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사진=연합뉴스>
▲ 정경심 교수<사진=연합뉴스>

 

정경심 교수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1심에 대한 친(親) 조국 진영의 성토가 뜨겁다. 선고 직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경심 1심 재판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몇 시간만에 수만명이 동의를 했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법관의 탄핵을 요구하는 광경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쪽 진영을 대표하던 어느 교수는 이 말도 안되는 청원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시키며 동참을 독려했다.

김어준도 예상대로 판결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검찰은 기소한대로 표창장을 단 한번도 재현하지 못했는데, 어떤 전문가도 검찰이 기소한대로 위조할 수 없다고 하는데, 아래아 한글도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인데, 재판부는 정교수가 표창장을 아래아 한글을 이용해 직접 위조했다고 판단했다”라며 “사법이 법복을 입고 판결로 정치를 했다”고 비난했다. 자신의 ‘믿음’으로 ‘사실’을 뒤바꾸려는 무모함을 버리지 못한다.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을 통한 ‘조국 수호’의 행진은 그렇게 흔들림 없이 계속된다.

압권은 여권 국회의원들의 불복성 발언들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가슴이 턱턱 막히고 숨을 쉴 수 없다. 세상 어느 곳 하나 마음 놓고 소리쳐 진실을 외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 같다. 답답하다”면서 “그래도 단단하게 가시밭길을 가겠다. 함께 비를 맞고, 돌을 맞으면서 같이 걷겠다”라고 글을 올렸다. 같은 당의 김용민 의원은 “윤석열이 판사사찰을 통해 노린 게 바로 이런 거였다”라면서 “윤석열과 대검찰청의 범죄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라고 한술 더 뜨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의 형제당인 열린민주당의 김진애 의원도 뒤지지 않는다. “결국 법원의 검찰 편들기인가요? 사모펀드 혐의도 무죄, 증거은닉 혐의도 무죄인데, 표창장 위조라며 4년 선고?" 라며 항의한다. 사모펀드 혐의의 여러 부분에 대해 유죄 판단이 내려졌고, 증거은닉 혐의는 ‘본인 범죄 증거인멸’이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인데도 마치 죄가 없는 듯이 주장한다. 검찰이 기소한 15개 혐의 가운데 11개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마치 표창장 위조 만이 문제인 것처럼 왜곡하고 호도한다. 혹세무민의 정치다.

1심 재판부는 선고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피고인은 본 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동양대 총장 최성해, KIST 센터장 정병화, 동양대에 재직했던 직원들과 조교 등 입시비리 혐의에 관하여 진술한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 또는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허위진술을 하였다는 등의 주장을 함으로써,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법정에서 증언한 사람을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하여 진실을 이야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습니다.”

재판부의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이야기 한 사람들에 대한, 심지어 판결을 내린 법관들에게까지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광경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가슴에 못박는 입시 서류 위조행위를 하고서도 그게 무슨 문제냐고 적반하장으로 목소리 높이는 세상, 고위공직자 부부가 국민을 상대로 태연히 거짓말들을 하고서도 정의로운 행세를 할 수 있는 세상, 감히 권력 실세의 이런 비리들을 수사했다고 검찰총장을 내쫓으려 하는 세상. 그런 세상을 견디느라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멍이 들고 말았건만,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가해는 계속된다.

재판부는 판결을 내리면서 그 이유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갖고, 사실관계를 갖고 항의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들에게는 사실이 무엇인가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오직 중요한 것은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이라는 자신들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정경심 교수에 대한 재판은 사실과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믿느냐 믿지 않느냐를 선택하는 종교의 영역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 광경들은 정치의 문제조차도 넘어선 집단적 정신세계의 문제가 되고 말았다.

광신주의에 맞서 이성과 합리의 빛을 보여주었던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광신자들은 똑같은 붕대로 눈을 가리고 있다”

이 나라가 불행한 것은 그런 유별난 정신세계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어느 뒷골목 술집에 자기들끼리 모여 떠드는 것이 아니라, 집권세력의 핵심으로 불리우며 나라 한복판에서 추앙받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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