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습니다. 21대 총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라는 새에게 왼쪽 날개에만 힘을 실어준 모습입니다. 국민들은 더 높이 더 멀리 나는 새를 기대하며, 잘못된 궤적을 치유하기 위한 선택을 했습니다. 한 쪽으로 쏠린 힘이 힘찬 추진력으로 돌아올 지, 균형감을 잃지 않는 힘찬 도약이 기대되고, 한편으로는 분명 우려도 되는 상황입니다.

190 대 110, 21대 총선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정치지형도는 대한민국 정치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기 시작했음을 의미
180석의 민주당은 개헌을 빼고 거의 모든 일들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음
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고, 법안도 패스트트랙에 걸어 길어도 330일이면 절차를 완료할 수 있음
이해찬 대표가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수준’이라고 감격했듯이 우리 헌정사에 처음 있는 혁명적 변화임에 분명하지만, 동시에 국정운영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여당에 지워졌음
총선 승리에 절대적 영향을 주었던 코로나19 대응으로 유능한 정권의 이미지가 심어져 있지만, 정작 현 집권세력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된 것임

민주당은 선대위 해산식에서 2004년 열린우리당의 기억을 소환하며, 압도적인 승리에 대한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을 강조했음
노무현대통령 탄핵 시도에 대한 역풍으로 152석의 단일 과반 여당이 만들어졌지만, 
4대 개혁입법과제 추진이 강평파들의 명분론이 득세하며 좌초되고 여당 내부의 분열로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경험은, 여러모로 21대 국회에 백신과 같은 효과를 만들 것으로 보여짐
이 자리에서 선거 승리의 투톱이, 겸손한 자세와 함께 코로나 국난과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정책 우선순위를 강조한 것도, 시민당 우희종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운운하는 등 섣부른 개혁의제 제기에 대한 교통정리의 의미가 있음

민주당 스스로 잘 해서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일방적인 국회 운영의 유혹은 철저히 경계해야 함
네번의 선거에 연속해서 승리했다는 사실은 분명 대한민국 정치의 주류가 보수에서 진보로 바뀐 흐름을 증명해주고 있지만, 그 흐름을 인정하고 선거전략의 변화를 도모하지 못한 보수세력의 실책이 큰 역할을 했을 뿐, 현재 시점 진보와 보수가 190대 110의 비중으로 바뀐 것은 아님
더욱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이, 탄핵 이전 구성된 국회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180석 1당으로 자리잡을 만큼 혁신적이고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없음
따라서, 수적 우위에 의존하기 보다는, 진보 본연의 미래가치를 중심에 두고 설득과 타협으로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21대 국회의 기조가 되어야 함

다만, 일반적인 국회운영과는 별도로, 촛불에서 총선까지 확인된 민의를 실천에 옮기는 차원에서 일련의 개혁입법은 명확한 로드맵을 가지고 신속하게 완성해야 함
통합당의 공수처법 폐지 공약이 외면받은 것처럼, 반 문재인을 외치는 수구적 선동에 발목 잡혔던 개혁과제는 총선을 통해 적어도 그 정당성을 확인 받고 동력을 얻었음
민주당 스스로 정치기득권을 강화하는 시도만 아니라면 당당하게 추진해갈 힘을 얻은 것이고, 그 완수의 책임은 온전히 민주당에 주어졌음
검찰개혁과 사법부 개혁, 언론개혁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투명하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함. 특히 불필요한 지연을 방지할 수 있도록, 본질적인 문제의식에 근거한 치밀한 논지를 준비하여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절차도 고려해야 함

결론적으로 21대 국회의 절대반지를 얻은 민주당은, 파트너로서 야당을 존중하고 리드하는 모습을 견지하되 개혁입법은 보다 과감하게 추진해야 하고, 그 성패 여부는 2년 뒤의 대선을 통해 평가받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함
총선의 승리로 레임덕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지만,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거치며 차기 대권이라는 이슈로 관심이 옮겨질 것임
시대적 흐름을 만들어가는 관점에서, 현 정부와 민주당이 재창출하고자 하는 차기 정권의 역할분담은 당연한 것으로 보아야 함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정점을 찍고 있지만, 촛불로 탄생한 정권에게는 국민통합 이전의 과제가 우선순위로 주어져 있고 그것은 역사적 소명이라 할 수 있으며,
그 토양 위에 새로운 국민통합의 시대를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열어갈 지는 차기 정권을 준비하는 당과 유력주자들의 몫이 될 것임
거대 여당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적 기득권의 온상이 될 지, 오랜 시간 큰 역사의 물줄기를 열어가는 역동적 주체가 될 지는, 향후 차기대선까지의 행보가 결정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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