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보건소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전 예진받고 있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보건소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전 예진받고 있다. 

 

[폴리뉴스 김현우 수습기자] "백신인데 오히려 맞으면 죽는다고요?"

최근 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례가 보고 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 백신을 맞으면 사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독감백신 접종 뒤 사망사례 90%가 고령층이다. 방역당국은 이들 대부분에게 기저질환이 있었고, 백신과 사망간의 인과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조사 결과, 독감백신은 사망과 관련성 전혀 없어 

29일 질병관리청(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시작한 2020~2021 절기 독감 예방 백신 접종자는 29일기준 65세이상 접종자는 약 150만명이다. 이 중 백신 접종 뒤 사망신고 사례는 72명이다. 10만 명당 5명 정도다.

29일 방역 당국은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59건(26일 기준)에 대해서 기초 조사와 역학 조사, 부검 결과 등을 검토해 46건은 백신과 사망 간 인과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고, 13건은 역학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46건을 조사한 결과 사망자에게서 백신 이상반응으로 추정되는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심혈관계 질환, 뇌혈관계 질환, 당뇨, 간경화, 부정맥, 만성폐질환, 암 등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고, 부검한 결과 대동맥 박리, 뇌출혈, 폐동맥 혈전색전증 등 명백하게 다른 사인이 있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인과성과 상관없이 예방접종을 맞은 뒤 사망하는 사례에 대한 통계로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3년 독감 백신을 접종한 65∼74세 10만 명당 11명이 접종 뒤 일주일 안에 사망했고, 75세 이상은 10만 명당 23명이 사망했다.

국내 통계도 있다. 지난해 2019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독감백신을 접종한 65세 이상 접종자 중, 접종 뒤 7일 이내에 사망한 건수는 접종자 668만명 중 1531명이다. 독감백신 접종 뒤 사망 사례는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해는 10만 명당 23명 정도로 올해보다 더 많았다.

 

독감 백신 접종 뒤 사망, 특수 사례지만 매년 발생

전문가들도 독감백신 접종 뒤 사망 사례는 백신 자체 문제보다 접종 환경에서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A교수는 "고령자들은 동맥경화 증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온이 내려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류가 감소한다. 추운 곳에서 대기하면 탈수가 오고 혈전이 생긴다. 신체 장기에서 혈액 공급이 중요한 곳이 심장과 뇌인데 혈관이 좁아지면서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으로 사망한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령자의 독감 백신 접종률이 90%에 달하고 매년 60세 이상에서 돌연사가 2만명 가까이 발생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독감백신과 관계 없이 접종 뒤 사망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보건당국은 오히려 독감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경우 독감에 걸려 합병증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독감백신으로 사망할지 모른다고 걱정하기보단 독감에 걸려 사망할 확률에 대해 신경을 써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독감 사망자는 2009년 154명, 2010년 95명, 2011년 71명, 2012년 99명, 2013년 42명, 2013년 124명, 2015년 238명, 2016년 223명, 2017년 262명, 2018년 720명, 2019년 252명 등이다.

질병관리청이 주관한 '전문가회의'에 참석한 서울의료원 김중곤 소아청소년과장은 "현재 독감 예방접종을 맞고 사망했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없다"며 "예방접종을 중단하거나 보류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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