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연합뉴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보면서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이 오버랩 되는 것은 필자만 그럴까.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해 당선시키고 난 후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안철수 신드롬이 불 정도로 전국적으로 열풍이 불었고 급기야 2012년 9월 무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

당시 경쟁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였다. 출마선언 하기전에는 박 후보가 문 후보를 크게 이기면서 보수진영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안 대표의 출마로 대권 구도는 순식간에 3강 구도로 굳혀졌다. 초반에는 안 대표가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문 캠프와 박캠프 양쪽진영으로부터 무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불안한 후보라는 프레임에 갇히기 시작했다.

급기야 여론조사에서 양 후보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이에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문 캠프는 여론조사를 통한 야권단일후보 제안을 안 대표에게 했다. 이는 안 대표에게 결정타였고 단일화 프레임에 갇힌 안 대표는 지지층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결국 안 대표는 서울시장직 양보에 이어 대선후보 자리까지 문 후보에게 양보했다. 말이 양보지 사실상 대권을 포기한 셈이었다. 결과는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박빙의 차로 승리해 이명박 정부에 이어 보수진영은 정권연장을 할 수 있었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결국 안 전 대표는 진보진영의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에 그쳤다.

물론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는 차이가 있다. 일단 안 전 대표가 출마선언을 하기전 여야 후보군은 대선주자급이 없다. 인물이 고만고만하다. 뚜렷하게 강세를 보이는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반면 안 대표는 야권 대선 후보로 분류돼 현재 3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윤석열 검찰총장이고 2위는 홍준표 전 대표다. 그러나 두 명 모두 서울시장 출마와는 거리가 멀다. 안 대표 뒤로 야권 오세훈 유승민이 뒤를 따르고 있다.

관건은 안 대표 등판으로 ‘안철수 나비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야권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를 한다면 경선방식에 따라 안 대표는 ‘게임 체인저’가 아닌 흥행을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방식은 △국민의힘 입당 뒤 당내 경선 △당적에 상관없이 참여하는 ‘원샷 경선’(빅텐트 경선) △각 정당 후보 선출 뒤 제3지대 등과 통합 결선(2011년 박원순-박영선 모델) 등 3가지 정도다.

오세훈 전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제1야당 후보다. 대선 후보 지지율은 안 대표보다 낮지만 당 지지율은 훨씬 높다. 국민 대 당원 8대2라고 하지만 국민의당 입당해서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원샷 경선’은 룰 정하는데 진통이 예상되고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으로 한다고 해도 국민의당 후보간 이합집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역시 불안하다.

결국 안 대표가 야권단일후보가 되려면 국민의힘 후보와 본인 간 일대일 국민경선이 그나마 불쏘시개로 전락하지 않는 안이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단일화 경선을 했던 ‘박원순 모델’을 따르는 것이다.

물론 단일화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서울시장 여론조사 향배다. 2012년 대선에서 여론조사로 인해 문 후보에게 무릎을 꿇은 바 있다. 안 대표가 2012년 대선과정을 재연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서울시장 후보로서 관리해 들어가야 한다. 19대 대선처럼 “내가 MB 아바타냐”라는 식의 정치적 실언이나 뻘짓을 하면 안철수 정치인생은 끝이다.

관건은 안 대표가 다른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얼마나 본선 경쟁력을 지니고 있느냐가 ‘원샷 경선’ 또는 ‘단일화 모델’을 요구할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 대표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 안 대표가 원하는 방향으로 굳어지겠지만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더 높다면 양측 모두 복잡한 상황에 처한다. 자칫 각자 길을 걷다가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는 비판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안 대표 쪽이 요구하는 단일화 방안은 ‘원샷 경선’ 또는 ‘2011년 단일화 모델’, 둘 중 하나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민후보는 민주당 후보(박영선)와의 결선 승리 이후에도 민주당 지지 아래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렀고, 넉달이 지나서야 민주당에 입당한 바 있다. 안 대표가 내심 바라는 것도 이런 ‘박원순 모델’로 짐작된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