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만 22번 언급... '독재' '개악' '파괴' 맹공 
정진석, 권성동, 이종배 등 국민의힘 의원 10명 응원차 방문 
지지자 1000여 명 몰려... 일부 실신 사태
여론 지지율 1위 유지... 이재명 지사와 양자 대결에서 우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 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 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홍수현 기자] 오랜 잠행을 이어가던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검찰 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117일 만이다. 1000여 명의 지지자와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그의 첫 정치 행보를 함께했다.  

윤 전 총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며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 첫 공식 기자회견.... "저 윤석열은 대한민국 지킨 영웅들과 함께할 것"

윤 전 총장은 지난 4개월여간 잠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풀어내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3월 초 공직에서 물러난 후 많은 분을 만났는데 한결같이 도대체 나라가 이래도 되는 거냐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했다"며 천안함 청년 전준영과 K-청년 이찬호, 생활고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의 사례를 들었다. 

이어 "그들은 왜 국가는 희생만을 요구하는 거냐고 물었다"며 "저 윤석열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킨 영웅들과 함께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권에 날을 세웠다. 윤 전 총장은 "4년 전 문 정권은 국민의 기대와 여명으로 출발했지만, 그동안 어땠냐"면서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 주도 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수많은 국민이 고통받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정권이)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며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 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저히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대권 도전 의사를 확실히 했다. 

이날 연설문에서 '자유'라는 단어가 22차례 등장할 만큼 윤 전 총장이 가장 강조한 부분 중 하나는 '자유'였다. 윤 전 총장 스스로도 "저는 자유를 굉장히 중시한다"고 말했다. 현 정권을 향해서는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며 '무도한 행태', '독재 개악' '파괴' 등의 표현을 사용해 맹공을 퍼부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일문일답 통한 갈증 해소 노력... "X파일은 아직 보지 않아"

윤 전 총장은 기자회견 직후 가진 기자들과 일대일 질의응답에서 최근 정치 현안 및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답변을 풀어놨다. 

윤 전 총장은 여의도의 눈길이 쏠려있는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는 "민주주의는 자유 보장을 위한 것이고 국가 헌법도 개인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저는 국민의 힘과 정치 철학을 같이 한다"며 입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사정직 수장이 퇴직 후 바로 대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불가피한 수사 중립성 논란이나 검찰의 독립성 훼손 논란에 대해 "모든 것을 절차와 원칙에 따라 한 것 이외에는 없다", "원칙과 상식에 따라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며 "결국 국민이 판단할 문제가 아닌가"라고 말을 맺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 눈길을 끌었다. 윤 전 총장은 두 대통령을 구속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이 문제는) 법을 적용하는 문제가 아니고 민심을 살펴 정치적으로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연세도 있고, 또 여자분인 전직 대통령의 장기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국민이 많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 역시 그런 국민들의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DAS) 의혹 수사를 맡아 이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 했다. 2016년 이른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을 때 이를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돼 주요 적폐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바 있다. 

이번 발언은 두 대통령 구속에 깊게 관여한 윤 전 총장이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문건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을 못 했다"며 "국민 앞에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일방적인 마타도어(흑색선전)을 시중에 유포하는 건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 외 여권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야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한 즉각적인 답변은 피했으며 현재의 지지율이 유지되지 않더라도 나라가 정상화되는데 최선을 다하겠노라 답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기로 한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앞에 윤 전 총장의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기로 한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앞에 윤 전 총장의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지자 1000여 명 운집, 한때 혼절 등 아수라장 

이날 윤봉길 의사 기념관 앞에는 1000명에 가까운 지지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른 오전부터 화환 150여 개가 약 200m 행렬로 늘어섰으며 수십 개의 현수막이 걸리며 윤 전 총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화환은 대부분 윤 전 총장을 응원하며 동시에 현 정권을 비판하는 문구가 대다수였다. '못 살겠다 바꿔보자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국민이 캠프, 윤석열 화이팅',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윤석열이 답이다' 등등 윤 전 총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윤 전 총장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질서가 그의 등장으로 무너졌다. 기념관 안은 코로나 19 상황을 고려해 사전 등록된 취재진만 출입을 허용했지만 바깥 상황은 통제가 불가 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나타나자 지지자들이 일순간 그가 탄 차량 주변으로 몰려들며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일부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윤 전 총장의 첫 정치 행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응원군으로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정진석, 권성동, 이종배, 윤주경, 지성호, 박성중, 유상범, 김성원, 이만희, 서일준, 태영호, 이용, 윤창현, 정희용 등 10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했다. 윤 전 총장이 이들을 맞이하러 다시 바깥으로 나오자 인파들이 몰리며 또 한 차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인 권성동 의원은 기념관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윤 전 총장이) 하루빨리 우리 당에 입당해서 경쟁을 통해 대선후보가 되는 길이 결국 대권 승리를 가져오는 길이라는 취지로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여론조사 향방은? 세대별 나뉘는 온도차... 양자 대결에서 윤석열 승(勝)

그렇다면 현재 윤 전 총장을 향한 민심은 어떨까.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C&I)'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과 이재명 지사의 양자대결에서 윤 전 총장이 5%p 정도 앞서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6~28일 실시한 조사 결과 보도에 따르면 ‘차기 대권 주자 중 누구를 가장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윤 전 총장 지지율은 30.0%, 이 지사는 24.9%로 나타났다. 격차는 5.1%p 오차범위 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윤 전 총장이 20대와 60대 이상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다. 60대 이상에서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격차는 무려 25.9%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큰 차이가 났다.

반면 이 지사는 40대와 50대 연령층에서 윤 전 총장(18.4%, 30.0%)에 우세를 보였다. 이 지사는 특히 40대에서 39.0%로 윤 전 총장을 20.6% 차로 크게 제쳤다.

또 지난 28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양자대결에서 윤 48.7%, 이 41.1%로 윤 전 총장이 7.6%p로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를 벌이며 크게 앞서고 있다. 

지난 26~27일 양일에 걸쳐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윤 전 총장은 30.7%, 이 지사 26.6%,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9.5%를 기록했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 간의 양자 가상대결 결과 윤 전 총장은 48.4%에서 48.7%로 0.3%p 지지율이 올랐다. 이 지사는 41.1%에서 40.5%로 0.9%p 지지율이 떨어졌다. 격차는 8.2%p로 윤 전 총장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2주 전인 지난 12~13일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 때 7.2%p보다 소폭 더 커졌다. 

(위 조사 결과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