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미워도 표현의 자유는 지켜줘야

진중권 교수<사진=연합뉴스 제공> 
▲ 진중권 교수<사진=연합뉴스 제공> 

 

나는 진중권이 말하는 내용에는 많이 공감하는 편이지만 그의 극단적인 논리나 조롱 화법에 대해서는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사람마다의 호불호가 엇갈릴 것이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가 성역을 두지 않고 비판을 해왔으니, 그 또한 성역이 될 이유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진중권의 주장들에 대해 비판할 것이 있으면 누구나 공론의 장 속에서 비판을 하면 된다.

그런데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참지 못하고 진중권을 상대로 하는 전쟁에 참전하는 모습이다. 최근에 민주당 소속 김용민 의원이 자신을 '조국 똘마니'라고 지칭한 진중권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진중권은 매우 강력한 스피커를 가진 분”이라며 “이런 분이 합리적 근거도 없이 모욕적인 언행을 사용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로서는 그런 표현이 몹시 불쾌했을 것으로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여당 국회의원이 소송까지 제기하는 것은 비판에 대한 입막음이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허위사실을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악의적인 행위가 아닌한, 비판적 의견들에 대해서는 인내하며 듣는 것이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몫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통해 진중권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진영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진중권 씨의 조롱이 도를 넘어서 이제는 광기에 이른 듯하다”고 비난하며 “말 한마디 한마디를 언론이 다 받아 써 주고, 매일매일 포털의 메인뉴스에 랭킹 되고 하니 살맛 나지요? 신이 나지요? 내 세상 같지요? 그 살맛 나는 세상이 언제까지 갈 것 같나”라고 힐난했다. 그동안 사사건건 민주당을 비판해온 진중권의 독설들에 민주당이 많이 분개했으리라는 생각은 든다. 특히 진중권의 말들이 많은 언론에 기사화되는 광경들은 민주당으로 하여금 그를 눈에 가시처럼 여기게 만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민주당의 대응은 과잉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도대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개인의 글과 표현을 갖고 집권 여당이 그렇게 공식적인 논평을 하며 비판하는 것이 적절한 일인가. 단지 지나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여당의 그러한 입장 표명은 입을 다물라는 권력의 메시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발단이 된 글은 "일본 유학파는 다 친일 민족반역자"라는,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것이었다. 정당이 개인들의 공론의 장에 끼어들어 하라, 하지 말라는 식의 압박은 삼가해야 할 일이다. 집권 여당이라는 권력이, 설혹 지나친 표현들이 있다 해도, 자신을 비판하는 개인들을 향해 공공연하게 압박성 비판을 한다면 입을 막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4.15총선 직전에 ‘민주당은 빼고’를 주장한 임미리 교수의 칼럼을 갖고 고소했던 일이 떠오른다. 그때에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과잉대응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초래했고, 결국 민주당은 고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도 여론의 관심은 ‘민주당은 빼고’라는 주장에 동의하느냐 여부가 아니라, 동의하지 않는 의견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는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던 일이 있었다. 인터넷상에서 토론과 비판을 통해 정리될 일에 권력이 개입하여 여론의 반발을 초래했고 결국 미네르바는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된 일이 있었다. 개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의 행위는 언제나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결과를 낳곤 했다.

그러한 과거 권력들의 표현의 자유 억압을 비판하고 들어선 것이, ‘촛불 정부’를 자임하며 들어선 것이 지금의 집권 세력이다. 그렇다면 어떤 개인의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에 상관없이 표현의 자유를 지켜주는 것이 민주당의 책임이기도 하다. 끝내 참지 못하고 진중권을 향한 공식적인 반격에 나서는 민주당의 모습은 그래서 퇴행적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