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 김정일,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공동선언문 발표
북한, 9일부터 ‘대북전단’ 비난하면서 연락 차단, 군사도발 시사
국방부는 대비 태세...통일부·여당은 ‘긴장완화’ 집중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만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만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2000년 6월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회담은 6월 13일부터 3일간 북한 평양에서 이뤄졌다. 선언문에는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할 것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연방 제안이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 ▲이산가족 상봉과 비전향장기수 문제 해결 ▲경제협력 및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교류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6.15 공동선언을 이행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과 문재인 정부의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등으로 6.15 정신은 이어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3차례에 걸쳐 남북 정상이 남북을 오가며 성사시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남북정상회담은 그 어느때 보다 격정적이었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5.26 남북정상회담, 9.19 남북정상회담이 그것이다. 그러나 6.12 하노이 북미회담의 파기로 인해 그 이후 남북 관계는 다시 얼어붙어만 갔고, 20주년을 하루앞두고 남북결별선언과 군사행동의 위태로운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역사적인 선언이 발표된 지 올해로 20년이 됐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일부터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맹비난하면서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차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1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고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해댈 수 있는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며 “대적 사업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머지않아 쓸모없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다음 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군사도발 가능성도 시사했다.

청와대는 14일 0시를 조금 넘긴 심야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박한기 합참의장도 참석했다. 국방부는 같은 날 오전 “우리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정부의 6.15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행사는 당초 계획보다 일부 축소돼 진행될 예정이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긴장 완화 제스쳐 취하는 정부여당

정부여당은 우선 남북관계 긴장을 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 축사를 통해 “남북관계가 방향을 잃으려하는 지금, 6.15 정신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는 어느 일방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화와 협력은 남과 북 쌍방에게 도움이 되고,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6.15 정신은 사대가 아니라 자주, 대결이 아니라 평화, 분단이 아니라 통일이다. 현재의 위기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반드시 새겨야 할 원칙”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역시 이날 “6·15 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를 준수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6·15 선언의 정신 위에서 진전을 거듭해왔다”며 “6·15 선언은 남북이 한반도 문제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함께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개최된 당 기념행사에서 “남북관계는 역사적으로 본다면 조금씩 조금씩 변해서 발전해왔다. 아직도 우리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그 역사의 흐름이 아직은 다 소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뜻하지 않게 결과적으로 진척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고 초조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하면 한반도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4.27판문점선언의 국회비준동의를 추진하겠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조속한 재개도 추진돼야 한다”며 “민주당과 정부는 대북전단을 둘러싼 소모전에 종지부를 찍겠다. 국회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 입법을 완료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대북제재만을 금과옥조처럼 삼는다면 남북관계 발전도, 한반도의 평화도 실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김부겸 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6.15 공동선언 정신 이어가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남과 북의 정상이 어떤 조건도 없이 어디서든 즉각 만나야 한다”며 “급박한 긴장 상황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과 북 정상이 만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다시 만나 군사적 긴장 해소와 종전 선언, 완전한 비핵화의 진전,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등 기왕의 남북 정상 사이 합의 사안들에 대한 실질적 진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코로나19 방지를 위한 보건의료분야 협력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포옹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포옹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속내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사로 참석했던 박지원 전 의원은 15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해야 한다. 지금 정상적으로 풀어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방호복을 입고서라도 특사들이 만나야 한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미 3국 정상이 만나 북한이 영변과 몇 개 지역의 핵시설을 폐기할 테니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지원을 하라하면 혹시 응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하노이 회담의 결렬,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코로나19 등이 북한의 현재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이날 민주당의 기념행사에서 코로나19 등 원인으로 “올해는 북한의 경제발전 5개년 전략 마지막 해이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최고존엄’이라는 김 위원장을 모독하는 대북전단은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2인자로 올라서면서 리더십을 확보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불편한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겨울이 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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