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 왕도는 없다, 개인 기질과 경험 반영해 투자 전략 짜야"
수출의존도 높은 우리나라에서 빚투는 절대 반대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에 뛰어든 주린이들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주식투자에 왕도가 없으며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해 투자전략을 짤 것을 권유했다. <사진=전규열의 좌충우돌 영상 캡쳐> 
▲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에 뛰어든 주린이들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주식투자에 왕도가 없으며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해 투자전략을 짤 것을 권유했다. <사진=전규열의 좌충우돌 영상 캡쳐> 

 

[대담 폴리뉴스 전규열 정치경제국장, 정리 신미정 기자]  코스피 3000시대로 주식 열풍이다. 주린이(주식+어린이), 빚투(빚내서 투자)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이제 막 주식을 시작한 개미투자자들을 위해 15일 <폴리뉴스>가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1993년부터 한국금융연구원과 국민연금, 키움증권, 교보증권 등 주요 증권사에서 이코노미스트로 27년을 보낸 인물이다. 경제와 주식 관련 책도 1년에 한 권씩 꾸준히 내고 있다. 홍 대표가 최근에 출판한 책은 ‘돈의 역사2’다. 화폐와 전염병, 기후변화, 경쟁, 신뢰, 금융위기, 갈등 7가지 이슈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바꿔왔는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유튜브 ‘홍춘욱의 경제강의노트’와 빅데이터 기반의 AI 부동산 ‘리치고’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홍 대표는 자신도 한 때는 주린이였다고 말했다. 심지어 빚투자자였다. 하지만 그때 왜 자신이 실패했는지 돌아보며 제대로 된 주식공부를 시작했고, 이를 정리하다 보니 책을 내는 수준까지 오르게 됐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주식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에 뛰어든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제 막 주식을 시작하는 주린이라면 자신의 스타일을 알고 주식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주식시장에 섞일 수 없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모멘텀학파로 주식시장이 상승 추세에 있을 때 주도주를 잡고 낙세장으로 접어들 때는 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인 평균회기학파는 경제가 결국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생각에서, 소외된 주식을 찾아 적정가격으로 회귀할 때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취한다.

두 학파는 세계관이 다르며 주식시장에 대응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홍 대표는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을 잘 따져보고 선택하라고 추천했다. 홍 대표는 매월 첫날 우리나라 수출입통계 자료를 확인하며, 추세를 따라갈 수 있는 정도로 부지런함을 갖춘 이들에게는 모멘텀학파투자를, 기업의 공시보고서를 분석하고 일주일에 5-6시간을 주식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평균회기학파투자를 추천했다.

홍 대표는 영끌, 빚투에 대해서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아 주식변동성이 크다. 국가 자체에 레버리지(leverage)가 반영돼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빚을 내서 투자하면 매우 위험해진다는 설명이다.

또한 홍 대표는 현재 시장금리 급등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현재 주식시장에 대해 낙관론을 펼쳤다. 현재 시장 금리의 이상급등에 대한 우려로 모멘텀이 조금 꺽여 있고, 평균회기학파들이 선호하는 주식도 조금씩 키를 맞추는 건전한 조정시기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1. 이력이 대단하다. 한국금융연구원, 국민연금, 키움증권 주요 증권업계 이코노미스트를 지내고, 경제와 주식 관련한 저술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경제와 주식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오랫동안 이코노미스트로 생활해 왔지만 나도 주린이 시절이 있었다. 93년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나왔던 책 중 하나가 우리가미 구니오의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이었다. 가장 무모한 사람이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라고, 주식과 관련된 책이라곤 이 책 딱 한권 읽었다. 주식공부도 했겠다, 당시 석사학위도 땄고 연구원에서 1-2년 이코노미스트 생활도 했겠다,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돈도 모았겠다, 뭣도 모르고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4년에 걸쳐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당시 나는 빚을 내서 투자했던 빚투자자였다. 지금과 비슷하게 새로운 인가를 받은 은행들이 시장에 참여하는 시기였다. 마이너스 통장 만드는게 매우 쉬웠고 재직증명서만 있으면 바로 돈을 빌려주던 시절이었다. 그게 부족하다 싶으면 맞보증까지 종용하던 시기였다. 이럴 때 시작했으니 처음에는 좋았다. 하지만 시작한지 얼마 안되 대통령 비자금 사건부터 반도체 불황까지 터지면서 큰 고통을 겪었다. 당시 아픈 경험 때문에 한때는 주식투자를 기피하던 시기도 있었다. 상처가 컸다. 이런 일을 겪다보니 내가 왜 실패했나? 경제는 왜 예측불허의 충격을 가져오나? 와 같은 고민들을 하면서 공부 하기 시작했다. 이를 정리하다보니 책을 내는 수준까지 오르게 됐다. 

 

2. 주식 열풍이다. 젊은 사람들도 주식투자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 특히 소액을 가지고 처음 주식을 시작한, 소위 ‘주린이’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투자 방향을 제시해 준다면?

지금 생각해보면 초창기에 수업료 내길 잘 했다. 이런 일들을 겪어서 그런지 최근 주린이들을 긍정적으로 본다. 일단 주식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증가하는 자산이다.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주가 폭락  공포 때문에 주식을 아예 기피하는 사람도 있는데,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에 뛰어든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주린이들이 주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주식시장에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첫째는 모멘텀학파다. 모멘텀은 추세·주총이라는 뜻으로, 이 학파에서는 시장이 오르고 있는 추세인가 빠지고 있는 추세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주식투자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은 주식시장이 상승 추세에 있을 때는 주도주를 잡아야하고 낙세장으로 접어들 때는 숴야한다고 주장한다. 

모멘텀투자자의 대표적 인물이 제시 리버모어다. 제시 리버모어는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투자자로 월스트리트의 큰 곰이라고 불렸다. 그는 대공황 시절 당시 우리돈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이 사람의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격언이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이다. 

모멘텀투자자들은 시장의 추세가 상승인가 하락인가를 판단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기술적 분석이다. 기술적 분석을 통해 지금이 상승 추세인가 하락 추세인가를 보여주는 지표들에 주목한다. 또 이 학파의 철칙이 손절매다. 모멘텀투자자들은 추세가 꺽였다 싶었을 때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포지션을 정리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90% 이상이 모멘텀학파에 속한다.

그러나 자금의 규모만 놓고보면 반대편 학파가 더 크다. 평균회기학파다. 이들은 아무리 잘 가던 추세도 끝나며 경제라는 것은 결국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학파에 속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전략이 역발상 전략이다. 역발상 전략은 주식시장에서 소외돼있고 부진한 주식을 잡아서 그 가격이 적정가격, 즉 시장의 평균 혹은 그 주식의 역사적 평균 수준으로 회기할 때까지 잡자는 발상이다. 평균회기학파가 주식가격의 바닦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2020년 3월에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패닉이 발생해 주식시장이 폭락할 때, 이 종목은 위험을 감안하고 잡아도 된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자는 사람들이 평균회기학파다. 결국 주식시장이 오르고 내리고 할 때마다, 오를 때 사는 사람이 모멘텀학파이며 하락할 때 사는 사람이 평균회기학파이다. 그래서 평균회기학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 평균인가하는 것이다. 여기서 시장의 평균이냐 혹은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내재가치의 평균이냐에 따라 역발상 투자학파나 워런 버핏 같은 가치투자학파도 나오게 된 것이다.

모멘텀전략을 택한 투자자가 해야할 것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종목이 상승추세를 타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멘텀투자자는 경제지표에 집중해야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매월 첫 째날 발표되는 수출입통계를 통해서 내가 택한 기업의 상승 모멘텀이 이어질 것인가를 확인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평균회기학파는 기업의 공시 보고서를 읽기 좋아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기업들의 실적이 나올 때 마다 주목하고 단순히 실적이 좋아졌냐 나빠졌냐를 떠나서 이 회사가 산업 내 가지고 있는 지위나, 회사의 자산 가치, 주력 제품들이 가지고 있는 시장성 등을 판별해야하는 투자자가 평균회기학파다. 종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 전략의 대표 인물이 워런 버핏이다. 그는 주식투자를 위해 일주일에 5-6시간 정도 공부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시간과 능력이 없으면 이 전략은 어렵다.

따라서 투자전략을 짤 때 자신이 어떤 성향에 속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젊었을 때는 모멘텀학파였지만 현재는 평균회기학파다. 개인의 기질이나 경험도 투자전략을 짤 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주식투자의 왕도다라는 식으로 단언하는 것은 반대한다. 유연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3.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 빚투(빚내서 투자한다)라는 말이 유행이다. 빚을 내서 하는 투자를 어떻게 보는지? 위험대비 수익률이 높다면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방안이 될수도 있지않나?

영끌, 빚투는 절대 반대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안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너무 크다. 예를 들어 부동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가격 하락률이 5%가 안됐다. 그 만큼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담보가치도 있고 사용가치도 있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따라서 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적다. 그래서 빚을 내서 부동산 대출을 받는 게 과하지 않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식은 다르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2000에서 1400으로 가는데 두 달밖에 안 걸렸다. 만약 그 때 투자원금 1000만원으로 2000-3000만원 정도 빚을 내서 투자했다면 마진콜 당했을 거다. 마진콜은 보유하고 있는 주가가 담보금 이하로 떨어졌을 때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서 담보를 더 내놓지 않으면 다음 날 보유 주식을 시장가로 팔아버리 겠다는 증권사의 요구다.   

한국은 경제자체에 이미 레버리지가 반영된 나라다. 주식시장 자체가 수출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미 레버리지가 들어가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여기서 추가로 레버리지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4. 몇몇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주식 투자방식의 문제 중 하나가 단기 투자라고 말했다. 단기투자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단기투자가 문제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모멘텀학파에 속하는 투자자라면 불가피하게 단기투자를 할 수 있다. 단기투자가 문제라고 하는 사람들은 평균회기학파일 것이다. 내재가치로의 주가 회기를 주장하는 사람은 당연히 장기적으로 투자한다. 하지만 모멘텀투자자 세계에서는 투자기간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추세가 살아있는가 아닌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단기투자가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 보다는 자신의 투자원칙이 어디에 속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투자할 때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 처럼 자신의 성향과 스타일을 잘 알고 했으면 좋겠다.

 

5. 주식을 시작하기 전에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주린이들은 시간이 부족하다. 효율성 측면에서 주린이들이 보다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노하우가 궁금하다.

주린이 대부분이 모멘텀투자자라고 가정하고 말하자면, 이들에게 가장 도움 되는 것은 금융의 역사다. 시장이 어떻게 오르고 빠졌는가에 대한 역사를 알면 좋다. 모멘텀투자자에게는 최근에 나온 책 ‘버블 : 부의 대전환’ 을 추천한다. 이는 역사적으로 존재해 왔던 주식시장의 버블 형성과 붕괴 과정을 연구한 책이다. 고점 신호와 붕괴 징조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 주식투자를 할 때 추세가  살아 있는지 혹은 현재 추세가 어떤 추세인지 파악하는데 상당히 도움된다.

평균회기투자자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워런 버핏 바이블’이다. 이는 워런 버핏이 매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를 할 때 발간한 장문의 보고서를 모아 만든 책이다. 워런 버핏은 여기서 자신이 종목을 고르는 기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내용이 어렵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도 좋다.

 

6. 최근 미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부양 정책과 채권금리 상승으로 인해 뉴욕증권시장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덩달아 우리 증권시장도 충격을 받고 있다. 주린이들에게 앞으로의 전망과 대응방안을 제시해 준다면?

모멘텀투자자 입장에서 시장 금리 상승은 아직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왜냐하면 경기가 좋아져서 금리가 오르는 부분도 있고, 인플레이션 발생 자체가 중앙은행이 의도한 바가 크다. 금리가 상승한 것이 돈을 풀어서 경제를 살리자는 측면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시장 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이 위험할 확률은 적다고 생각한다.

만약 투자자가 평균회기학파라면 시장 금리 상승은 이들이 기다리던 때다. 평균회기학파들이 좋아하는 주식은 자산가치가 많고 고객기반도 잘 다져져 있지만 코로나 쇼크로 인해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해있는 회사들이다. 그러다보니 이 회사들 입장에서는 시장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매우 좋은 징조이며 매출 회복의 신호다.

우려하는 바는 두 학파 모두가 좋아하는 장이 버블을 만든다는 점이다. 두 학파의 만장일치가 이뤄지는 시기에는 시장이 급등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시장 금리의 이상급등에 대한 위험 때문에 모멘텀도 조금 꺽여있고, 평균회기학파들이 선호하는 주식도 조금씩 꿈틀거리며 시장의 키를 맞추는 건전한 조정이다. 그래서 시장 금리의 이상급등만 없다면 둘다 행복한 시기다. 그래서 현재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낙관론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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