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싱가포르선언 계승’ 입장 아직 내놓지 않아, ‘중국전략’의 하위변수

오는 5월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청와대]
▲ 오는 5월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청와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정책과 북미협상 새판 짜기가 마지막 퍼즐 맞추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5월 하순 미국 방문과 한미정상회담이 마지막 퍼즐 맞추기의 분수령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올라 있는 외교안보 현안은 산적하다. 교착국면의 북미 비핵화 협상, 한미동맹 점검, 코로나19 백신수급 및 한미 간 방역협력, 한미 반도체·밧데리 등 기술동맹, 한미 그린뉴딜 추진협력,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미국의 대중국 압박전략과 한국의 참여범위 등 예민한 사안이 널려 있다.

이들 한미 현안 중 핵심은 북한과 중국문제다. 이 둘은 한 묶음처럼 엮여 있다. 미국은 북한 핵과 중국 압박문제를 한 세트로 몰아 동북아 외교안보 질서를 ‘한·미·일 대 북·중·러’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싶은 일부 속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 핵문제’와 ‘미중 갈등’을 따로 떼어놓아야 하는 입장이다. 

‘한반도 신냉전질서’ 구축은 미국 강경보수 세력과 일본의 이해에 부합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이에 반대한다. ‘신냉전질서’ 구축의 실제 의미가 ‘북한 비핵화 포기’이며 ‘북한의 핵능력 강화’로 이끄는 길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은 ‘한반도 신냉전질서 구축’이 구미에 당기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전략적 인내’로 계속 지켜볼 수만은 없다.

미국이 북미 비핵화협상보다는 대북압박과 제재로 일관하며 북한 핵문제를 중국에 떠넘기려 한 것이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였다. ‘중국 역할론’으로 북한 핵문제를 중국에 전가해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북한 핵문제를 중국에 전가하면서 일본과 한국까지 묶어내는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 ‘전략적 인내’는 북한 핵능력을 저지하기보다는 강화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중국은 ‘북핵 불용’이란 원칙 속에서 북한을 압박했지만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핵의 소형화·고도화에 속도를 냈고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시험 발사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중국을 겨냥한 사드를 배치해 핵심이익을 관철했다. 

바이든 정부로서는 ‘전략적 인내 시즌2’를 설계해 한국을 쿼드(Quad) 플러스에 동참토록 해 중국을 포위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적 이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맞춰 문 대통령을 설득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4월16일 진행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신냉전질서 구축’에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초강대국간의 관계가 악화하면 비핵화를 위한 모든 협상을 해칠 수 있다”며 “만약 미중간의 갈등이 격화된다면 북한이 그런 갈등을 유리하게 활용하거나 이용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신냉전구도’가 현실화되면 비핵화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곧 한국이 쿼드에 참가해 중국에 대한 군사대치의 최전선에 설 수 없다는 뜻을 완곡하게 한 것이다. 한미동맹이 북한을 넘어 대중국 군사동맹으로 확장되고 한반도가 미중 갈등의 냉전질서의 한복판에 설 수 없다는 얘기다. 한미 정상은 5월 하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이를 두고 최종적인 의견 조율을 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또 문 대통령은 NYT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협상 실패를 언급하면서도 바이든 정부를 향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폭넓은 목표를 정해놓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미 비핵화협상은 진행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싱가포르 합의라고 주지시킨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요구를 바이든 행정부가 받아들일 지 여부가 5월 한미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거부하면 모든 것이 원점이다. 북한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며 ‘한반도 정세’는 예측 불가의 상황에 빠져 든다.

그리고 북미협상이 재개될 경우 단계적 비핵화 협상의 필요성을 얘기하며 “(영변 핵 복합시설 폐기 등) 단계들이 미국의 상응하는 양보와 잘 맞아 들어가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북한에게 더욱 소중한 자산들의 제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이러한 시나리오대로 가면 완전한 비핵화로의 과정이 “불가역적”으로 된다면서 “대화와 외교가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국가안보실장 시절 트럼프 행정부에게 제시한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방식으로 영변 핵시설과 ICBM 제거에 상응한 미국 측의 양보를 제안했다. 

바이든 정부 ‘싱가포르선언 계승’에 대한 입장 내놓지 않아, ‘중국전략’의 하위변수 

남은 것은 미국의 태도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문 대통령이 요구한 ‘싱가포르 선언 계승’과 ‘종전선언’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외교적 인센티브와 추가 대북제재 모두를 언급하며 양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북정책 재검토도 마무리됐다는 언급도 없다. 미국에게 대북정책은 대만을 둘러싼 양안문제처럼 ‘대중국 전략’의 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중국과 연계된 전략·전술적 계산이 진행 중일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대중국 포위전략’ 하위변수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16일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대중국 포위전략의 강하게 밀어붙였다.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 <새 시대를 위한 미·일 글로벌 파트너십>에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문제를 명기해 중국을 자극했다. 여기에 홍콩과 신장위구르 인권 상황도 짚었다. 일본 내부에서조차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나갔다는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적으로 일본을 대중국 압박전선의 전면으로 등을 떠미는 형국처럼 비춰진다. 이에 일본 언론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결과에 일본이 당혹해하면서 한국의 쿼드 플러스 참가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5월 하순 한미정상회담 또한 미일정상회담과 비슷한 양상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인 일본과 함께 한국도 대중국 압박전선의 전면에 나서도록 압박할 개연성이 있다. 그러난 북한 핵문제와 함께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문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기는 어렵다.

한미동맹을 인권과 가치동맹, 기술동맹으로 강화하는 방향에서 한국의 역할과 기여를 높이는 쪽으로 노력하겠지만 한반도가 미중 군사적 대결구도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중요한 목표다. 그러나 이는 미국과 국내 언론을 통해 문 대통령이 ‘미중 줄타기 외교’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미국은 2016년 사드배치 때와는 달리 한국의 의견을 존중할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에서 승산이 없음을 보여줬다. 지금은 미중 갈등 승부처가 미래 기술패권경쟁으로 옮겨갔고 여기에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또한 북한 핵능력을 ‘인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당장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만이라도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를 중국에 맡겨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부분이다. 북미 협상만이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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