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리스크’와 ‘과학기술혁신’은 한반도와 동북아 미래에 가장 결정적·직접적인 변수”
“과학계 새로운 발견과 기술진보의 파급효과, 시간 지날수록 강력해져”
“학술원, 각국 주요 대학 및 싱크탱크와의 파트너십 적극 활용”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왼쪽)과 전규열 폴리뉴스 정치경제국장이 학술원의 지향점과 활동방향 등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필수 기자>
▲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왼쪽)과 전규열 폴리뉴스 정치경제국장이 학술원의 지향점과 활동방향 등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필수 기자>

 

[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최종현학술원은 ‘지정학 리스크’와 ‘과학기술 혁신,’ 그리고 두 이슈 간 상호 영향을 분석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번영에 대한 지적 담론을 이끌어가고자 한다.”

박인국 최종현학술원 원장이 밝힌 학술원 지향점이다. 박 원장은 지난 7일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학술원의 메인 테마인 ‘지정학’과 ‘과학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과학기술 분야 혁신을 위한 학술원의 활동을 전했다. 이 밖에도 해외 대학과 연구기관과의 협업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최종현학술원은 故 최종현 SK 선대회장 20주기를 기념하여 출범한 지식교류 플랫폼이다. 한반도와 주변 강대국의 지정학 리스크와 과학기술 혁신이 가져올 도전과 기회를 분석, 글로벌 차원의 대응 전략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지식교류 플랫폼으로서 최종현학술원은 지정학 리스크와 과학기술 혁신 등 분야에서 글로벌 차원의 대응 전략 모색과 지식창출에 주력해왔다. 이에 대해 박인국 원장은 “지정학은 역사적, 전통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좌우해 온 강력한 요소였다. 중국, 러시아, 일본과 같은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고, 북한이라는 예측하기 어려운 위협 요인이 지정학적 상수로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각각의 요인이 갖는 위험성과 변동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여건 속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를 사전에 정확하게 진단(identify)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혁신과 관련해서는 “학술원의 또 다른 중점 이슈인 ‘과학·기술 혁신’은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전방위로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동인이며, 이미 각 분야에서 그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 3D 프린팅, 양자 컴퓨터, 빅 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의 각 기술들은 폭넓은 영역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며 “따라서 학술원은 첨단 과학기술 혁신의 현주소와 향후 발전 방향, 한계와 부작용 등을 한국 지식 사회에 소개함으로써 이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과학혁신 컨퍼런스, 과학 석학 특별강연 등을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지정학 리스크’와 ‘과학기술혁신’은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미래에 가장 결정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줄 변수들이라는 점에서, 학술원이 이를 주력 이슈로 선정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처럼 최종현학술원은 ‘지정학 리스크’와 ‘과학기술 혁신,’ 그리고 두 이슈 간 상호 영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결정지을 이슈들에 대한 지적 담론을 이끌어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왼쪽)이 지정학리스크와 과학기술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필수 기자>
▲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왼쪽)이 지정학리스크와 과학기술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필수 기자>

 

박 원장은 학술원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과학혁신에 대해 설명을 이어나가며 “과학계의 새로운 발견과 기술진보가 가져올 파급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측면에서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지정학적, 지경학적 위기요인을 분석하고, 그 역동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학혁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며 “과학혁신이 사회 각 분야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논의함으로써 미래를 준비하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학술원의 핵심 미션”이라고 언급했다.

박 원장은 학술원이 현재까지 펼쳐왔던 과학혁신 사업을 소개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학술원은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 동향을 전하는 한편, 관련 컨퍼런스도 개최했다. 올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온라인을 통한 ‘웨비나(웹과 세미나의 합성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 원장은 “학술원은 출범 이후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을 전파하고, 과학혁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두 차례 과학혁신 컨퍼런스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또한 “2019년 7-8월 개최한 제1회 컨퍼런스에서는 인공지능, 생명과학, 나노과학기술, 양자기술 분야 최고 석학들의 논의를 다루었고, 2020년 1월 개최한 제2회 컨퍼런스에서는 인공지능, 배터리, 반도체 분야 최신 동향을 짚어보았다”며 “해외 석학 초청 특별강연을 통해 신경과학 분야와 과학기술혁신정책 분야의 최근 연구 성과를 대중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팬데믹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특집 웨비나(webinar)를 5-6월에 걸쳐, 두 차례 개최, 기초 면역학, 임상, 진단, 감염병 통계,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더 객관적, 과학적 정보를 대중에게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학술원의 향후 과학혁신 관련 사업 계획에 대해 박 원장은 “앞으로도 생명과학, 뇌/신경과학, 인공지능, 양자과학기술, 에너지/기후환경, 배터리, 반도체, 양자컴퓨팅, 나노과학기술 등 미래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에 대한 지식 교류의 장을 제공해 나가고자 한다”며 “학술원을 통해 국내외 분야별 석학들이 최신 연구 성과와 시사점을 발표하도록 장려함으로써, 대중 지식 나눔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이용한 웨비나 활동에 대한 의지도 드러내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반 지식교류 활동 뿐 아니라 웨비나(webinar)와 같은 비대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여, 더 파급력을 높일 예정이다. 내달 중순인 1월 12일에 코로나19의 현재 상황과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전망을 짚어볼 수 있는 웨비나를 개최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학술원과 각국 대학과 싱크탱크와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을 이어갔다. 박 원장은 “최종현학술원은 국제 사회가 마주한 위기와 이를 넘어설 기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자, 각국 주요 대학과 싱크탱크와의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트너십 활동에 대해 박 원장은 “우선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탑 대학들과 함께, 각 대학의 특성과 상대적 우위를 반영한 국제학술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17차를 맞이한 베이징 포럼, 15회차를 맞이한 상하이 포럼을 비롯해 난징 포럼, 톈진 포럼, 산동 포럼 등이 중국과의 학술 교류 창구로서는 물론, 세계 각국의 정상급 지식인들과 아시아 학자들 간의 활발한 지적 대화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전했다.

이어 “베트남 국립대학과의 하노이 포럼, 태국 출라롱콘 대학과의 방콕 포럼 등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반영하는 한편, 아시아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장 최근에는 일본 동경대학과 함께 ‘동경포럼’을 공동 주최하였고, 2020년 12월 제2회차 포럼을 개최하였다. 동경포럼은 그간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다소 편중되어왔던 학술원 국제 교류의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외교적 긴장이라는 한계를 넘어 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기여하고자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이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필수 기자>
▲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이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필수 기자>

박 원장은 “대학 외에도 각국의 우수한 싱크탱크들 역시 학술원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볼 수 있다”며 해외 싱크탱크와의 연계 활동을 소개했다.

먼저 미국과 중국측 싱크탱크와 활동을 전하며 “특히 하버드 벨퍼센터, 북경대 국제관계학원와 함께 진행하는 한미중 삼자회의의 경우 한-미-중 간 대화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시작되어 벌써 4회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도 같은 포맷의 회의를 브루킹스 연구소, 북경대 국제관계학원과 함께 네 차례 개최한 바 있다. 미중관계, 북핵, 통상경제 등을 주로 중점을 두고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과학기술혁신이 동북아 지정학에 미치는 영향 역시 주요 아젠다로 포함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시아 각국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에 설립한 아시아연구센터(ARC), 그리고 아시아의 우수 학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ISEF 프로그램 또한 학술원 해외 네트워크의 주요 축”이라고 언급했다.

ISEF 프로그램을 두고 박 원장은 “ISEF 프로그램을 통해 방한하는 아시아 각국 학자들은 한국 학계와 교류하며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한편, 문화여행과 세미나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총 17개국, 157개 기관으로부터 파견된 1000여명의 학자들이 ISEF 프로그램을 거쳐갔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중국 내 10개 대학과 연구기관(북경대, 복단대, 인민대, 중국사회과학원 등), 그리고 비중국 아시아 지역 내 8개 대학(하노이 국립대, 출라롱콘대, 양곤대 등)과 공동으로 설립 및 운영하는 ARC의 경우, 각 센터별로 특화된 주제에 대한 연구과제, 학술회의, 출판 및 강연을 지원함으로써 아시아 경제 발전에 걸맞는 학문적 도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현재까지 연구과제 2700여건, 학술회의 600여건, 그리고 출판물 1300여건 등을 연구성과로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인국 원장은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해 동대학원 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제12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주뉴욕대한민국총영사관 영사, 주쿠웨이트대한민국대사관 대사, 제22대 주UN 대표부 대사, UN총회 제2위원회 의장, UN 환경정상회의(지속발전회의) 준비위원회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 황조근정훈장을 수훈한 박 원장은 같은 해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최종현학술원 원장을 맡고 있다.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 <사진=강필수 기자>
▲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 <사진=강필수 기자>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Q 최종현학술원은 지식교류 플랫폼으로서 지정학 리스크와 과학기술 혁신 등 분야에서 글로벌 차원의 대응 전략 모색과 지식창출에 주력해왔다. 학술원 차원에서 지정학 리스크와 과학기술 혁신 분야에 주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정학은 역사적, 전통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좌우해 온 강력한 요소였다. 최근 CSIS와 함께 발족한 <동북아와 한반도에 대한 공동위원회(Commission on Northeast Asia and the Korean Peninsula)>의 주요 멤버인 Joseph Nye 하버드대 교수 역시, 한반도를 ‘지리학의 역설(irony of geography)’이 작용하는 매우 특수한 지역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 러시아, 일본과 같은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고, 북한이라는 예측하기 어려운 위협 요인이 지정학적 상수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각의 요인이 갖는 위험성과 변동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세적 부상에 따른 미국과의 충돌은 이미 동북아를 강대국 패권 경쟁의 각축장으로 바꿔 놓은 지 오래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의 이례적 대화와 협상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역시 여전하다. 이 외에도, 전에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미국발, 일본발 리스크까지 더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적이고 일방주의(unilateralism)적인 외교 정책은 오랜 기간 국제 사회를 지탱해왔던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크게 흔들어놓았고, 동맹에 대한 거래적(transactional) 접근법 역시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을 매우 당황시켰다. 나날이 악화되는 한일관계 역시 한국의 주요 지정학 리스크로 대두되고 있는데,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이로 인한 일본의 수출 규제, 이어진 GSOMIA 연장 중단 등 지난해(2019년)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한일 관계에서 역사적 이슈가 경제는 물론 안보에까지 파장을 미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를 사전에 정확히 진단(identify)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학술원의 또 다른 중점 이슈인 ‘과학/기술 혁신’의 경우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전방위로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동인이며, 이미 각 분야에서 그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3D 프린팅, 양자 컴퓨터, 빅 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의 각 기술들은 산업, 금융, 노동, 의료, 교육 등에 이르는 폭넓은 영역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학술원은 첨단 과학기술 혁신의 현주소와 향후 발전 방향, 한계와 부작용 등을 한국 지식 사회에 소개함으로써 이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과학혁신 컨퍼런스, 과학 석학 특별강연 등을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이렇듯 지정학 리스크’와 ‘과학기술혁신’은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미래에 가장 결정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줄 변수들이라는 점에서, 학술원이 이를 주력 이슈로 선정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술원은 앞선 두 이슈(지정학 리스크&과학 기술혁신) 사이의 학제적이고 통합적 담론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 즉, 과학기술혁신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를 보다 포괄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과학기술 혁신과 지정학 사이의 상호 작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정보통신기술(ICT)로 일컬어지는 첨단 기술이 미중 갈등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고,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역시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과 소재를 인질로 하고 있다. 드론 기술의 발전이 북한의 전통적 핵, 미사일 위협의 정도에 영향을 줌으로써 대북 억지력과 그로 인한 한반도 안보 지형 자체를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이처럼 최종현학술원은 ‘지정학 리스크’와 ‘과학기술 혁신,’ 그리고 두 이슈 간 상호 영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결정지을 이슈들에 대한 지적 담론을 이끌어나가고자 한다.

 

Q 각국 대학 및 싱크탱크와 관계는.

최종현학술원은 국제 사회가 마주한 위기와 이를 넘어설 기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자, 각국 주요 대학 및 싱크탱크와의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선 중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탑 대학들과 함께, 각 대학의 특성과 상대적 우위를 반영한 국제학술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17차를 맞이한 베이징 포럼, 15회차를 맞이한 상하이 포럼을 비롯해 난징 포럼, 톈진 포럼, 산동 포럼 등이 중국과의 학술 교류 창구로서는 물론, 세계 각국의 정상급 지식인들과 아시아 학자들 간의 활발한 지적 대화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 국립대학과의 하노이 포럼, 태국 출라롱콘 대학과의 방콕 포럼 등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반영하는 한편, 아시아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일본 동경대학과 함께 ‘동경포럼’을 공동 주최하였고, 금년 12월 제 2회차 포럼을 개최하였다. 동경포럼은 그간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다소 편중되어왔던 학술원 국제 교류의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외교적 긴장이라는 한계를 넘어 보다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기여하고자 하고 있다.

대학 외에도 각국의 우수한 싱크탱크들 역시 학술원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하버드 벨퍼센터, 북경대 국제관계학원와 함께 진행하는 한미중 삼자회의의 경우 한-미-중 간 대화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시작되어 벌써 4회 진행되었고, 이전에도 같은 포맷의 회의를 브루킹스 연구소, 북경대 국제관계학원과 함께 네 차례 개최한 바 있다. 미중관계, 북핵, 통상경제 등을 주로 중점을 두고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과학기술혁신이 동북아 지정학에 미치는 영향 역시 주요 아젠다로 포함하기 시작하였다.

아시아 각국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에 설립한 아시아연구센터(ARC), 그리고 아시아의 우수 학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ISEF 프로그램 또한 학술원 해외 네트워크의 주요 축이다.

중국 내 10개 대학 및 연구기관(북경대, 복단대, 인민대, 중국사회과학원 등), 그리고 비중국 아시아 지역 내 8개 대학(하노이 국립대, 출라롱콘대, 양곤대 등)과 공동으로 설립 및 운영하는 ARC의 경우, 각 센터별로 특화된 주제에 대한 연구과제, 학술회의, 출판 및 강연을 지원함으로써 아시아 경제 발전에 걸맞는 학문적 도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현재까지 연구과제 2700여건, 학술회의 600여건, 그리고 출판물 1300여건 등이 연구성과로 축적되어있다.

ISEF 프로그램을 통해 방한하는 아시아 각국 학자들은 한국 학계와 교류 하며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한편, 문화여행과 세미나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총 17개국, 157개 기관으로부터 파견된 1,000여명의 학자들이 ISEF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Q 미국의 대북정책 향배에 관심이 고조되며, 불확실성과 가변성이 커진 현 상황에 대해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내놓을 분석과 대응 전략에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진행한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의 성과를 폴리뉴스 독자에게 소개한다면.

11월 20일 공개된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 웨비나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중대한 역할을 하거나 연구를 해온 Joseph Yun, Gary Samore, Robert Einhorn, Bruce Bennett, Scott Snyder 등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북핵문제 등에 관한 신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보는 시간이었다. 각 연사들은 신임 행정부 하에서의 대북정책을 다각도에서 예측하며, 향후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제언을 했다. 연사들이 공통적으로 한미일 삼자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한일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Joseph Yun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에게 취임 초기 평양에 ‘외교적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대북정책을 비핵화 협상에만 한정하지 말고, 신뢰와 평화 구축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도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Gary Samore 교수는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사일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이미 제재와 코로나19로 피폐해진 북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을 감행할 경우, 추가적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 사회의 공감대가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Robert Einhorn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국에 산적한 국내정치 이슈들로 인해 북한 문제가 바이든 외교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협상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보다는 핵시설 폐쇄를 포함한 여러 중간 단계의 합의와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거쳐 최종적인 비핵화와 평화 구축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협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Bruce Bennett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과거 협약을 이행하는 데에 있어 미흡했음을 강조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우선 북한이 과거의 약속을 이행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추가적 제재와 같은 ‘채찍’ 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당근’ 역시 함께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내다보았다.

이 날 참석한 연사들 중 가장 비관적인 시각을 내비친 Scott Snyder 수석연구원은 북한이 이미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상황 속에서, 내년에 진행될 8차 당대회 등을 통해 미북 간 대화의 공간을 먼저 만들지 않는다면 향후의 협상 역시 교착 상태에 빠질 것으로 분석했다.

학술원은 앞으로도 내년 1월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북핵 문제, 한미동맹 이슈 등 한미관계의 제반 측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Q 일본의 수출 규제와 한국의 노재팬 운동 이후 한일관계 경색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양국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 산업 분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외교, 지정학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양국 정계가 협의를 이루려면 어떤 관점의 접근이 필요한가.

한일관계는 늘 부침을 겪어왔지만, 2019년 강제 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이로 인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그리고 그에 대한 한국 정부의 GSOMIA 연장 중단이라는 초강수가 이어지며 극한으로 치달았다. 비록 올해 아베 총리가 건강을 이유로 사임하고, 한국 사회에서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양국 관계에 반전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기는 했으나, 코로나19와 미국 대선 등 다른 어젠다에 밀려 힘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학술원은 정치외교적 한일관계의 개선에 앞서 민간 차원에서의 대화와 협력에 대한 공감대 형성, 그리고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일본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다. 동경대학과 공동 주최하는 동경포럼이 가장 대표적인 예인데, 이 포럼의 주제는 한일관계가 아닌 ‘Shaping the Future’이다. 즉, 양국 현안을 넘어 국제 사회가 공동으로 마주하고 있는 위기를 함께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협력의 길을 모색해나가는 것이다.

2019년, 주요 반도체 부품 및 소재에 대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로 그간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한일 기업인 간 대화 및 교류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제1회 동경포럼에서는 ‘한일 비즈니스 특별 세션’을 개최하는 데에 성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 윤 삼양홀딩스 회장(한일경제협회 회장), 허용수 GS 에너지 사장, 나카니시 히로아키 일본 게이단렌 회장, 미무라 아키오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 금융그룹 회장 등 한일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어려운 정치적 여건 속에서도 민간은 대화의 창을 유지해야한다는 것이었으며, 사회/문화적 Interaction과 청년 세대의 교류를 주요한 과제로 꼽았다. 학술원 역시 민간 차원에서의 네트워크와 협력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한일이 정치외교적 긴장을 뛰어 넘어 미래 지향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고, 한일 지식 사회 간 교류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자 한다.

 

Q 학계 일부에서는 현재 미중 갈등을 ‘투키디데스 함정’(고대 스파르타가 아테네의 급부상을 두려워한 것이 2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라고 설명)으로 설명한다.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 양국의 내셔널리즘을 갈등의 원인과 해결 실마리로 접근할 수 있다고 보는지.

미중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투키디데스 함정’과 ‘킨들버거 함정’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필요하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2012년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제시한 개념으로, 앨리슨 교수는 현재의 미중관계를 투키디데스 함정의 프레임으로 분석하면서 기존 패권국인 미국과 부상하는 강대국인 중국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킨들버거 함정은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소개한 개념으로, 1930년대 대공황의 원인을 국제적 공공재(global public goods)를 공급할 리더십의 부재에서 찾았던 미국의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의 주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나이 교수는 미중 관계가 투키디데스 함정 뿐 아니라 킨들버거 함정에 빠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1930년대 미국이 영국을 대체하면서도 글로벌 공공재 공급에 실패하면서 대공황을 초래하고, 이것이 극단주의 세력에 힘을 실어주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비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나이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글로벌 공공재 공급을 등한시할 경우, 세계가 다시 킨들버거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 아래 미국이 글로벌 공공재 공급을 포기하려는 징후가 보였지만, 이와는 차별적 정책을 지향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바이든 행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펼칠지가 향후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나이 교수가 지적한 대로 중국이 과연 공공재를 제공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국가주의와 고립주의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이 소위 ‘like-minded group’을 형성하여, 국제사회 공동의 문제에 협력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다.

 

Q 20세기 스페인독감의 창궐이 파시즘의 대두와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된 것처럼, 코로나19 이후 국가주의, 고립주의 등 자국을 우선시하는 풍조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사회, 환경적 변화로 인한 극단적 정치세력, 사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 단위에서 어떤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영국의 몰락은 가속화된 한편, 신흥 경제 강국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질서의 재편이 이루어졌다. 영국, 프랑스 등이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전쟁 비용을 조달하면서, 미국이 세계 최대 채권국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패권을 잃어가던 영국과 프랑스 등은 패전국 독일에 과도한 배상금을 요구했고, 이로 인한 독일 내 극심한 경제난과 인플레이션이 히틀러를 위시한 파시즘의 대두로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위기 역시 고립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풍조 확산에 기름을 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대놓고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특정 국가(중국)을 비난하는 여론을 형성했고, 이는 이미 악화되던 미중관계에 기름을 부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가 발생할 때 극단적이고 자국 우선주의적인 사상을 가진 정치 세력과 사상이 득세하고, 국제적 갈등 기류가 강해진다.

국가주의(nationalism), 고립주의 풍조의 지속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팬데믹, 기후변화, 테러리즘, 비확산 등의 글로벌 이슈들은 국가주의와 고립주의의 팽배 하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건은 바이든 행정부 하 미국이 얼마나 빨리 국제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사안별 다자협력의 메커니즘을 복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다. 또한 한국과 같은 중견국(middle power) 들이 이러한 추세를 견인하고 공고화해나가는 데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Q 학술원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과학혁신에 대해 설명한다면?

과학계의 새로운 발견과 기술진보가 가져올 파급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질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지정학적, 지경학적 위기요인을 분석하고, 그 역동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학혁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과학혁신이 사회 각 분야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논의함으로써 미래를 준비하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학술원의 핵심 미션이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생명공학, 나노테크놀로지, 신경기술 등 4차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개별 분야의 세계적 최신 동향을 짚어보고,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미래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자 전세계 유수의 싱크탱크, 학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Q 학술원이 그동안 펼쳐온 과학혁신 사업에 대해 설명한다면?

학술원은 출범 이후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을 전파하고, 과학혁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두 차례의 과학혁신 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2019년 7-8월 개최한 제1회 컨퍼런스에서는 인공지능, 생명과학, 나노과학기술, 양자기술 분야 최고 석학들의 논의를 다루었고, 2020년 1월 개최한 제2회 컨퍼런스에서는 인공지능, 배터리, 반도체 분야 최신 동향을 짚어보았다. 또한 해외 석학 초청 특별강연을 통해 신경과학 분야와 과학기술혁신정책 분야의 최근 연구 성과를 대중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팬데믹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특집 웨비나(webinar)를 5-6월에 걸쳐 두 차례 개최했다. 기초 면역학, 임상, 진단, 감염병 통계,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보다 객관적, 과학적 정보를 대중에게 공유함으로써, 한국 사회가 코로나 사태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는 데에 일조했다고 자부한다.

나아가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코로나 19 위기, 대응, 미래’(이음, 2020)라는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학술원에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출간한 과학서적인 ‘코로나 19 위기, 대응, 미래’(이음, 2020)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물/면역학적 특성, 코로나19 팬데믹의 전개 양상,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전망 등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문제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Q 학술원의 향후 과학혁신 관련 사업 계획은?

앞으로도 생명과학, 뇌/신경과학, 인공지능, 양자과학기술, 에너지/기후환경, 배터리, 반도체, 양자컴퓨팅, 나노과학기술 등 미래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에 대한 지식 교류의 장을 제공해 나가고자 한다. 학술원을 통해 국내외의 분야별 석학들이 최신 연구 성과와 시사점을 발표하도록 장려함으로써, 대중 지식 나눔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반 지식교류 활동 뿐 아니라 웨비나(webinar)와 같은 비대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여, 보다 파급력을 높일 예정이다. 내달 중순(1월 12일), 코로나19의 현재 상황과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전망을 짚어볼 수 있는 웨비나를 개최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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