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환 작가. <사진=도서출판 아시아>
▲ 이대환 작가. <사진=도서출판 아시아>

 

문재인 정부 출범과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이후 원전 폐기 공방과 함께 각종 대안 에너지의 효용성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본지는 수소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와 관련해 'LNG 개질수소'가 이산화탄소 배출의 또 다른 주범이 된다는 최근 논란에 대해 특별기고를 싣는다. 이대환 작가는 기고에서 만약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한국의 ‘그린 뉴딜’을 넘어 지구에게 최고 선물이 될 ‘알루미늄 수소’의 대안적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이 작가는 지난 2017년 ‘바른 에너지정책을 위한 국민 교양서’라 불린 장편 에세이 『하얀 석탄』(아시아)를 발간해 그해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됐다. 이대환 작가는 한국 평전문학의 수작으로 평가받는 『박태준 평전』(아시아, 2016)을 통해 오늘의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상보적 통합가치를 기반으로 삼고 있음을 밝혀냈다. 또 장편소설 『총구에 핀 꽃』(아시아, 2019)에서는 ‘작은 인간의 영혼에 평화가 살고 있는 한 평화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평화사상을 형상화했다. /편집자 주

 

LNG 태워서 수소 얻을 때 석탄화력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된다

코로나19가 유령처럼 지구촌을 지배하기 전이었다. 자카르타에 눌러 사는 선배가 서울의 내게로 한국 발명가 L씨를 보냈다. L씨는 보크사이트(알루미늄) 광산 등을 탐문하러 출장 나갔다 귀국한 길에 나를 찾아왔다. 한마디로 그는 알루미늄 수소 생산과 그 부산물(수산화알루미늄-알루미나 원료)의 상용화(사업화) 기술 완성에 꽂힌 사람이었다. 더구나 젊은이도 아니고 58개띠인 나보다 한 살 더 먹어 이른바 ‘고위험군 신입생’이었다.

첫 만남에서 발명가와 작가는 이런 대화를 나눴다. “우리나라에 석유도 안 나지만 LNG도 안 나잖아요?” “그렇지요.” “그걸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수입하면 어떤 국가적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 “국가안보에 치명적 약점을 하나 만드는 거겠지요.” “그런 관점도 있군요. 그런데 왜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면,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숱하게 건설할 계획이라니 LNG도 그만큼 더 대량으로 수입해서 열심히 태워야 하는 겁니다.”

눈이 동그래진 작가에게 발명가가 찬찬히 설명했다. LNG를 800도에서 태우면 수소가 분리돼 나오는데 이걸 개질수소라 부른다. 바야흐로 수소에너지시대가 오고 있다. 에너지로 쓰는 수소에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가 있고, LNG를 태워서 얻는 개질수소가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숱하게 건설하겠다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 연료로 대려는 수소가 개질수소다.

작가가 새치기 질문을 던졌고, 이것이 대화로 이어졌다.

“아니, LNG를 800도에 태우자면 그 에너지도 어마어마하게 소비될 텐데, 그냥 LNG화력발전이면 됐지, 그걸 태워서 수소연료전지발전은 왜 합니까? 2016년 9월 경주에 규모 5.8 지진이 났을 때 월성원자력발전보다 울산 LNG화력발전이 먼저 멈췄지요. 지진에는 LNG화력이 화재 위험 때문에 원전보다 더 취약하거든요. 그래서 탈원전과 짝을 맞추느라 그런다는 겁니까?” “작가가 별 걸 다 아시네요.” 하고 씩 웃은 그가 말을 이었다. “수소연료전지발전은 청정에너지라고 하잖아요?” “그럼, 더욱 말이 안돼요. LNG를 태워도 이산화탄소가 엄청 나오잖아요?” “그런 것도 아십니까?”

이번엔 내가 씩 웃었다. 『하얀 석탄』의 저자라고 일러주자 그가 자신의 스마트폰부터 뒤졌다. 그 책의 서문을 쓴 날은 딱 4년 전 이맘때였다, 다음과 같은 문장도 썼으니까.

<11월이 저무는 날, 도널드 트럼프는 78세 윌버 로스를 상공부 장관에 내정했다. 한국 외환위기 때(1998년) 한라그룹을 능지처참하듯 찢어서 팔아치우고 800억원을 챙겼던 사냥꾼…. 12월이 첫 토요일을 넘기고 며칠 더 지났다. 한국의 시간은 촛불이 대하(大河)를 이루었다. 그 도도한 강물이 유장하게 새벽의 지평을 가로지르자면 이제부터는 윌버 로스 따위도 기억해내고 전력정책 같은 것도 생각해보는 여유를 회복해야 한다.>

석탄화력과 LNG화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면 석탄이 LNG보다 1.6배쯤 더 많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발전원별 이산화탄소 배출 계수(KWh당 Co2 g)에 따르면, 석탄이 820이고 LNG는 490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깜짝 놀라며 주목해야할 사실이 있다. LNG를 800도에 태워서 수소를 얻는 공정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LNG화력발전의 경우보다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질수소를 만들 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탄화력발전의 경우와 맞먹는다는 뜻이다. 다행히 국회에는 그러한 사실을 직시한 의원도 있다.

LNG 개질수소, LNG화력발전 대비 이산화탄소 2배 배출

북악산에 단풍이 물든 날이었다. L씨가 카톡으로 10월 23일자《에너지신문》기사 한 건을 보내왔다. 요약이 얼른 눈에 띄었다. ‘LNG 개질수소, 1GW당 온실가스 443만톤 배출, 석탄화력 배출량 육박’ ‘LNG개질수소 연료전지 발전, 일반 LNG발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2배’

위 기사를 쓰게 만든 이가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노원구)이었다. 김 의원은 10월 22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소발전 의무화 제도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욱 늘릴 것이어서 제도도입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수소경제의 핵심가치는 기후위기대응이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저감해야 한다는 전제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등등 정확히 비판하고 요구했다. 위 기사는 다음과 같은 지적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606MW의 수소연료전지가 설치돼 있는데, 거의 대부분 LNG를 개질해서 사용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수소연료전지를 발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해외에서는 수소연료전지를 발전용이 아닌 지진 등 재난을 대비한 가정용 비상전원으로 보급하거나 수송용 연료전지로만 활용하고 있다.>

LNG 매장량을 자랑하는 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LNG 개질수소 생산기술을 개발했지만 우리나라와는 딴판으로 그것을 도외시해온 이유가 명백하게 드러난다. LNG 개질수소는 수소 자체야 청정에너지이지만 그 생산 공정에 석탄을 태우는 것과 같은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800도로 태우는 데도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에 대해 왜 우리나라만 눈을 감아야 하는가? LNG를 수입하고 관리하는 조직이 아주 막강한 것인가?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해서 그냥 묻어둔 것인가? 탈원전이 옳다거나 글렀다는 토의는 가치관의 차이가 개입되니까 덮어둔다 치더라도, 너무나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가 기술을 수입해와 상용화에 들어간 LNG 개질수소의 수소연료전지발전은 결코 청청에너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거꾸로 석탄화력발전과 비슷한 에너지이다. 그걸 또 한전은 청정에너지랍시고 비싸게 사줘야 하고….

 ‘알루미늄 청정 수소’가 탄생해 있다

며칠 전 간만에 L씨와 만났다. 특허가 나왔다고 했다. 알루미늄 금속열 반응에 의한 수분해 수소 대량생산 공법 국산화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라고 했다. 관련된 세부 특허들을 출원 중이니 앞으로 다양한 특허들이 더 나올 거라고도 했다. 작가는 축하주를 내고 싶은데 발명가가 술을 못하니 커피를 대화의 안주로 삼아야 했다.

L씨와 첫 만남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나는 그동안 수소 공부를 조금 해둔 성태였다. 원유 정제 중 14%쯤 분리되는 납사 등에서 부생수소를 얻어낸다. 이 수소는 순도가 낮아서 정유공장 보일러 연료로 쓴다. 수소자동차나 수소연료전지발전에 쓰려면 다시 정제 공정을 거쳐 고순도 수소를 만들어야 한다. LNG를 태워서 얻어내는 개질수소는 순도가 70% 수준이다…. 그러니까 발명가와 기본적인 대화는 나눌 만한 수준으로 발전했다고나 할까.

“지난번에 보았던 그 설비에서 생산한 수소의 순도가 98% 이상이라고 하셨지요?” 내 눈으로 보긴 봤지만 문외한이니 봤다고 하기 어려운 그것은 L씨가 손수 만들어놓은 ‘대형 자동화 수소생산 상용화 실증 설비’ 직전의 파일럿 설비였다. L씨는 당당했다. “수소도 그랬지만 나노 분자 수준의 수산화알루미늄도 고순도로 나왔습니다. 진짜 청정한 수소 에너지로 파란 하늘을 후세에 길이 남겨주고 싶습니다. 부산물도 부가가치가 높고 용도를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습니다.”

알루미늄 수분해 반응에서 수소가 생산된다는 논문은 많다. 당연히 L씨도 그것을 꿰차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L씨를 제외한 세계의 어느 누구도 그 이론을 상용화 기술에 근접시키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소를 발생시키며 용해되는 알루미늄이 용기에 찰떡처럼 달라붙는 성질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었다. 아마도 L씨의 특허는 그 못된 성질을 제거한 것이 핵심일 듯하다. 그의 기술이 적용된 파일럿 설비는 어떤 마술을 부리는지 수소를 내놓은 알루미늄이 나노 분자 수준에서 밑으로 빠져 나와 수산화알루미늄으로 거듭나게 된다.

 ‘알루미늄 수소’는 수소시대의 새 희망이 될 것인가?

L씨가 개발한 알루미늄 수소에서 확실한 사실은 몇 가지이다. 무엇보다도 그야말로 ‘진짜 청정 고순도 수소’이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어떤 온실가스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용해에 사용된 물은 그대로 재활용된다. 나노 분자 수준으로 녹은 알루미늄은 고스란히 부산물(수산화알루미늄)로 남는다. 부산물은 제약 원료, 화장품 원료, 건축자재 원료, 또는 알루미늄으로 환원시켜 다시 수소 생산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탄소제로’를 꿈꾸는 우리 정부의 ‘그린 뉴딜’에 최고 효자가 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청정 수소 에너지를 기다리는 세계의 축복이 될 수 있고, 인간에게 끊임없이 시달려온 지구를 위한 최고 선물이 될 수 있다.

머잖아 L씨의 알루미늄 수소는 수소에너지시대의 새 희망으로 주목 받을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대량생산의 상용화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과연 그것이 이뤄질 것인가? 섣불리 긍정할 수도 없지만, 함부로 부정해서도 안 된다. L씨의 기술과 파일럿 설비가 최소한 1MW급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의 수소로 활용되는 실증을 거쳐봐야만 성패의 갈림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산물을 사업화하는 합리적 이론도 여러 기술이 융합돼서 실전에 성공을 거둬야 한다.

지역에 거점을 잡게 될 수소산업특화단지는 불원간 공표될 ‘예타 면제’를 기다리는 중이다. 울산은 모빌리티 중심이고, 포항은 수소연료전지발전 중심이라 한다. 만약 LNG 개질수소로 포항에 수소연료전지발전소들을 건설한다면, 제철공장이 있는 포항의 대기 보호를 위해 정부가 제정해둔 ‘석탄화력 신설 금지’의 법령을 정부 스스로가 어기는 격이 될 것이다.

이러한 내 고향(포항)의 사정을 L씨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털털했다. “알루미늄 청정수소로 발전하는 실증 1호를 포항에 만들면 어떨까요? 예타 면제로 수소연료발전 특화지역이 되니까 진짜 청정수소 발전소를 제대로 보여줘야지요. 부산물을 소재사업으로 개발하는 데도 유리한 지역입니다.” 내가 맞장구쳤다. “고향, 나라, 세계, 지구의 내일을 위해서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지구에 알루미늄이야 철만큼이나 많으니까요.”

엊저녁에 이 글을 쓰기 위해 L씨와 통화했다. 아픈 데지 싶은 곳을 펜으로 찔러 보았다. “상용화, 대량 생산, 부산물 사업화, 이런 것을 성공한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알루미늄 100을 넣어서 수소 12를 생산하고 나머지는 수산화알루미늄이 된다고 하면, 수소 생산성이 낮다고 하지 않을까요?” 그가 대뜸 반격했다. “기술만 융합하는 겁니까? 사업도 융합해야지요. 수소도 필요한 만큼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고 부산물도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으니까, 지구온난화 문제는 덮어두고 단순히 사업적으로만 따져도 ‘꿩 먹고 알 먹는 관점’을 가져야지요.”

일거양득이면 더 좋아해야지, 이런 주장이었다. 이번에도 그는 단단했다. 작가의 눈에는 L씨가 발명가 특유의 고집과 당당함과 창의에 대한 존중을 겸비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 성품을 간직하지 못했다면 오랜 세월을 광야에서 고독하게 분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그는 여전히 광야에서 분투하는 고독한 사람이다. 그의 고독은 그의 발명을 한 번 실증해 보자는 도전적 신념을 갖춘 투자자를 만나야 비로소 그때 엔간히 해소될 것이다. 나는 격려하고 위로하며 지켜볼 생각이다. 지금 광야를 울리는 그의 고독한 외침이 메아리 없이 쓸쓸히 사라질 것인가, 눈앞에 다가오는 수소에너지시대의 새로운 희망을 열어젖히는 메시아로 돌아올 것인가. 물론, 인류 역사에서 메시아는 그것이 꼭 필요한 ‘절박한 전환기’에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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