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지난 11월 21일 동국대 상생과통일포럼 리더십 최고위과정 6기 13번째 강의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저자 최영미 시인이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는 주제로 강의했다. 시인 최영미는 인문학의 원조가 시라며 “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무엇”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흔히 사람들이 시에 대해 낭만이나 심지어 술에 취해 시를 쓴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자신은 대낮에 시를 쓴다고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20세기 가장 뛰어난 시인으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와 딜런 토마스를 꼽고 이들의 작품과 삶을 소개했다. 최 시인은 “시가 당장 돈이 되거나 출세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대 늙거든 When You Are Old
-예이츠 

그대 늙어 백발이 성성하고 잠이 많아져,
난롯가에서 꾸벅 졸거든, 이 책을 꺼내서
천천히 읽으시기를, 그리고 한때 그대의 것이었던 
부드러운 눈매와 그 깊은 그늘을 꿈꾸시기를;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대의 밝고 우아한 순간들을 사랑했으며
거짓된 혹은 진실된 애정으로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는지,
그러나 어떤 남자는 그대의 방황하는 영혼을 사랑했고 
그대의 변화하는 얼굴에 깃든 슬픔을 사랑했으니;

그리고 타오르는 장작더미 옆에서 몸을 구부려
약간 슬프게 중얼거리겠지, 사랑이 어떻게 도망가는지
그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 이리저리 거닐며
그의 얼굴을 별무리 속에 감추었노라.
   
When you are old and grey and full of sleep,
And nodding by the fire, take down this book,
And slowly read, and dream of the soft look
Your eyes had once, and of their shadows deep;

How many loved your moments of glad grace,
And loved your beauty with love false or true,
But one man loved the pilgrim Soul in you,
And loved the sorrows of your changing face;

And bending down beside the glowing bars,
Murmur, a little sadly, how Love fled
And paced upon the mountains overhead
And hid his face amid a crowd of stars.


 
 

깊게 맺은 언약 A Deep-Sworn Vow 
-예이츠  

그대가 우리 깊게 맺은 언약을 지키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이 내 친구가 되었으나;
그래도 내가 죽음에 직면할 때나,
잠의 꼭대기에 기어오를 때,
혹은 술을 마셔 흥분했을 때,
나는 문득 그대의 얼굴을 만난다.

Others because you did not keep
That deep-sworn vow have been friends of mine;
Yet always when I look death in the face,
When I clamber to the heights of sleep,
Or when I grow excited with wine,
Suddenly I meet your face.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The Coming of Wisdom with Time 
 -예이츠

이파리는 많아도, 뿌리는 하나;
내 젊음의 거짓된 나날 동안
햇빛 속에서 나의 잎과 꽃들을 마구 흔들었지만;
이제 나는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리.

Though leaves are many, the root is one;
Through all the lying days of my youth
I swayed my leaves and flowers in the sun;
Now I may wither into the truth.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 하지 마세요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딜런 토마스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 하지 마세요, 
늙은이도 하루가 끝날 때 뜨겁게 몸부림치고 소리쳐야 합니다;
빛의 소멸에 맞서 분노, 분노하십시요.

현명한 사람들은, 생을 마감하며 어둠을 당연히 받아들일지언정,
자신의 말들이 번개를 갈라지게 하지 못했기에,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 하지 않지요. 

착한 사람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나간 뒤 울부짖습니다 
푸른 해변에서 춤추지 못했던 나약한 행적을 후회하며, 
빛의 소멸에 맞서 분노, 분노합니다.

날아가는 태양을 붙잡고 노래했던 사나운 사람들도
해가 이미 지나갔음을 뒤늦게 알고서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 하지 않지요. 

심각한 사람들은, 죽음이 가까워 희미해진 눈으로 
꺼져가는 눈도 별똥별처럼 빛나고 즐거울 수 있음을 깨닫고
빛의 소멸에 맞서 분노, 분노합니다.

그리고 당신, 나의 아버지여, 그 슬픔의 높이로, 
당신의 격렬한 눈물로 제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시기를.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 하지 마세요. 
빛의 소멸에 맞서 분노, 분노하십시요.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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