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현상의 양가성(兩價性), 그래도 세대교체가 우선이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불어닥친 이준석 돌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부상한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시간이 갈수록 다른 주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가고 있다. 그의 급부상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하며 당심(黨心)이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던 사람들도, 이러다가 진짜 ‘30대 야당 대표’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국민의힘의 당 대표 경선은 당원 70%, 일반 여론조사 30%의 비율로 치러진다. 당심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중장년층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당심은 이준석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여론조사에서 이준석이 단연 우위를 차지하여 민심을 얻는 현상이 계속되면 당원들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상태에서 만약 나경원, 주호영 전 원내대표 같은 당 대표가 선출된다면 그것은 국민의힘이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신호로 해석될 것임을 당원들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당심이 민심을 거스를 수 없는, 그래서 이준석 당 대표가 등장할 가능성이 실제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0선의 30대 청년이 당 대표가 되는 일이, 그것도 보수정당에서 나온다는 것은 그동안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었다. 가장 완고해 보였던 정당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그것도 갑자기 가능했을까. 여러 요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한번도 되지 못했지만 10년 동안의 방송활동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는 중진급 정치인 이상이었다. 말솜씨 또한 뛰어나다. 주호영이 ‘동네 뒷산’만 올랐다고 공격해오면 ‘팔공산’만 다섯번 오른 사람이라고 맞받아친다. 나경원이 ‘예쁜 스포츠카’라고 공격해오면 ‘깨끗한 전기차’라고 맞받아친다.  50~60대 중진 정치인들이 말싸움으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런 광경들에 하버드 출신의 학벌이 겹치면 ‘똑똑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낳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준석이 급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때를 맞춰 있었던 진중권 교수와의 젠더 논쟁이었다. 남성들이 당하는 역차별을 주장하며 안티 페미니즘적 발언들을 쏟아냈던 이준석은 많은 여성들의 비판을 받고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는 시선도 받았지만, 결국 ‘이남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지지율이 껑충 뛰는 수혜자가 되었다. 이준석을 잡겠다던 진중권이 오히려 그를 키워준 셈이 되어버렸다. 이준석은 여러 소음들조차도 자신의 무기로 만들만큼 영악했다.

이준석의 돌풍은 양가적이다. 그는 안티 페미니즘과 능력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것 때문에 ‘이남자’들의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우리 사회라는 공동체 전체를 보듬고 가기에는 많이 부족한 리더십이다. 편가르기에 올라타서 인기를 누리는 정치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필자 또한 그런 이유로 이준석을 비판했었다. 그런 사고로 대선정국을 이끌어가는 제1 야당 대표가 되는 것은 야권 전체로서도 적지않은 리스크가 따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석은 변화에 가장 둔감하고 완고했던 보수 야당의 변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고 있다.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된다면 그렇게도 불가능해 보였던 국민의힘의 세대교체는 순식간에 이루어질 것이다. 그 파장은 단지 야당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86정치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지금 모습 그대로 대선을 치르기는 어렵게 될 것이다. 환갑을 앞둔 여당 대표와 30대 야당 대표가 만나는 장면만으로도 엄청난 대비 효과를 주게 될 것이다. 이준석 대표의 등장은 정치권 전체에 세대교체와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일대 사건이 될 것이다.

물론 연령적 세대교체에 모든 답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나이가 젊어도 낡은 사고에 갇혀있는 청년 정치인들의 이름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이준석에게서도 양가적 모습들을 지켜보아 왔다. 공동체 정신에 보다 충실한 다른 인물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질 때 우리는 그 양가성 가운데 어떤 것이 큰 줄기인가를 읽을 필요가 있다. 이준석에게서 여러 한계가 보인다 한들, 변화의 계기를 좀처럼 찾기 어려웠던 우리 정치권에 세대교체의 바람을 몰고올 수 있다면 그만큼 의미있는 사건도 없을 것이다. 이준석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체의 늪에 빠져있는 한국정치의 일대 변화를 위해서 30대 야당 대표의 등장을 기대한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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