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스토리' '충청 대망론' 등 여야 러브콜 봇물
김종인 "어떤 아젠다...'경제 대통령'으로 나올 수 있어"
이광재 "김동연 전 부총리, 윤석열과 달리 신의 있는 사람"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철 지난 이념논쟁이나 흑백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민생이며 미래'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철 지난 이념논쟁이나 흑백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민생이며 미래"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야를 뛰어넘는 관심을 받고 있다. 포문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열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김 전 부총리를 지목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김 전 부총리에 대해 "김 전 부총리가 움직이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어젠다를 들고 나오는지 두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부총리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한 듯하다"면서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경제 대통령' 얘기와 함께 (대선에)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별의 순간이 온 것 같다"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하지만 윤 전 총장과 함께 할 것만 같던 김 전 위원장이 최근 김 전 부총리에게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김 전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의 측근인 남기춘 변호사를 제주도에서 만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윤석열)에 대해 더이상 묻지 말라. 내가 뭐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라며 "목적의식도 없는데 무조건 내가 먼저 무슨 관심을 두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원유철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에 참석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범야권 후보들의 단계적 단일화를 거쳐 후보를 선출하는 삼투압 경선 로드맵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단계 경선 대상으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2단계 대상으로 김동연 전 부총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무소속 의원을 지목했다.

20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당대표가 되면 야권 주자가 될 수 있는 모든 후보군을 만나 생각을 공유할 것"이라며 "윤석열 전 총장 뿐 아니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모든 방법으로 가능한 야권 후보를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 전 부총리를 야권의 대선 주자로 공개 거론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자 18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으로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이광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위원장이 이번에는 김 전 부총리를 야권의 대선후보로 띄운다고 한다"며 "김 전 부총리에 대한 평가와 기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정략에 흔들리는 무게 없는 분이 아니며 야권의 불쏘시개로 쓰일 한가한 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다른 한 사람(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달리 김 전 부총리는 신의가 있는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를 '신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한 윤 전 총장과 대비해 야권으로 김 전 부총리의 야권행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민주당·국민의힘 "우리 사람" 주장 

민주당에서 김 전 부총리가 '우리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지난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바 있어서다. 또 김종민 전 최고위원 등이 올해 2~3월 김 전 부총리를 만나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할 당시 "출마한다면 전략공천이 아니더라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김 전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 민주당 측 주장이다. 

반면 야권이 김 전 부총리가 야권행을 택할 것이라 보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 시절 소득주도성장 경제 정책을 두고 반기를 들며 마찰을 빚기도 했고, 야권의 번듯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 '충청 대망론'이 나오며 대선 경쟁에 뛰어들만한 인물로 번듯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권 도전을 밝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의 대선 경쟁을 훨씬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김 전 부총리를 평가하기도 했다.

흙수저 스토리 김동연...'충청 대망론'도 

이렇게 여야가 서로 김 전 부총리를 영입하려는 이유는 진보와 보수 어디에도 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그의 스토리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 전 부총리는 흙수저 출신으로 젊은 층을 끌어 안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동시에 성공 신화 스토리를 만들어낸 그의 성장 배경은 중장년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열한 살에 부친을 여의고 청계천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돈을 벌기 위해 상고를 나온 뒤 한국신탁은행에 입사, 야간대학인 국제대(현 서경대)를 다니며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했다. 특히 충북 음성 출신인 김 전 부총리는 충청 대망론을 이을 수 있다는 기대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여야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정작 김 전 부총리는 정치권 진입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말처럼 김 전 부총리가 실제로 여야 어느 한쪽에 입당에 대선에 도전할 지 여부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재 김 전 부총리는 강연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고 다음 달 초 책 출간을 예정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17일 JCI 경기지구 청년회의소 임원연수강연에선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는 성과를 내려는 성급한 마음 탓에 '청와대 정부'를 만들게 된다"며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 조직에 권력과 권한이 집중되는 현재의 정치 구조에 문제의식을 드러낸 발언을 내놔 주목받았다. 또 추격경제의 금기, 세습경제의 금기, 거품경제의 금기를 깨야 한다고 제안하며 정치 개혁을 위한 시민 참여와 진영 논리 타파를 강조했다.

한편 김 전 부총리는 지난 2018년 12월 세종시를 떠나며 '야당과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부총리였다"고 짧게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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