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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폴리경제이슈] 바이든 친환경정책, 국내 기업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산업은 사업 확장 기회

 

[폴리뉴스 박응서 기자] 지난 11월 3일(현지시간)에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며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아 아직 변수가 남아 있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바이든은 내년 1월 20일에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그가 내놓은 공약과 앞으로 제시할 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내세울 대중국정책과 환경정책, 미국 내 제조업정책 등이 우리 산업과 경제에 맞물리면서 더 성장할 수도,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첨단기술을 급속도로 발전시키는 상황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중국에 대한 제재를 진행해왔다. 중국의 경제 성장과 첨단기술 발전이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위기의식은 민주당도 공감하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민주당도 오바마 정부 때 중국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하려고 했지만 직접적인 제재로까지 발전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트럼프가 진행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바이든 정부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6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기술굴기를 막겠다는 목적으로 중국을 배제한 자국 공급망 구축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협력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에 맞물리는 기업 유리
산업연구원(KIET)은 지난 10월 30일에 ‘미 대선에 따른 산업정책 전망과 대응방안-바이든 후보 당선의 경우’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부는 “대규모 정부 재정지출을 통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할 것”이라며 “반도체와 에너지, 배터리 등 신산업과 핵심기술을 중심으로 첨단산업 육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바이든 대선 공약과 정책에 따르면 우선 미국 정부가 공공조달을 통해 4000억 달러(약 444조 원)에 달하는 미국산 철강과 시멘트, 콘크리트, 건축 자재, 장비 구매를 확대하며 자국 공급망 구축에 나선다. 특히 미국 정부 구매 제품은 미국 내 생산 부품이 50% 이상 포함돼야 하며, 일부 군사 관련 물품은 100% 미국 내 생산 기준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책은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춘 국내 기업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세탁기 공장을, LG전자는 TV와 세탁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자동차 공장을, 한화큐셀은 태양광발전모듈, 롯데케미칼은 에틸렌과 EG, 금호타이어는 타이어, 농심은 식품 공장 등 국내의 다양한 기업이 공장을 설립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또 바이든 정부는 인공지능(AI)과 양자ㆍ고성능컴퓨팅, 5Gㆍ6G, 신소재, 청정에너지(에너지생산, 자율주행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건물, 산업 과정의 탈탄소화), 반도체, 바이오 기술 등에 3000억 달러(약 333조 원) 규모로 신규 R&D자금을 투입하며 미국의 기술 우위 정책을 이어갈 계획이다. 

바이든은 이 같이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하면서 탈중국화를 바탕으로 동맹국과 협력하며 글로벌 가치사슬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5G와 바이오,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국내의 삼성전자와 SKT, LG화학, 삼성SDI 같은 기업과 관련 기술이 미국의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과 맞물리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기업은 기회. 반면 탄소세 타격 우려
국내 산업에 끼치는 영향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은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이다. 바이든은 ‘청정에너지 혁명(Clean Energy Revolution)’ 정책을 통해 4년 동안 2조 달러(약 2220조 원)를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투입해 미국 경제회복과 산업재건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고, 2050년까지 전 부문에서 ‘탄소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바이든은 선거 과정에서 한 매체에 “2035년까지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에서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 것”이라며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면서 수백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기차에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에 투자하고, 미국 노동자가 만든 차세대 배터리를 활용한다는 전략을 강조했다. 

이는 탄소중립사회를 지향하며 추진하는 한국의 그린 뉴딜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는 그린 뉴딜을 통해 태양광과 해상풍력,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와 환경 시장이 확대되면 관련한 국내 기업의 사업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풍력 발전 관련 씨에스윈드, 태양광 관련 한화큐셀과 한화솔루션, OCI, 전기차 배터리 관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같은 기업들이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을 타고, 국내와 세계에서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이 국내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1월 8일 내놓은 ‘美 바이든 대통령 당선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홍종호 대한상의 자문위원(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 세계에서 새로운 표준이 되고,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에서 탄소국경조정세를 도입해 이를 무역장벽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국경조정세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바이든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해 환경의무를 준수하지 못한 국가에 대해서 탄소국경조정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해왔다.

탄소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산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OECD 국가들이 탄소배출량을 평균 8.7% 줄였을 때 한국은 오히려 24.6% 더 배출했다. 2019년 유엔기후변화총회에서 발표된 ‘기후변화 대응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61개국 가운데 58위이며,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세계 7위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으로 불리는 수준이다. 그만큼 국내 산업계는 탄소감축에 대한 준비가 소홀한 상황이다.

바이든 친환경정책에 40% 기업, 대응역량 없다
한편 이 같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 전망에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바이든 정부 출범의 산업계 영향과 대응과제’라는 주제로 조사해 11월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기업 중 65%가 바이든 정부에서 수출 등 전반적 사업 환경 변화 전망에 대해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개선될 것’으로 보는 기업은 32%, ‘악화될 것’으로 보는 기업은 3%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미국의 친환경투자와 경기부양 수혜가 기대되는 이차전지, 가전, 석유화학에서 개선 기대가 높게 나왔다. 반면 미국산 사용이 강화되고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기계와 디스플레이, 무선통신에서는 기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바이든 정부가 역점을 두는 친환경정책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10곳 중 4곳이 ‘대응역량을 갖추지 못하다’고 답했다. ‘대응역량 갖추었다’고 답한 기업은 15%, ‘앞으로 갖출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45%였다.

이는 곧 바이든의 친환경정책에 국내 40% 기업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큰 장이 펼쳐지는 친환경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대응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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