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승소로 유명세
젠더특보 신설 등 일관되게 친여성 행보
모든 인생 업적을 무너뜨린 성추행 의혹
“성추행 의혹과 죽음 관련 진실은 밝혀야”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10일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여비서 성추행 의혹’에 연루되면서 과거 저명한 여성 인권 변호사로 활동해왔고 시장 당선 이후에도 여성 친화적 정책에 열심이었던 박 전 시장의 과거 행적과 언행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여성 인권 변호사였던 박원순

박 전 시장은 1993년 있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성희롱 소송인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를 무료로 변호해 6년 간의 법정 투쟁 끝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희롱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인식을 만들어 냈으며, 대표적인 여성 인권 변호사로 박 전 시장은 자리매김했다.

이 소송으로 박 전 시장은 한국여성단체연합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했다. 사실 박 전 시장은 80년대에도 인권변호사로 명성이 드높았던 고 조영래 변호사 등과 함께 부천경찰서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변호인단에도 참여했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잠깐 검사 생활을 거친 박 전 시장은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여성 국제전범 법정’에서 남북공동검사단의 남측 대표 검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한반도는 10만명 이상이 군대 위안부로 동원된 최대 피해국”이라며 일본 정부에게 책임을 물며 일본 정부를 기소한 적도 있다. 국내외 시민단체가 조직한 여성 국제전범 법정은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 만행을 알리고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한 단체다.

서울시장 취임 이후에도 일관된 박원순표 친여성 행보

2011년 서울시장 당선 이후에도 박 시장의 행적은 일관됐다. 취임 이후 그는 모든 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취지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했다. 2012년 ‘여성의 날’을 맞아서는 ‘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 비전’을 발표하고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인권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시대’라고 표현했다.

이외에도 성인지예산제도 도입, 성평등 조례 제정, 안심주택 보급 정책 등도 실현했으며, 성평등 문제 등에 관련해서 시장을 보좌하는 특별 직위로 ‘젠더특보’를 시장실 직속으로 신설하기도 했다. 첫 젠더특보로는 박 전 시장이 상임이사를 맡았던 희망제작소 출신의 임순영 씨를 임명했다.

박 시장은 지난 2018년 5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성폭력은)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후에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생긴다. 성희롱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희롱, 성폭력 교육을 받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박 시장은 2017년 1월 ‘서울시 여성리더와 함께 하는 신년회’에서 “여성다움이 ‘원순다움’”이라며 “여성 중심, 노동 중심의 세상을 만들겠다. 좋은 세상은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중심이 된 세상”이라고 주장했었다.

박 시장은 2019년 11월 서울 국제돌봄엑스포에 참석해 개막식에서 ‘저는 페미니스트’라며 “3년 전 '82년생 김지영' 책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육아와 돌봄은 오로지 개인과 가족, 특히 여성의 부담인데, 앞으로는 공공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성추문 의혹으로 추락한 자타공인 ‘페미니스트’에 많은 충격

실체 진실 규명 차원에서의 조사 필요하다는 여론 일어

이처럼 인생 전반에 걸쳐 일관적으로 여성 친화 행보를 걸어 온 박 전 시장이기에, 비서 성추행 혐의에 연루된 것이 크게 충격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신이 이뤄온 많은 정치적 성취의 기반이 여성 친화적 행보에 있었기에, 그것이 성추행 혐의 연루로 전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박 전 시장이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고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 전 시장은 실종 직전,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너무 힘들다”는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기에 엄청난 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죽음으로 인해 성추행 고소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지만, 실체 진실을 알리는 차원에서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10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박 시장은 ‘서울대 우 조교 사건’ 등 역사적인 성희롱 관련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라며 “충격적이고 안타깝지만,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면 죽음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 “피고소인이 사망했어도 어느 정도의 조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에 대해, 관련 연관된 모든 일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10일 4시 35분 현재 4,482명이 서명한 상태다.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목수정 작가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공소권 없음’을 두고 “박 전 시장 자신을 위해서도, 그를 고소한 전 비서를 위해서도 특히, 진실을 위해 이렇게 사건이 종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적어도 그의 죽음에 대한 연유는 밝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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