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수 “미국, 문 정권 이후 한국의 체제 변화 보고 대북관계 판단할 것”
차재원 “삼성·SK의 40조원 투자는 결국 국부로 환원될 것”
홍형식 “한·미정상회담 이후 백신 성과는 국민에게 큰 의미 없어”
김능구 “40조원 투자, 우리 정부의 투자가 아닌 기업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판단 측면에서 봐야”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달 21일 미국이 조 바이든 체제로 새롭게 시작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남북관계의 변화는 가능한지에 대해 살펴봤다.
이날 좌담회에는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그리고 본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참석했다.
지난 5월 22일(한국시간) 새벽에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은 '한·미동맹과 북핵·백신 협력·미사일 사거리 제한 지침 종료'라는 3가지 성공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이에 관해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눴다.
황장수 소장은 “커트 캠벨 미 백악관 NSC 아시아 조정관이 최근 ‘싱가포르 체제와 기존 대북관계 토대 위에서’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에 관해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상당히 불편하게 생각했다고 한다”며 “이를 보듯이 우리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싱가포르 체제 계승 등의 표현이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어 황 소장은 “미국은 북한이 먼저 노력을 하면 단계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 트럼프 전 미 대통령처럼 ‘탑다운(Top-Down)’ 방식의 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은 없다”며 “한국 정부의 여러 가지 노력이 북한에 선전은 되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방향의 전환을 이뤄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정권 말기인 문 정권을 상대로 대북관계를 진전시키기보단 한국의 체제 변화를 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능구 대표는 “우리 정부는 전략적 인내나 일괄 타결의 방식이 아닌 ‘스몰딜(Small-Deal)’ 형태로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나가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의 외교적 관계 속에서 해결 방법을 풀어나가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인 진전이 가능할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남북한의 대화 공간을 확보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황 소장은 “바이든 정부 입장에선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는 뒤에 있고 사고만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중국과 대만 문제가 우선이며 이란, 중동 사태도 있어 북한 문제는 4순위, 5순위로 밀렸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은 ‘대북관계 결론을 내기까지 클린턴 이후 모든 정권의 정책을 다 검토했다’는데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라며 “체면을 세워줄 순 있어도 전처럼 다시 대화와 협상이 재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남한과 북한 간 대화할 공간을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한 것으로 하는데 북한은 미국이 쉽사리 협상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어떤 형태로든 긴장을 조성한 후 협상에 직접 끌어들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북한조차도 이번 협상의 결과를 기대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재원 교수는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한미정상회담은 북한이 의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정상회담을 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대북정책이라는 말인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2018년 북·미 간의 싱가포르 합의는 존중하겠다는 의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공개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일종의 남북관계에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차 교수는 “젠 사키 대변인이 ‘바이든과 김정은이 직접 회담하는 것은 최고의 의제가 아니다’라고 얘기했듯이 트럼프 전 대통령 때같은 깜짝 만남은 없을 것이지만 싱가포르 합의를 존중한다는 뜻만 명확히 밝힌다면 북한 입장에서도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해 나름의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대북제재 완화, 종전선언 등까지 갈 가능성은 적어 보이나 미국 정부의 유연성이 북한을 회담장으로 이끌만한 매력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차 교수는 “좋은 징조가 있다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외교가 직면했던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이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서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이라면서 “쿼드 참여 부분에 관해서도 커트 캠벨 조정관이 우리나라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얘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상당히 좋은 여건 속에서 기회를 잡은 것이다”라고 낙관했다.
김능구 대표는 이에 관해 “트럼프 정권 이후 한·미합동 군사훈련의 실제 기동훈련은 계속 연기되고 취소됐으며 북한도 핵실험 등의 도발을 자제한 상황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그것이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가 있다. 조금 더 신중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홍형식 소장은 “국민들이 보기에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좀 낯설다”며 “한국이 미국에 4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가는데 한국도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과거 같은 상호투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이 미국에 투자하는 목적은 명백한 안보적 보상을 전제로 해서 셈법에 맞는다지만 우리가 40조 투자를 해서 얻어올 수 있는 게 무엇인가”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홍 소장은 “사실 백신은 우리 국민들이 버틸 만큼 버텼고 빨리 들여와 봐야 몇 달 차이 안나는 상황이므로 백신 성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결국 한반도 문제에 대해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핵심인데 예전처럼 한미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고 안보 보장을 받아오려는 것도 아니며 남북 관계개선 정도가 초점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시각에서 동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능구 대표는 이에 관해 “4대 그룹이 40조원 가량 투자를 하는데 그들이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해 투자하는 것 아니다”라며 “재벌 대기업들의 유보금이 엄청난 규모로 쌓여 있는데, 그것을 활용하는 선순환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그들은 ‘IMF 이후 이미 주주 구성 상 외국인이 절반 이상인 상황이라 나라를 위한 관점으로 투자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지 오래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투자가 아니라 기업들의 자기 이해관계에 따른 판단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차재원 교수도 “이번 건은 40조원의 투자이지 원조가 아니다”라며 “이 40조원의 투자는 바이오, 배터리, 칩 등에 이루어지는데 바이오 같은 분야의 경우 미국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으므로 거기에 투자해 우리가 생산공장의 역할을 하면서 일종의 백신 허브가 된다면 전체적으로 국부를 창출하는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배터리 같은 경우도 현재 우리나라의 배터리 시장규모가 너무 작아 중국이나 미국을 비롯한 전기차 시장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주요 시장인 미국에 선투자해서 토대를 만들 수 있음므로 국부로 환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차 교수는 “옛날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때처럼 돈이 떼이는 방식도 아니므로 국민들 입장에서 40조원의 투자 부분에 대해선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황장수 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두 회사의 특혜 시비 가능성을 누군가는 지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그는 “트럼프 정권 때부터 지속된 요구는 우리가 미국 내에 제조업 공장을 세워서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부분이었지만 이번에 투자하는 곳은 삼성과 SK며 백신을 위탁 생산할 한국의 공장도 삼성과 SK”라며 “백신 위탁 생산이 성과로 점쳐지는 상황이 된다면 항상 문제가 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이 상승할 것이며 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투자하는 회사도 2개인데 혜택을 받아오는 회사도 같은 두 곳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사면에 대해선 황 소장은 “진작 다른 주제와 관련해서 했어야 한다”며 “정상회담을 다녀와서 사면하는 것은 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8월이면 형기의 절반을 넘기는데 나온다 치더라도 다른 의혹으로 기소된 것이 3개쯤 기다리고 있어 (사법리스크가) 풀리는 것도 아니다. 우스운 모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재원 교수는 이에 관해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정치적 측면만 있지만 이건 오히려 더 큰 고차방정식 같은 문제이므로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고민스러울 것”이라면서 “반도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안보와 직결돼 있으므로 그런 부분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제기되며 민주당 쪽에서도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만약 사면한다고 했을 경우 지난 2008년 이건희 전 회장 사면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비판했으므로 다시 ‘내로남불’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도 있다. 상당히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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