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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윤석열이 아니라 추미애 사퇴가 우선

 

추미애 장관이 완패를 당하고 있다. 1일 법무부 자문 기관인 감찰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조치가 부적정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서 법원은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추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 효력을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이로써 윤 총장은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당초 오늘(2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윤 총장에 대해 속전속결의 해임 절차를 밟으려 했던 추 장관으로서는 정당성에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이미 전국의 평검사 전원을 포함하며 ‘추 라인’에 속하는 몇몇 간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검찰 간부들이 추 장관의 지시가 위법·부당하다는 입장 표명에 참여한 상태다. 특히 추 장관에게 심각한 것은 측근들의 연이은 이탈이다. 법무부 소속 과장급 검사들이 추 장관에게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절차 위법을 진상 조사해 달라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역시 자신이 임명했던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까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철회 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어제는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징계위 개최에 반대하며 추 장관에게 사표를 냈다. 추 장관 대신 징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사람이었다. 당장 위원장이 없어서 징계위원회가 열리지 못할 판이다. 그래서인지 2일 열리기로 했던 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의 방어권 보장을 구실로 4일로 연기되었다. 추 장관으로서는 여론이 등을 돌린데 이어 대부분의 검사들의 반발에 직면해있고, 믿었던 자기 사람들까지 이탈하는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고 있다. 주목되었던 감찰위원회와 법원도 모두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특히 징계위원장을 맡기로 한 고기영 차관이 사표를 낸 것은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법과 절차를 어기고 진행되는 부당한 직무정지와 징계라는 판단들이 연이어 나오는 상황에서,  윤석열 징계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 책임을 맡았다가는 훗날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것을 내다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의 앞날에 대한 꿈을 포기하고 추 장관과 이별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이어지는 내부 이탈과 항명은 권력의 균열을 의미한다.

추미애와 함께 집권세력 전체가 늪에 빠졌다. ‘김남국계’가 최대 실세가 된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낙연 대표도 내상이 클 수밖에 없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등을 돌린 추미애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뒤로 물러설 수 없으니 민심을 계속 잃게 되어있는 어리석은 자해적 전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전투는 설혹 이긴들 질 수밖에없는 게임이니, 오도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추 장관이 조종하는 배를 멈추지 않고 함께 승선한 업보이다.

권력이 난파선이 되어버렸으니 배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난다. “나는 배가 침몰할 어떤 상황도 상상할 수 없다.” 타이타닉호의 선장으로 최후를 마친 에드워드 스미스가 했던 말이다. ‘신도 침몰시킬 수 없는 배’라고 불리던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것은, 빙산 경고 메시지가 선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항로를 바꾸지 못했고, 게다가 배는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집권세력의 모습이 타이타닉호의 침몰을 많이 닮았다. 정의와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아니 그런 거창한 것까지 아니라 그저 훗날 안전하게 살고 싶은 공무원들이라도, 지금은 불법 부당한 지시에 가담하기를 거부하고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릴 때이다.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라는 것이 박근혜 시절이 공직자들에게 남겼던 교훈이다.

여권 내 일각에서는 추미애-윤석열 동반사퇴론이 거론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악화된 민심을 일시적으로 달래려는 정치적 절충일 뿐,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길은 아니다. 우선은 법과 절차를 무시하여 민주주의와 법치를 훼손한 추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도리이다. 윤 총장의 사퇴를 물타기식으로 엮는 것은 정당성이 없는 정치게임일 뿐이다. 

윤 총장에 대해서는 보장된 임기를 채우지 못할만한 책임져야 할 사유가 있는지가 우선 분명하게 결론이 나와야 한다. 아무리 결론이 예정된 징계위원회라 해도 추 장관이 제기한 징계사유들에 대해 성실하게 소명하여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할 일이다. 윤 총장은 단지 추 장관을 상대로 여기고 대응할 것이 아니라,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장기화된 갈등에 피로증을 느끼는 국민들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직 검찰총장이 야권의 대선주자로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상황은, 물론 윤 총장의 책임은 아니더라도, 검찰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업무에 복귀한 윤 총장도 혹여라도 화풀이성으로 정권수사의 강도를 높이는 일 없이, 검찰총장으로서의 중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윤 총장도 자신에 대한 방어권을 행사하면서도,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정치적으로는 자중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난국에 빠진 집권세력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관심을 모으게 되었다. 국민의 80퍼센트가 동의했던 검찰개혁의 본질은 사라지고 윤석열 찍어내기만 남았다. 그런 광경에 여론은 여권에게 극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는 해결을 해야 한다, 그래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한다고 해왔는데, 정권 관련 수사를 했다가 집권세력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 검찰총장 사퇴의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추 장관이 내민 손을 덜컥 잡아 함께 늪에 빠져버린 집권세력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들의 무리함을 인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길 밖에 없다. 그 방식은 추 장관의 우선 사퇴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검찰총장 한 명을 상대로 정권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 집권세력의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난리인가.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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