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없는 민심 ‘큰절미터’보면 판세가 보인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인들의 큰절에 큰 의미를 지적하는 한 일간지의 머리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 매체에 의하면 “여론을 아는 데에는 큰절미터만한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큰절미터’는 유명 여론조사업체인 ‘리얼미터’와 큰절의 합성어란다. 대개 후보자가 선거 막판에서 판세가 불리해지면 ‘제발 도와달라’는 제스처로 유권자들 앞에서 큰절 퍼포먼스를 하는데 이게 바로 ‘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과거 여야 거물 정치인들(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홍준표)이 불리한 지역에서 큰절로 읍소한 후에 패배한 전례를 들며 이들의 사진을 실었다.

정치인의 큰절 마케팅 효과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큰절의 의미를 한 번 되짚어보자.
큰절은 우리의 전통 예의범절 중 가장 대표적인 예절로, 상대에 대한 경의와 복종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현 시대에는 문상, 제례, 성묘, 세배, 결혼식 폐백, 조부모 및 부모에게 헌수(獻壽)할 때 외에는 거의 사라져 큰절은 흔한 예법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도 큰절로 지역구에서 한 표를 호소하는 유세행위는 구태의연한 이미지를 줄 뿐이다. 아울러 딱딱한 길바닥에서 큰절을 반복함으로서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큰절을 올리며 유세하는 황교안 대표
▲ 서울 종로구에서 큰절을 올리며 유세하는 황교안 대표

 

지난 10일부터 미래통합당 서울 종로 황교안 국회의원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세를 직감한 듯 유세차에 서서 연설하다 중간중간 내려 주민들과 인사하고 ‘도와 달라‘면서 큰절을 반복했다. 

큰절 유세를 하고 있는 민생당 천정배 의원
▲ 큰절 유세를 하고 있는 민생당 천정배 의원

 

4.15 총선을 앞두고 지난 9일에는 민생당 광주 서구을 천정배 후보가 3천배 큰절 유세를 하고 있다. 무릎에 방석을 깔았지만 몸에 무리를 주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에는 이전 선거에서도 큰절로 유권자들에게 호소를 한 정치인들을 알아보자. 

지난 2004년 총선에서 3보1배를 한 추미애 전 민주당 선대위원장
▲ 지난 2004년 총선에서 3보1배를 한 추미애 전 민주당 선대위원장

 

지난 2004년 4월에 있었던 총선 유세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정치인이 추미애 전 민주당 선대위원장이다. 추 위원장은 무려 5시간여 동안 3보1배를 끝내고 바로 엠블런스에 실려 갔다. 그는 이 때의 후유증으로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장시간 앉아 있을 때는 허벅지에 밴딩을 해야 하며 하이힐도 신을 수 없어 패션 스타일도 포기해야 한다. 오른쪽 사진에서 당시 추 위원장이 극한의 고통을 느끼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정치인으로서 승리라는 목적 달성도 좋지만 그 이전에 연약한 육체를 가진 여성으로서 자신의 몸을 학대하면서 까지 유권자들에게 호소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2016년 큰절로 유세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 2016년 큰절로 유세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2016년 총선 마지막날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전남과 광주를 찾아 국민의당이 아닌 더민주 후보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며 무릎을 꿇고 사죄의 큰 절을 올렸지만 역시 노관규 후보가 패배하고 말았다. 

2016년 지방선거에서 큰절로 유세하는 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 2016년 지방선거에서 큰절로 유세하는 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이끌던 홍준표 전 대표는 부산시 지원 유세를 하며 ‘사죄의 큰절’로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부산시장·울산시장·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모두 패하고 말자 선거 이튿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사퇴했다.                      

큰절 유세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미래통합당 후보
▲ 큰절 유세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미래통합당 후보

 

지난 13일에는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용태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야 모두 최근에 이어지는 '큰절 마케팅'을 두고 일침을 가했다. 
“무슨 염치로 국민에게 큰절하며 살려달라고 하겠느냐. 두려운 것은 오직 국민뿐이며 믿을 것 또한 국민뿐이다. 국민은 투표로 그 무서움을 보여주실 것이라 믿는다” 라면서 멋진 글을 올렸다.

비록 지금은 혼란스럽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사회전반에 걸쳐 ‘비대면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발맞추어 미래의 선거운동 행태 또한 SNS 상에서 더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역량이나 정책 등으로 판가름을 할 것이므로 ‘비대면 선거 운동’이야말로 여러모로 긍정적인 면이 많은 것 같다. 
선거 운동 방법은 그 시대의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글의 위력은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

 

최근 이낙연 후보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선거란 항상 끝날 때 까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긴장을 늦추지 말고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국민에게 한 표를 호소해 달라”고 당부한 말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에 충분할 것이다.

아무튼 황교안 후보를 포함하여 큰절 마케팅을 벌인 모든 후보들이 혹시나 ‘큰절미터’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 (사)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
정연아는 국내 최초의 이미지컨설턴트로서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의 퍼스널 브랜딩, 최고경영자(CEO) 등의 이미지컨설팅을 담당해왔다.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교 등에서 이미지메이킹을 주제로 1만회 이상 강연한 인기 명강사이다. 2018년에는 ‘기자가 선정한 최우수명강사대상(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을 받았으며, 여러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대회와 미스코리아 등 미인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저서로는 1997년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에겐 표정이 있다’‘매력은 설득이다’ 등 총 7권이 있으며, 칼럼니스트로서 여러 매체에 퍼스널 브랜딩과 관련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