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억원대 오징어 사기혐의 김씨, 금품 살포 의혹 관련 4명 입건
검·경‧언론계 이어 여야 정치권까지 ‘금품 살포 의혹’ 일파만파
김재원 “사기꾼이 생계형 범죄인가”라며 청와대 등 공개조사 촉구
이철희 “대통령 끌어들여 정치적 유불리 도모하지 말 것”

5일 현직 부장검사·총경·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씨가 10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일 당시 자신의 집 거실에 진열해둔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관련 물품 사진. 촬영시기는 2019년 8월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 5일 현직 부장검사·총경·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씨가 10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일 당시 자신의 집 거실에 진열해둔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관련 물품 사진. 촬영시기는 2019년 8월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수산업자’ 김모씨가 검찰, 경찰, 언론계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정치인과 청와대까지 전방위적으로 연루 의혹이 번지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6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김씨의 금품 살포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 4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부부장검사로 강등된 이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와 직위해제된 전 포항 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는 김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경찰은 김씨의 금품 살포가 더 넓은 범위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수산업자 김씨가 전방위적 로비를 펼친 이유는 힘 있는 직위에 있는 이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사기 행각의 보호막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며 "사회가 한 사기꾼에 놀아났다는 사실에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고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민생범죄로 고통받는 서민의 생활을 회복해준다면서 사면을 했는데, (김 씨와 같은) 사기꾼이 생계형 범죄인가"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여권을 향해 공개 조사를 촉구했다. 김 위원은 “대통령이 사기꾼을 특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면서 “더구나 형기를 얼마 채우지도 않은 사람을 특별사면했다면 대통령과 특별한 관련이 있거나 대통령과 아주 가까운 사람의 특별한 부탁이 있을 때 가능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무성, 주호영, 홍준표 등 중진 연루설...야권 긴장

국민의힘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김무성 전 의원, 주호영 의원 등 자당 소속 '거물급'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자칫 대선 국면 악재로 발전할 것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수산업자’ 김씨가 경찰에 제출한 로비 명단이 야권 인사에 편중돼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6년 사기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수감됐을 당시 만나 친분을 쌓은 A씨에게 ‘김무성 전 의원의 팬’이라며 김 전 의원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기자 시절 쌓은 네트워크를 토대로 김씨와 김 전 의원간 다리를 놓아주었고, 김무성 전 의원의 형도 김씨에게 소개해줬다.

이후 김씨는 김 전 의원과 부장검사 등 친분이 있던 인사들에게 '옥중 편지'를 썼는데, "입을 다물겠다", "힘을 달라" 등의 내용을 담아 구명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김무성 전 의원의 형은 김씨에게 사기를 당했다. 선동 오징어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수익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은 것이다. A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120회에 걸쳐 투자금 명목으로 약 17억 5000만원을, 김 전 의원의 형은 86억 5000만원 상당의 사기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언론인 출신으로 서울 사립대 특임교수를 지냈고, 2016년 총선에서 경북지역 한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4월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김씨가 주호영 의원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나타났다. 김씨는 사회 저명인사를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어 보관했는데, 주 의원의 사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씨는 선물을 보낼 때 직원에게 심부름을 시켰는데, 직원의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선물 대상자 27명에는 주 의원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범죄 혐의점이 확인된 것은 없지만, 이러한 사기 사건에 연루돼 이름이 오르내렸다는 것만으로도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전 의원과 주 의원은 이와 관련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2년 전 이 전 논설위원 소개로 (김씨와) 셋이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며 “처음 만나 자기가 포르쉐, 벤틀리 등 차가 5대나 있다고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줄 때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봤다.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권도 안심 못해…박지원‧김부겸 연루 의혹 나와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식사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으며, 박 원장 자택에 수산물을 선물로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꼭 만나고 싶다”고 부탁해 박 국정원장을 소개받았고, 자신의 수행비서를 통해 박 원장 자택에 수산물 선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도 김씨와의 만남을 인정했으나 김씨가 줬다는 선물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원장은 "국정원장 취임 전 전직 국회의원 김아무개의 소개로 만났다"며 "당시 김씨가 인터넷 언론과 스포츠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것과 관련해 덕담한 정도"라고 했다. 또 선물에 대해서는 "국정원장 취임 후라면 이미 여의도 자택에 살지 않을 때라, (통상 선물이 오면) 왔다는 구두 보고만 받고 어떻게 한지는 모른다"고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김모씨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2016년 사기죄로 복역했던 김씨는 이듬해 12월 특별사면으로 출소,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김 총리의 보좌관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김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여주며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속 김 총리는 민주통합당 수성구갑 후보 띠를 두르고 있는데, 2012년 19대 총선 때 대구에 출마했던 김 총리가 김씨를 만나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주변에 정치권 진출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는 전언이 나온다. 김씨의 한 측근은 “김씨가 외부 사람을 만날 때 ‘서울에서 김부겸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다’고 말하고 다녔다”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포항에 내려와 사업을 하고 있지만 곧 정치계에 입문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고 전했다.

김 총리 측 관계자는 “정치인의 업무상 여러 행사에 참석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사진 촬영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면서도 “김 총리는 김씨와 어떠한 개인적 친분도 없으며 식사를 하거나 선물을 받은 적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까지 불똥 튈라…박수현‧이철희 반박 “마타도어 그만”

청와대 연루설 역시 제기되고 있다. 사기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김씨가 문 정부 출범 뒤 2017년 12월 단행한 첫 특별사면에 포함됐다는 점에서다. 김 씨는 2008∼2009년 변호사 사무장을 사칭해 서민 36명으로부터 “파산 선고와 면책 결정을 받아주겠다”며 1억 6000여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다. 7년간 도피생활을 했고 변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채널A 방송에서 김씨가 받았다고 주장하는 편지의 사진을 본 뒤 "대통령이 보내는 편지가 저렇게 허술할 리 없다"며 "이 사람이 보이는 행태는 전형적인 사기이고 지나친 정치공세"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박 수석은 "(김씨가) 2018년에 특별사면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면 그때 사면을 받은 165만여명이 모두 청와대와 관계가 있나"라며 "무리한 비약"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6일 KBS 라디오 방송에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대통령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에 “(의혹 제기는) 최소한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것도 없이 무턱대고 일종의 마타도어를 하면 안 되지 않나”라며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치 중립’을 강조한 부분을 들며 “선거나 정치에 이제는 좀 선을 긋고 민생에 집중할 테니 정치권도 좀 도와주면 좋겠다”며 “자꾸 대통령을 끌어들이거나 대통령과 관련돼 이런저런 얘기를 함으로써 정치적 유불리를 도모하는 것은 좀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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