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란 이름이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준석 현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흐름이, 불과 한달여 만에 돌풍을 넘어 이제는 가히 태풍의 기세라 할 만 합니다. 5월초 조사에서 13.1% 지지율로 나경원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는데, 22일 조사에서는 30.1%로 17.4%에 그친 나 후보를 앞서고, 28일 예비경선 직후에는 무려 42.6%의 지지율로 치고 나갔습니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홍문표(왼쪽부터), 주호영, 나경원, 조경태, 이준석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오른소리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홍문표(왼쪽부터), 주호영, 나경원, 조경태, 이준석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오른소리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닷새 앞둔 지난 6일,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PNR리서치가 조사하여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당대표 후보 이준석의 지지율은 41.3%로 압도적인 1위입니다. 나경원 후보가 20.6%, 주호영 후보가 9.7%였고, 홍문표 후보와 조경태 후보는 3%대의 지지율에 그쳤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만 구분해서 봐도 이준석 후보가 과반인 49.9%, 나 후보 28.3%, 주 후보 11.5%입니다. 국민의힘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의 지지율도 48.7%입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흐름상으로는, 막판 돌발적인 변수가 없는 한 36세의 젊은 정치인 이준석이, 제1야당 그것도 보수의 뿌리를 자처하는 국민의힘 당대표로 자리잡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임에 분명하지만, 최종적인 결과를 떠나 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에 대한 분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상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정치적 흐름은 세가지 정도로 요약됩니다.

우선 정권교체를 위해 보수정당의 혁신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이준석이 그 상징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예비경선 분위기로는 통과가 유력시되던 김웅, 김은혜 등 초선의원들이 모두 탈락하고,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이준석 후보에게 몰표를 주었습니다. 결국 본 경선은 ‘0선’의 이준석과 4선과 5선의 기존 중진 4명이라는 극명한 세대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바로 대선과 연계된 집권의지가 기존 보수세력의 전략적인 선택을 낳고 있다는 점입니다. 4.7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국민의힘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55.3%, 30대는 56.5%였습니다. 20, 30대 유권자로의 외연확장이라는 승리 공식을 대선까지 이어가고 싶은 열망이, 이준석을 당의 얼굴로 삼는데 주저함이 없도록 기존 보수지지층들을 몰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중도층이 국민의힘의 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갤럽 조사에 의하면 올해들어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의견이 정권유지보다 계속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 기득권이 된 민주당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지만 기존 보수세력과는 함께 할 수 없었던 중도층들이 있었는데, 기성체제를 비판하고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이는 젊은 정치인 이준석에게 그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무당층의 이준석 지지도는 거의 과반에 육박합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준석의 기세지만, 경륜이 부족한 이준석 당대표 체제에 대한 당 안팎의 불안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그러한 불안감이 정권교체라는 대의 측면에서 볼 때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러면 이제 우려되는 부분, 이준석 현상의 한계를 짚어보겠습니다.

언제나 역사를 이끌어온 큰 변화의 동력은 청년들의 몫이었습니다. 이른바 586세대라는 민주화 세대가 누군가 말했듯이 ‘살아서 서른을 맞는 것이 부끄러운 시대’를 살아야 했듯이, 우리 역사의 산업화 세대나 민주화 세대 모두 젊은 시절 고뇌와 저항을 동력으로 그 열망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오늘 우리사회의 MZ세대는 전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흐름 속에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무한경쟁의 틀 속에서 극단적인 양극화가 우리 사회 곳곳을 신음하게 할 때,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는 그 어떤 공감과 연민, 구체적인 배려도 얻지 못한 채 경쟁의 현장으로 내몰렸습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젊은 층에 회자되던 것이 이미 10여년 전부터였음을 상기하면, 기성 세대를 부인하고 개인의 가치에 몰두하는 MZ세대의 정치성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너희들은 좋은 환경에서 컸다’는 꼰대적 시각의 반대편에, 그리고 진영대결에 몰입한 정치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외치는 공정과 정의의 이면에 건널 수 없는 계층의 고착화가 자리잡고 있는 현실, 차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짊어진 가장 큰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준석 현상에서 가장 우려되는 측면이 여기에 있습니다. 청년층은 물론 결국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요구인데, 그것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세우겠다는 정치인 이준석이 그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능력주의이고 경쟁입니다. 보수의 주역임을 자처하는 나경원과 주호영 후보가 ‘신자유주의적 발상’이라고 우려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서울과학고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그가, 자신의 학업과 그 이후 정치권에서의 성취를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었다고 표현합니다. 최근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교육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는데, 화려한 수사와 화법 뒤에 숨겨진 정치인으로서의 내공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업에서 주택난까지 청년 층의 당면 현안에 대한 입장도 알려진 바가 없다보니, 생물학적인 청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또한 이준석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안티페미니즘, 여성과 청년에 대한 할당제 거부 등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완하려는 공동체적 노력을 부정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국가사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편가르기를 통해 정치적 우위를 점하려는 트럼프 식의 선동정치, 우익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대부분 야권 내부에서 나오는 지적들인데, 실제로 당대표 이준석이 된다면 국민의힘이 제대로 구심력을 갖고 작동할 수 있을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의원들에 대한 리더십은 물론이고, 당직자들 통제 또한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필수적이 되리라 예상하는 것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영입입니다.

최근 이준석 돌풍과 함께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어제 측근을 통해 ‘정해진 바 없다’고 전하기는 했지만, 전직 대통령 등 적폐세력 수사로 국민의힘 입당에 딜레마를 안고있는 윤석열 전 총장 입장에서, 당 내 기득권 세력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이준석 대표 체제는 입당이라는 선택에 유리한 조건임에 분명합니다. 이준석 입장에서도 대선주자를 통해 당의 실질적인 구심력을 확보하고 본인은 변화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입니다. 전당대회 이후 윤석열의 입당 문제는 다시금 진행형이 되리라 예상됩니다. ‘국민의힘 입당과 경선’, 또는 ‘자체세력화 후 단일화’라는 윤 전총장 앞에 놓인 두 개의 길 모두에서, 국민의힘이라는 플랫폼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에 그렇습니다.

경선과정의 남은 변수는 예비경선과는 달라진 경선룰 정도입니다. 예비경선은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국민여론을 50대50으로 반영하던 데 비해, 본 경선은 70대30의 비율입니다. 예비경선 권리당원 투표에서 나경원 후보가 이준석 후보를 1%p 정도 미세하나마 앞섰다는 점이, 2위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후보나 다른 중진들이 한 가닥 기대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30대와 40대 초반의 정당대표, 행정 수반까지 탄생한 사례가 많습니다. 10대부터 정당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유럽의 정치문화가 길러낸 것이라 우리 정치 풍토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정치의 큰 흐름 속에서 30대 제1야당 대표의 탄생은, 우려되는 바 이상으로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민주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의 세대교체 요구와 함께, 적어도 청년 정치인들이 들러리로 취급되는 현상은 극복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더 나아가 2030세대에 의한 정치적 쓰나미는, 여야를 막론하고 기득권적 구시대 정치를 심판하는 혁신의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제부터 33만명에 달하는 선거인단 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첫날부터 25%를 상회하는 높은 투표율에 대한 해석에 분주한데, 당 대표 선거의 결과와 그 이후 당과 대선후보 윤석열의 움직임 등을 가지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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