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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원앙·하늘다람쥐·200년 노송 공존 태릉…개발두고 사람만 '분열 조장'

공공주택개발지역 지정 태릉골프장…시민들 "반대 60%"
시민 후원금으로 운영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 주도
“기자님 오셔서 우리가 참아오던 소리가 터져 나와”

[폴리뉴스 이태준 기자] 정부의 서울 아파트 공급 확대 정책이 발표된 가운데 태릉골프장 개발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6시 30분, 서울 노원구 현장에서 비오톱 조사가 실시됐다. 대학의 조경학과 교수, 국회의원, 구의원 등이 참여한 비오톱 조사에 언론에서는 유일하게 본지 기자가 동행해 취재를 했다.  /편집자주

150년 이상 수령 소나무가 어우러진 태릉골프장

“태릉에 사는 저 생명들은 그곳이 없어질지, 보존될지 아무것도 모르고 평화롭게 살고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앙 참 예쁘죠?”

18일 기자가 찾은 태릉골프장 내 호숫가엔 천연기념물인 원앙 한 쌍이 유유히 물 위를 떠다녔다. 그린벨트로 묶였던 지역인 만큼 비오톱 조사가 진행되는 현장 곳곳엔 멧돼지의 족적 등 동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날 조사에 동행한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한봉호 교수는 “이 정도면 자연보존이 잘 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식물 상태를 점검하는 내내 태릉골프장 자연경관에 대한 감탄을 쏟아냈다. “이렇게 오래된 소나무는 처음 본다”는 한 교수는 눈 앞에 서있는 150년 된 소나무를 오랫동안 올려다봤다.

비오톱 조사 결과 태릉골프장은 73만7250㎡ 중 21.1%인 15만6176㎡가 비오톱 지도 1등급으로 분류됐다. 골프장 내 다층구조 소나무림, 참나무군락, 생태호수 및 습지, 골프장 외곽부 완충식생대 등이 있다.태릉골프장에는 보호 가치가 높은 대경목 소나무림이 11만㎡(10만5973㎡) 분포하고 있었다. 소나무 수령은 85~200년이고, 흉고직경은 25~104cm, 수고는 16~18m다.

태릉 골프장에는 주요 보호종 동물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생조류 출현 현황 조사 결과 총 18종 178개체를 발견했다. 주요 출현종으로 천연기념물인 원앙 1종 60개체와 서울시 보호종인 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박새, 꾀꼬리 등 총 5종 21개체를 확인했다. 그 외 서식이 확인된 야생동물은 한국산개구리, 다람쥐, 청설모, 멧돼지(족적), 고라니(족적)였다. 태릉골프장 일대 녹지 지역에서 서식이 확인된 법정 보호종은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 현장), 솔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3호: 청문), 맹꽁이(멸종위기종 Ⅱ급: 현장),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제328호: 청문) 등 총 4종이었다.

태릉골프장은 서울시 공원녹지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이 곳은 특히 서울시의 자연성이 높은 녹지공간 중 한 곳으로 전체 면적은 74만㎡(73만7250㎡, 수치지형도 산출)이다. 이 면적은 올림픽공원(약 145만㎡)의 절반 정도이고, 여의도공원(약 23만㎡)의 3.2배, 서울숲(약 43만㎡)의 1.7배에 달하는 면적이라고 조사팀은 밝혔다.

이와 관련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태릉골프장을 개발하면 여의도공원 면적 3배의 자연녹지가 사라진다"며 비오톱 조사를 근거로 제시했다.

■ 태릉 개발 반대 58.5%... 찬성 의견은 26.8%

태릉골프장이 위치한 노원구 지역 민심은 지난 7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발 검토” 언급에 절반으로 갈라졌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8월 13~14일 이틀 간 남양주, 구리, 서울 시민 9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주택 공급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8.5%가 태릉골프장 부지 주택개발에 ‘절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 의견은 26.8%, 주택공급은 하되 부지 절반 이상은 공원화 하자는 절충의견도 14.8%나 됐다.

현재 정부는 태릉골프장에 1만 가구의 대규모 주택단지를 조성(8·4 주택공급 대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부지에 공공임대주택 1만3000호를 공급하자”며 태릉골프장 개발 추진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김 의원은 “각종 인프라가 갖춰진 정부 소유 골프장을 활용할 경우 부지 매입, 도로시설 확충 등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평당 1000만 원 이상 들어갈 것을 400만~500만 원만 들이면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절반이 넘는 노원구 주민들은 “그린벨트 지역을 개발하면서 지역민 의견수렴 공청회 등의 절차도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최근 시행된 비오톱 조사결과를 들어 “원앙 등 천연기념물과 소나무 등이 서식하고 있는 태릉골프장을 보존해야 한다”고 개발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노원구민 박모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국토부의 일방적인 (개발)강행과 초록태릉모임 등 개발 반대 입장을 밝힌 단체들과의 소통부재인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희준 구의원(정의당)도 “강남은 놔두고, 강북의 그린벨트를 개발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시민들이 많다”며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인구밀도와 주택수요가 높고 서울 내 아파트 주거 비율이 가장 높은 노원구에는 시민을 위한 공원녹지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택개발지역으로 선정된 태릉골프장은 전체면적 중 20% 넘는 지역이 비오톱 1등급으로 조사됐다”며 “수령 85~200년의 소나무 숲은 물론 원앙, 하늘다람쥐 같은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법정 보호종 4종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태릉골프장 주택개발계획은 보존에 무게를 두고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커 부착 등 ‘피해 주지 않는’ 선을 유지하는 반대운동

태릉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 700명은 자체적으로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이라는 모임과 카페(회원수 300명) 등을 결성하고 간간히 시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 노원구는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무기한 집회 금지’ 조치를 고수 중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때문이라지만, 일각에선 ‘태릉골프장 개발 반대집회를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16일 기자가 취재 중 만난 닉네임 푸공씨(노원구민)는 “소액씩 펀딩해서 플래카드를 만들어 붙였더니 불법이라고 제재한다”며 “집회도 우리 (주택개발에 반대하는 입장) 현실은 이렇다고 말하려 했던 건데 불법으로 간주한고, 우리가 무슨 세력이라고 말하더라”며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예방을 위해 ‘온택트 의견 개진 운동’에 나선 이들도 있다. 이들은 19일 자전거에 초록태릉 스티커를 부착한 채 횡단을 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퍼포먼스 했다. 또, 후원금을 통해 모은 돈으로 스티커를 제작하여 시민들에게 배포해주기도 했다.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의 대표인 닉네임 맹꽁이 엄마는 “노원 사는 사람이 자차로 출퇴근하면 지나가야 하는 다리 밑에 도로가 있어요. 위를 지나가는 다리에서 불이 들어오는 ‘태릉개발 교통지옥’ 푯말을 한 사람씩 들고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요” 라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한편, 10월 6일 이은주 의원실과 서울환경운동연합의 공동주최로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과연 훼손지인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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