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추진 10년, 지주 이해 관계 제 각각
정부, 공공재개발 이득 크지 않다는 지주 설득해야

 서울 영등포 양평 13구역의 모습, 공업 지역과 주택이 혼재되어 있다. <사진=이민호>
▲  서울 영등포 양평 13구역의 모습, 공업 지역과 주택이 혼재되어 있다. <사진=이민호>

 

[폴리뉴스 이민호 기자] “땅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공공재개발) 그게 되겠어요?”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영등포구 양평13구역에서 29일 만난 M공업사 C대표는 사업 시행에 회의적인 모습이었다. 

공공재개발은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기존 민간 재개발 사업과 달리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임대주택 기부채납비율 완화 등 사업성 보장을 위한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대신 전체 주택 가운데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서울 시내에 주거 약자층을 위한 주택을 짓기 위해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주 사업자로 참여한다. 

공공재개발이 성사되려면 서울 주택 가격과 지가에 버금가는 이익을 제시해 주길 바라는 지주와 집주인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지주의 눈 높이 차이를 좁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C대표는 “재개발 추진위가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 사업 추진이 잘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양평13구역은 준공업지역으로 2010년 12월 조합설립 및 사업시행인가가 완료됐고, 굴지의 대기업들이 시행사로 참여했으나 결국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13구역 인근 D공인중개사 A대표는 “이곳이 공공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지주들이나 건물주들의 이해 관계가 제 각각이어서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대표는 “현재 이곳 지가는 3.3㎡당 5500만 원가량”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지난 22일 공공재개발 후보지 8개 구역을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니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다만 A대표는 “이보다 더 비싸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가가 이렇게 비싸니, 임대 이익이나 개발 이익에 대해 지주들은 철저히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주들은)공공재개발에 참여해서 얻는 이득과 이곳에서 임대료 받는 것을 비교할 때 전자 이득은 크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A대표는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며 “양평13구역은 재개발 추진위가 있지만 반대하는 이들이 많아 사업 추진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양평13구역의 상황은 바로 옆 양평14구역과 비교해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공공재개발 후보 지역으로 함께 지정된 양평14구역은 주로 주택이 많다. 

A대표를 비롯해 취재원에 따르면 모 택시회사와 모 자동차회사부지, 교회 등에서 사업 추진을 반대했으나 주택 지분이 70%가량이라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재개발 사업을 LH 등 공기업과 조합이 공동 사업으로 진행하려면 주민 2분의 1 이상 동의와 지분 5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양평14구역은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C대표는 재개발 구역이 진행되면 “이 비싼 땅을 (시가에 60%가량) 공시지가에 몇 퍼센트 이율을 붙여, 보상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받는다면 큰 손해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지주라면 직접 임대료를 받는 게 훨씬 이익이 크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K 기계’를 운영하는 K대표는 “준공업지역으로 묶여 다른 것을 하기 힘들고, 그동안 재개발도 지지부진했으니 공공재개발로 보상을 받고 나가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양평13구역 지하철 5호선 2번 출구 바로 앞 공터를 ‘D건설’에서 지난해 11월 390억여 원에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고밀 개발’에 적합한 지역이다. D건설사를 비롯해 비교적 큰 지분을 가진 지주들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양평13구역의 사업이 순항할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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