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윤호중 원내대표 선출에 이어, 5월 2일 전당대회를 통해 송영길 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며, ‘대선 승리를 향한 변화’의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송 신임대표는 현 상황이 분명한 위기임을 인정하고 그 지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당명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기에 재보선 참패를 수습하고 대선체제로 전환하려는 민주당이, 지도부 구성이라는 첫 발을 뗀 것입니다.

당대표 선거는 불과 0.59%p.의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었습니다. 송영길 후보가 국민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오히려 승부를 가른 것은 친문주류인 홍영표 후보보다 무려 9%p 우세를 나타낸 일반당원 여론조사였습니다. 송영길 후보가 주장했던 ‘당심과 민심이 괴리되어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당원들의 답변이었습니다. 결국 개혁과제의 완수에 방점을 둔 선택이 윤호중 원내대표였다면, 재보선의 참패와 민심 이반을 온몸으로 겪은 일반당원들의 선택은 당의 변화와 혁신을 주창한 송영길 대표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왼쪽)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1.5.2.<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왼쪽)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1.5.2.<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민주당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믿을만 하다’기 보다는 ‘한번 지켜보자’ 정도로 보입니다, 특히 지도부 재편 과정을 ‘강성 친문’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언론의 논조에 다소 허둥대는 당의 모습은, 민주당의 오늘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친문’ 조직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무현의 명제에 뿌리를 두고 있고, 촛불의 경험을 공유하며 확대된 민주당 조직의 근간이자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조직이 어느 순간 ‘폐쇄적인 극렬 지지층의 대명사’가 되고 태극기처럼 정치적으로 사라져야 할 유물인양 인용되는 것이, 문재인 정권 5년차 민주당의 현 주소입니다. 냉정한 평가와 치열한 반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재보선 참패와 함께, 현재 차기 대선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대부분 정권교체론이 우세합니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받아든 지난 4년간 성적표입니다. 코로나19와 부동산 폭등 속에서 민생의 어려움은 가중되었고, 개혁을 둘러싸고 끝없이 반복되는 진영간 대결은 정치의 효능감은 고사하고 국민들의 피로감만을 키웠습니다.

현 시점에 ‘정권재창출을 위해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는 명제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가 문제일 것입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가 대한민국의 정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드는 민주당의 변화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민생 관련 정책들의 오류를 솔직하게 시인하고 수정해야 합니다.

부동산 정책과 그 결과에 대한 평가는 ‘정부여당의 정책능력 부족’이라는 것이고, 국민들은 그것을 여당이 재보선에서 패배한 제일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가격 폭등과 전세난으로 서민과 청년들이 꿈을 상실해간다는 지적 속에, 20여차례의 부동산 대책은 정부여당의 오만으로 비춰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정책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도록 보완하고 수정해야 합니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에 준거해서, 예를 들어 공시가 폭등에 따른 1주택자 보유세 감면,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등의 조치는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부동산 외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민생 정책에 대한 신뢰를 쌓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법’ 등 현안들도 보다 치밀한 준비와 공개된 토의를 통해 정책의 정합성과 추진력을 높이고 빠른 실행에 옮겨야 할 것입니다.

둘째, 더 많은 소통과 더 많은 토론이 있는 정당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재보선 패배 후 2030 초선의원들이 발표한 입장문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지만, 강성당원들의 문자 폭탄 속에 흐지부지 묻혔습니다. 하지만 누가 보더하도 그들의 주장은 일시적으로 덮혀진 것일 뿐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당내 민주주의라는 이슈가 ‘민주당’에서 터져나온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초선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1.4.9.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초선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1.4.9. <사진=연합뉴스>

그 첫 번째 과제로 조국사태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와 정리가 필요합니다. 국민을 둘로 갈라놓을 만큼 집권기간 중 가장 큰 사건이, 당 내에 언급 자체를 피해야 하는 금기로 남아있어서는 안됩니다. 왜 조국이란 개인과 검찰개혁의 성공과 좌절을 동일시하게 되었는지, 민주당은 왜 그것을 방치하고 있었는지, 이제는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당시 젊은이들의 분노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제는 역사적 사실로서 청년들에게 되돌려줄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특히 촛불로 탄생한 정권이 그 동력을 상실해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권재창출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과 새 지도부가 발전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성역이나 검열 없이 토론하는 문화는 민주주의 실천을 위한 전제이고 민주당이 왜 민주당인지를 확인해줄 잣대입니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미셀 푸코는 권력중독에 빠진 정당과 시민에 대해 ‘파레시아’ 즉 ‘용기있게 말하기’를 실천하라고 했습니다. 주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진솔하고 용기있게 행동하는 것이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주체로 서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의 발탁소감이 ‘대통령에게 No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수석이 되겠다’였는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08번뇌의 기억 속에 침묵해야 하는 초선들, 화상회의에 발언권조차 얻기 힘든 현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민주당의 모습입니다.

셋째, 2030 MZ, 미래세대의 고민에 집중하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재보궐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가장 뼈아팠던 것이 전통적 고정지지층으로 생각했던 20대 30대의 이반이었습니다. 젊은 층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은 미래가 없습니다. 민주당의 보다 큰 역할이 미래에 맞추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대위-전국청년당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4.28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대위-전국청년당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4.28 <사진=연합뉴스>

추상적인 미래가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갈 이른 바 MZ세대를 수용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86세대가 87년 체제를 이끌어내고 이후 30여년을 규정했듯이, 코로나와 4차산업혁명 흐름에 힘겨워하는 MZ세대지만, 그 극복의 주체도 그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신뢰를 얻는다기보다 민주당 스스로가 MZ세대를 수용하고 그들을 정책과 의사결정의 중심에 둘 수 있어야 합니다. 보여주기 식의 인물교체가 아니라, 실제 연령과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과감한 인적 쇄신이 당 내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집권기간 내내 민주당 아젠다의 중심이 과거 청산에 두어져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과제입니다.

넷째, 국민의 시각에서 통합과 타협의 정치를 실천해야 합니다.

양당구조에 편승하여 줄타기하는 위태로운 모습은 배격해야 합니다. ‘차악의 선택’을 강요하는 네가티브 전략의 한계는 4.7재보선의 결과가 확인해주었습니다. 비교우위전략이라 할 수 있는 ‘저들보다는 우리가 낫다’고 지지층에 의존하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과 계층을 넘어 정책 하나하나에 국민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변한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동일한 맥락에서 야권을 정치적 동반자로 인정하고 타협의 정치를 견인해야 합니다. ‘갈등의 조정’은 정치 본연의 역할이고, 이것은 다른 말로 타협입니다. 다만 타협은 상대방에 대한 인정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당시의 야당을 정치의 다른 한 쪽 날개로 인정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재보선 승리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분위기도 일부 감지되지만, 타협의 정치로 실익을 구현하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기득권과 내로남불, 부당한 이익의 소지를 없애는 이해충돌방지법이 8년만에 여야합의로 통과되었다는 것은 모범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등도 검토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모든 것을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타협이 불가능한 영역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의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
▲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의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코로나 이후 대전환시대를 준비하는 국가발전전략을 논쟁하고 리더십을 검증하는 대선의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년 대선이 진영내 분열로 다자 경쟁구도가 될 것이라는 일부의 예측도 있지만, 야권의 경우 제3지대의 육성을 전제로 국민의힘과의 통합 또는 단일화 경선이라는 야권단일후보 구상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상황입니다. 대선이 정책과 인물에 대한 평가마저 배제된 양 진영간 전쟁으로 흐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민주당 역시 다소 이완된 진보 진영 연대를 복원하는 중심에 설 필요가 있습니다.

야권의 단일화를 경시할 수 없음은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나아가 민생을 둘러싼 현안과 아젠다가 내년 대선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만큼, 열린우리당과의 합당. 정의당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기본소득, 주택, 청년 일자리 등 주요 민생 아젠다에 대해 범개혁 연대의 확대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당의 신임 지도부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은 물론 진보진영의 다양성을 대변하는 모든 대선주자들이 나서서 가장 효과적으로 정책과 리더십 대결을 벌일 수 있는 대선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 개혁과 민생 과제의 장단기 해결방안을 녹여내는 유능한 정당의 모습을 보이는 것, 이것이 실질적인 민주당의 쇄신이고, 정권재창출로 가는 혁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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