는가, 여당이 강행처리해야 하는가를 물어보면 당연히 합의처리해야 한다가 높다. 합의는 좋고 강행은 나쁘니까. 단어의 의미에 따라 결과값은 달라진다.

저는 연구원들에게 조사 전에 설문지만 주고 찬성 몇 프로, 반대 몇 프로 등 수치를 적게 한다. 위와 같이 훈련하면 중간자의 기류를 알 수 있게 된다. 나중에 분석할 때 상당히 도움이 된다. 조사 결과와 비교해볼 때 내가 “이 부분에 경도됐구나” 등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

항목배열 효과란 것도 있다. 가령 대통령이 못하는 것 열 문항 물어보고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는가” 물어보면 사람들은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설문은 잘 봐야 한다. 지표는 앞부분에 빼줘야 한다. 

조사방식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진다. ARS는 1,000명 조사할 때 200만원도 안 든다. 전화조사하면 1,000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ARS는 성우가 녹음해서 조사를 하므로 웬만큼 친절하지 않고는 잘 듣지 않는다. 그래서 신인이 나와도 항상 새누리당이 이긴다. 그런 분들이 많이 듣기 때문이다. 여론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ARS를 선택하면 그래서 문제가 있다. 


여론조사 유통 시 주의할 점들: 왜곡보도와 과잉 의미부여

대중은 보도된 것을 본다. 조사 결과에 대한 검토나 이해 없이 과잉 의미부여나 부실, 왜곡보도가 적지 않다. 이것이 유통의 문제다.

가령 철도파업의 경우 “불법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해야”라는 질문을 여론조사 했다고 하자. 불법이라 규정지었기 때문에 여기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할 대한민국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려없이 “파업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의 수치가 높은 결과만 보도가 되었다. 그리고 보도에서는 “불법 파업”이란 질문지에서 불법이란 말을 뺐다. 이건 사실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실제 문항을 보지 않고 보도를 하면 이렇게 오도되는 법이다.

과잉 의미부여는 오차범위 같은 것이다. 표본오차, 허용 오차범위라고도 하는데 1,000명 조사하면 95% 신뢰수준+_3.1% 수준이라고 조사개요에 설명한다. 100번 시도하면 그 범위 안에서 +_3.1% 수준이면 결국 6.2%다. 6.2% 안에 있는 조사 결과 값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2%, 3% 월등히 앞섰다, 올랐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다. 


대통령과 정당의 지지율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여론조사의 몰이해의 대표적인 사례가 대통령 지지율이다. 모든 여론조사 기관이 마찬가지인데, 대통령의 지지여부는 질문에 들어가 있지 않다. 최근 대통령이 일을 잘 하냐, 못 하냐고 묻는다. 대통령의 국정운영평가와 지지율 조사는 다르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의 Job performance에 대해 approve, disapprove하느냐고 묻는다. approve를 한국어로 옮기면서 dowing well로 옮겨서 그런데, 사실 미국에선 support에 더 가깝다. 

정당지지율의 경우, 겉으로 보기엔 문제가 없다. 정당을 지지하냐고 묻기 때문에. 하지만 한계도 있다. 항상 새누리당이 높게 나오고, 이 상태라면 야당이 이길 수가 없다. 하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안 그렇다. 왜 그런가? 야권 성향의 지지특성이 여권과 다르기 때문이다. 여권 지지자는 새누리당이 자신의 정당이라는 정당 일체감이 강하다. 하지만 야당 지지자는 정당 일체감이 떨어진다. 야당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여당을 막기 위해 투표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낮게 나오는 것이다. 이런 여론의 이면을 보면서 정당 지지율을 살펴야 한다. 한국 정치를 이해하는 데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전략 조사, 어떻게 할까?: 컨셉 잡기, FGI, 지역 별 통계지표 열람 

출마예정자의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컨셉이다. 컨셉은 자신의 이미지, 강점, 경쟁자의 특성을 여론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추출하는 것이다. 공통점을 찾아 컨셉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에는 여론조사기관말고 선거캠프 차원에서 길거리로 나가 조사해도 된다. FGI라고 하는 표적집단 인터뷰를 한 8명씩 4그룹을 모아 ‘우리 지역 어떻게 생각합니까?’ 등을 조사할 수도 있다. 주민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단계인 것이다. 

그 외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셜 분석으로 지역 현안을 찾는 방법도 있고, 시나 구에서 조사한 내용이나 정부 조사를 참고해도 도움이 된다. 지역별 통계자료에 접근해 미리 사전조사를 해보면 적절히 활용가능한 지표와 데이터들이 있다.

윤희웅 소장은 경기개발연구원 정책분석팀 연구원으로 경력을 시작하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수석전문위원,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 센터장을 거쳐 현재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 센터장에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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