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스튜어드십 코드) 지침 강화 지적

국민연금이 최정우 회장 연임에 중립을 결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달 30일 포스코 서울센터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첨단보조기구 전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처>
▲ 국민연금이 최정우 회장 연임에 중립을 결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달 30일 포스코 서울센터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첨단보조기구 전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처>

 

[폴리뉴스 박응서 기자]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연임에 중립을 결정하면서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스튜어드십 코드) 지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에서 9일 회의를 열어 12일 개최할 포스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연임 안건에 ‘중립’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지분을 11.17%나 보유한 최대 주주이다. 이어 씨티은행이 7.41%, 우리사주조합이 1.68%이고, 74.3%가 소액주주여서 최 회장 연임에 국민연금 선택이 결정적인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최 회장 연임에 중립을 선택함에 따라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수탁위는 최 회장 연임 반대 근거로 제시된 빈번한 산업재해와 기업가치 훼손이 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확한 반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앞으로 최고경영자 책임을 강화하는 관련 법이 등장할 것을 고려해서 판단하면 안 된다고 보고 최종적으로 중립을 결정했다.

그동안 정치권은 여당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이 최 회장 연임에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포스코에서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 행사를 주문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5일 “포스코는 최고경영자가 책임지고 산업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국민기업이 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수탁위에서는 여당의 연임 반대 요청이 오히려 중립을 선택하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최 회장 연임을 반대하면 정치권 요구에 따랐다는 평가를 받아,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걱정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주총에서 찬성표를 던지며 정치권 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탁자책임 지침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기준 적용이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에 따르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 당해 회사 또는 계열회사 재직 시 명백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침해 행위 감시 의무 소홀 등에 해당하면 이사 재·선임에 반대할 수 있다.

이번 수탁위에서 국민연금은 포스코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업재해 등을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와 감시 의무 소홀 등으로 최 회장 책임과 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ESG를 수탁자책임 지침에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SG를 확대 적용하면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사 재·선임을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ESG 적용에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올 1월 기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에서 환경(A), 사회(B), 지배구조(A+) 등을 통합해 A등급을 받았다. 최근 5년간 포스코에서 사망자 42명, 재해 75건이 발생했어도 ESG 평가에서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결정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연금은 국민 기업 포스코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으로 지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포스코의 부실경영에 나몰라라 한다는 것은 국민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책임 방기이자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노웅래 위원은 “어제 민변과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포스코 임원 64명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하게 32억원의 주가 차익을 챙겼다며 검찰에 고발했다”며 “2018년 3000억원에 인수한 아르헨티나 염호가 35조원 가치에 달한다는 최근 포스코의 뻥튀기 홍보 역시 주총을 앞두고 업적을 과장 포장하려는 근거 없는 허위 정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증권거래소와 금감원이 이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도 허위공시 의혹이 있었던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노 위원은 “지난 5년간 산재사망자 44명, 산재관련 법 위반 7143건, 최악의 산재기업 1등 포스코의 산재는 단순 사고가 아닌 전형적인 인재”라며 “최정우 회장 스스로 밝혔듯이 50년 넘는 설비들이 수두룩한데도 노후시설 교체와 안전 설비는 뒷전이고, 심지어 법적 의무인 위험성 평가보고서까지도 마음대로 조작해서 보고했다”는 강조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연금이 오는 12일 주주총회에서 최정우 회자 연임 여부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국민연금의 중립 결정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스튜어드십 도입 취지에 역행하는 것으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호진 대변인은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를 산재 1위 기업으로 만들며 기업가치를 현저하게 떨어뜨린 장본인”이라며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 7월 이후 지금까지 포스코에서 산재로 사망한 사람만 최소 21명이고, 고용노동부 공식집계에서도 2019년 하청사망만인율이 높은 원청사업장으로 포스코를 지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