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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공수처법, 조응천과 장혜영의 기권

 

격렬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7명의 위원 가운데 6명 이상에서 5명 이상으로 바꿈으로써 야당 위원 2명이 반대해도 후보 추천이 가능하도록 했다.

공수처법 제정 당시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했던 것은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스스로 만들었던 내용이다. 여야 합의를 통해서만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야당의 반대가 기우임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여당 스스로가 만들었던 야당의 비토권을 공수처가 출범하기도 전에 1년만에 다시 개정하고 나선 것은 모양새가 이상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비토권을 이용하여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공수처의 정상적 출범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개정임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 면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여당 스스로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한 안전 장치로 내세웠던 내용을 최대한의 노력조차 없이 곧 바로 폐기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측 추천위원들이 비토권을 이용하여 후보 추천을 고의로 지연시켰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좀더 있었더라면 여야 합의 추천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의 김태년, 국민의힘의 주호영 원내대표 사이에서는 여야 합의 추천을 위한 협의를 하기로 하고, 협의하는 동안에는 법개정을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법사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원내대표 간의 합의를 뒤집어 버리고 그대로 강행처리 해버렸다. 어찌보면 야당의 비토권 이용을 구실로, 차제에 민주당이 자신이 원하는 공수처장을 추천하기 위해 서두른 모양새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야당의 강한 반대에 상관없이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한 것은 여러모로 명분이 약한 행동이었고, 향후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되었다. 인간의 선의를 믿고서 민주주위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제도를 통해 견제하고 보완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위한 안전한 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해 버린 것 또한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공수처법 개정안은 187명의 찬성을 얻어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 가운데는 민주당 소속 의원 이외에도 흔히 ‘범여권’으로 불리우는 열린우리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의원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정의당 소속 의원들도 당론에 따라 대부분 찬성을 했다. 그런데 눈길을 끈 것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표결 불참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기권이었다. 두 의원은 소속 정당의 찬성 당론과는 달리 자신의 소신에 따라 그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조 의원은 이미 공수처법 개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SNS에 "공수처는 야당의 비토권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으니 과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는데, 이제와서 그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을 진행한다"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의 비판에 대해 “다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징계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런 것도 다 감수하겠다"고 답해, 표결 불참에 따른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있음을 드러냈다. 1년 전 공수처법 표결에서 당론을 어기고 기권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던 금태섭 전 의원의 경우를 떠올리면, 조 의원에게도 징계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역시 당론을 어기고 기권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선택에도 눈길이 간다. 표결을 앞두고 SNS에 “영혼이 새까맣게 타버리는 것 같다. 너무 괴롭다”는 말을 남겼던 장 의원은 당론과 소신 사이에서 그만큼 고민했음을 토로했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은 최초의 준법자는 입법자인 국회여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합니다”라는 소신을 밝히면서도 “찬성 당론을 존중하기 위해 기권에 투표하였습니다”라며 어쩔 수 없이 반대를 하지 못하고 기권을 선택한 자신의 심경을 표결 직후에 밝혔다.

조응천, 장혜영, 두 의원은 표결 이후 당 지지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과 공격을 받고 있다. 당론으로 반대했던 국민의힘 의원들과는 달리 두 의원은 상당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없는 경우들이었다. 모두가 당론에 따라 명분없는 개정에 찬성표를 던질 때 의연히 자신의 소신을 택한 두 사람에게서,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우리 정치의 양심과 기개를 발견하게 된다. 플라톤이 『고르기아스』에서 전하는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하나가 되기 위해 나 자신과 불일치하는 것보다는 전 세계와 불일치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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