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확산 속 대형 백화점의 오픈 "집단감염 우려"
자영업자들 "코로나19에 쇼핑몰까지, 엎친데 덮친격"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새롭게 문을 연 한 대형 백화점. 많은 인파가 몰려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새롭게 문을 연 한 대형 백화점. 많은 인파가 몰려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형 백화점이 들어섰다.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았고, 언론들은 일제히 해당 백화점이 오픈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같은 날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별 신규 확진자 수는 382명. 서울에서만 129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용산구 대학병원 관련 집단감염 인원도 19명이 집계됐다. 백화점이 들어선 여의도와 집단감염이 발생한 용산구 사이의 거리는 약 5km다.

또한 이날을 포함해 현재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는 2단계다. 식당·카페 등 일반음식점은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 결혼·장례식 등 행사장은 100명 미만만 참석할 수 있다. 종교활동은 전체 참석인원 중 20%만 참여할 수 있다. 축구 경기와 같은 스포츠 관람도 관중 10% 이하만 관람할 수 있다. 한편, 여의도에 새롭게 문을 연 백화점에는 개점 이후 나흘간 약 100만명이 넘게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가오픈 첫날, 백화점은 하루 매출만 약 20억원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여의도에 위치한 한 김치찌개 가게를 찾았다. 7개의 테이블이 있었는데, 단 한 테이블에서 그것도 손님 1명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해당 가게의 상인에게 하루 매출을 물었다. 오후 4시까지 12만원을 벌었다고 답했다.

백화점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카페도 상황은 비슷했다. 50평 남짓한 이곳은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카페 점주 A 씨(52)는 "여의도는 직장인이 절반 이상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직장인들이 많이 찾아와서 살 수 있었다"며 "하지만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피크 시간대인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뚝 끊겼다. 모두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지하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상인 B 씨(38)의 한숨도 깊어져만 갔다. 그는 "이 근처에 대형 쇼핑몰이 벌써 2곳이다"면서 "백화점이 또 오픈하면서 고정적으로 오는 단골손님들조차 다 뺏긴 상태"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에 대형 쇼핑몰 입점까지 겹친 여의도 상인들은 앞날이 깜깜하다며 방역수칙 불평등도 주장하고 나섰다.

자영업자 A씨(52)는 "국가에서 시키는대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다"며 "하지만 돌아오는 건 폐업 위기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같은 '장사'를 하는데, 우린 규모가 작으니 이렇다 할 대책 없이 그냥 무너진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시작했지만, 온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기 일보 직전"이라고 말했다.

 

9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한 식당의 모습.  저녁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거의 없었다. <사진=김현우 기자>
▲ 9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한 식당의 모습.  저녁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거의 없었다. <사진=김현우 기자>

 

코로나19 확산 속, 인파 몰리는 백화점

여의도에 들어선 대형 백화점에 대한 우려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19 국내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좀처럼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 백화점으로 인파가 몰리니, 또 다른 집단 감염·대확산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방역 당국은 더 현대 서울에 대한 방역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많은 인파가 다녀가는 등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나온 데 따른 조치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8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더 현대 서울과 관련해 "위험성을 보고 있다"며 "특정 시설에 대한 밀집도를 완화할 수 있는 추가적인 대책을 해당 시설, 지자체 등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손 반장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방역에서 강조하는 것은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것"이라며 "밀집도와 비말 배출 정도 등 다양한 검토 후 위험도 평가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방역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는 여전히 컸다. 여의도에 거주하는 시민 윤선미 씨(26)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을 하지만, 백화점 내에서는 거리두기, 5인이상 집합금지 등 방역 수칙이 거의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불안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민 이지현 씨(31)도 "식당을 가면 밥을 먹을 때 마스크를 벗는데, 테이블끼리의 간격도 생각보다 좁고 사람들이 몰려있어 걱정된다"며 "백화점 내부의 상황을 보고 난 후 당분간은 다시 방문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일 브리핑을 통해 "주요 관광지와 쇼핑몰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며 "백신 접종에 더해 봄바람에 방역 경각심이 눈 녹듯 사라진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백화점 측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고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 할 것 이라며 자율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먼저 해당 백화점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한시적으로 주말 동안 차량을 이용해 방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의 자발적 동참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백화점 회원에게 제공되는 ‘무료 주차(2시간)’ 혜택도 3월 주말 동안 한시적으로 중단키로 했다.

아울러 주말 동안 여의도역과 여의나루역 등 인근 지하철역과, 지하철과 연결되는 지하보도 등 출입구에 안내판을 설치해 고객들이 매장 혼잡 정도를 확인하고 방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높은 관심과 호응에 감사드리지만, 고객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시돼야 하는 만큼, 다소 불편하더라도 고객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방역 대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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