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만 83건, 1188억 규모 금융사고 터져
사고 크기 은행‧보험‧금융투자‧중소서민 순

2016년~2020년 상반기 중 금융업권별 금융사고 현황. <사진=이원욱 의원실 제공>
▲ 2016년~2020년 상반기 중 금융업권별 금융사고 현황. <사진=이원욱 의원실 제공>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한 때 ‘법비(法匪)’라는 말이 유행했다. 법조계 도둑놈이란 뜻이다. 의뢰인의 이익이나 공익이 아니라 사익을 위해 불의도 마다하지 않는 률사들을 지칭했다. 금융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비행은 자주 벌어져왔다. 고객의 자산이나 정부의 세금을 사사로이 편취하는 비적들이다. 이들이 신용사회와 한국 금융업에 끼친 패악을 감안하면 금비(金匪)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폴리뉴스는 금융회사가 금융사고 발생 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수년간의 금융사고조사보고서 일체를 단독 입수, [金匪] 시리즈를 연재한다.

최근 5년 간 국내 금융권에서 719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 사고금액은 1조5373억 원에 달한다. 사고가 가장 잦은 해는 2016년으로, 피해금액만 8450억 원이었다. 사고금액이 1위 업권은 은행이고, 보험과 금융투자가 그 뒤를 이었다.

1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본지가 단독 입수한 금융감독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전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83건, 사고금액은 1188억 원이다. 1~6월 182일 동안 약 2일에 한 번꼴로 사고가 터진 셈이다.

과거 금융사고 발생건수는 2016년 183건, 2017년 166건, 2018년 146건, 2019년 141건으로 매년 감소해왔다. 하지만 사고금액 규모는 각각 8450억 원, 1331억 원, 1296억 원, 3108억 원으로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83건, 1188억 원 규모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건수와 규모 모두 전년 대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KDB산업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 KDB산업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금융사고 현황을 연도별로 보면, 우선 2016년엔 전체 183건의 사고 가운데 75건(40.9%)이 중소서민(저축은행‧신협‧수협‧카드‧캐피탈 등)에서 발생했다. 그 뒤로 은행 51건, 보험 33건, 금융투자 12건, 신용정보평가 12건 순이었다.

사고금액은 전체 8450억 원 중 은행이 3665억(43.3%)을 차지해 규모가 가장 컸다. 또 보험은 3240억 원, 중소서민은 1452억 원, 금융투자는 89억 원, 신용정보평가는 4억 원 규모 사고를 냈다. 피해금액이 100억 원 이상인 대형 금융사고는 은행에서 6건(3439억 원), 중소서민에서 4건(974억 원), 보험에서 1건(3176억 원)이 각각 발생했다.

2017년에도 전체 166건의 사고 가운데 68건(40.9%)이 중소서민에서 발생했다. 그 뒤로 보험 53건, 은행 32건, 금융투자 8건, 신용정보평가 5건 순이었다.

사고금액 기준으로도 전체 1331억 원 중 중소서민이 792억 원(59.5%)을 차지해 규모가 가장 컸다. 이밖에 은행에서 223억 원, 금융투자에서 182억 원, 보험에서 133억 원, 신용정보평가에서 5000만 원 규모의 사고가 터졌다. 피해금액 100억 원 이상인 '대형' 사고는 없었다.

2018년 금융사고도 중소서민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전체 146건의 사고 중 63건(38.3%)이었다. 은행에서도 48건의 사고가 터졌고, 보험에서 22건, 금융투자에서 18건, 신용정보평가에서 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금액은 전체 1296억 원 가운데 은행 비중이 625억 원(48.2%)으로 가장 컸다. 그 뒤로 중소서민 316억 원, 금융투자 298억 원, 보험 57억 원, 신용정보평가 200만 원 순이었다. 피해금액 100억 원 이상 사고는 은행에서만 1건(356억 원) 발생했다.

2019년에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141건 중 63건(44.6%)이 중소서민에서 터졌고, 은행과 보험에서도 각각 41건, 2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금융투자 사고는 19건, 신용정보평가 사고는 5건이었다.

사고금액 기준으론 금융투자가 2027억 원(65.2%)으로 전체 3108억 원의 절반이 넘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로 은행 542억 원, 보험 282억 원, 중소서민 255억 원, 신용정보평가 5억 원 순이었다. 피해금액 100억 원 이상 사고는 금융투자에서 4건(1992억 원), 은행에서 1건(300억 원), 보험에서 1건(252억 원)이 발생했다.

IBK기업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 IBK기업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금융사고 현황을 업권별로 보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719건의 사고 가운데 중소서민이 302건(42.0%)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은행(192건·26.7%), 보험(143건·19.8%), 금융투자(47건·6.5%), 신용정보평가(25건·3.4%)가 이었다.

사고금액은 은행이 5085억 원(33.0%)으로 비중이 컸고, 보험(3718억 원·24.1%), 금융투자(3419억 원·22.2%), 중소서민(3144억 원·20.4%), 신용정보평가(6억8200만 원·0.04%) 순이었다.

은행업권의 경우 위조서류를 이용한 대출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관련 사고금액이 3377억 원으로, 특히 2016년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에서 각각 발생한 단일 건당 1295억 원, 1171억 원의 사기 규모가 컸다. 업무상 배임과 횡령·유용 관련 전체 사고금액은 594억 원, 235억 원이었다.

보험업권의 경우 동양생명에서 2016년 말 발생한 육류담보대출 사기 등의 영향을 받아 사기 관련 사고금액이 가장 크게 집계됐다. 총 3284억 원이었다. 뒤이어 배임이 260억 원, 횡령·유용이 91억 원이었다. 이 중 배임 사고는 지난해 하나손해보험(구 더케이손해보험) 직원이 채권보전 등 사문서를 위조해 부당 PF대출을 실행, 252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이 가장 컸다.

동양생명 전경. <사진=동양생명 제공>
▲ 동양생명 전경. <사진=동양생명 제공>


금융투자업권에서도 사기 관련 사고금액이 2749억 원으로 1위였다. 지난해 제이비자산운용에서 발생한 해외 부동산펀드 현지 사업자의 대출서류 위조(1232억 원)와 코리아신탁에서 발생한 부동산 PF 관련 허위 대출 및 횡령(153억 원) 사건의 피해금액이 컸다. 배임 관련은 406억 원, 횡령·유용 관련은 81억 원이었다. 기타 금융사고로도 76억 원의 피해가 생겼다.

중소서민업권은 사기 관련 사고금액이 1491억 원, 배임이 774억 원, 횡령·유용이 229억 원, 기타금융사고가 126억 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엔 신한캐피탈에서 118억 원의 피해가 난 대출사기와 농협회원조합에서 발생한 57억 원 규모 횡령·유용 사고 등이 발생했다.

이외 신용정보평가업권은 횡령·유용 관련 사고금액이 3억 원으로 가장 컸고, 배임 관련 사고도 1억 원의 피해를 냈다. 올해엔 고려신용정보와 세일신용정보에서 단일 건당 1억 원에 못 미치는 배임 사고가 있었다. 또 지난해엔 에스씨아이평가정보에서 1억 원 규모의 횡령·유용 사고가 2건 발생했다.

<폴리뉴스>는 [金匪(금융비적)] 시리즈 1편에서 2016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최근 5년 간 전체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현황을 개괄적으로 살펴봤다. 곧 있을 [金匪] 2편에선 은행업권의 각 사별 사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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