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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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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구의 정국진단]⑪ “시작부터 위기, 정치인 윤석열의 대응과 딜레마”

지난 주, 20대 대선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리는 대권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뚜렷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사표가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팬데믹 상황에 맞춰 사전 제작한 영상으로 유튜브 출마선언을 한 이재명 지사에 비해, 윤 전 총장은 윤봉길 기념관이란 상징적 장소에서 운집한 지지자를 모시고 세몰이를 하는 전통적 출정식을 택했습니다.

대권 재수생인 이재명 지사에 비해, 처음 정치에 입문하는 윤석열 대권후보에 보다 큰 관심이 모아진 건 당연하지만, 정치선언 직후 불거져 나온 처가 관련 악재들이 겹치면서 또다른 의미의 주목을 크게 받아야 했습니다. 오늘은 야권 선두주자 윤석열 총장의 정치선언, 그리고 조금은 일찍 다가온 도덕성 검증 문제와 그에 대한 대응 등 지난 일주일 간의 행보를 짚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출마선언문을 통해 윤석열은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격앙된 어조로 문 정권을 규탄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이 무너졌다면서, 약탈, 오만, 독재, 부패, 무도함으로 현 정권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는 반문 빅텐트를 제안하고 국민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마무리했습니다. 보수진영 대권주자 1위로서, 사실상 지지층의 공략에 초점을 맞춘 출사표이고, 다소 과열된 현장 분위기 만큼이나 목표달성에는 성공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왜 출마했고, 왜 윤석열인가’ 라는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은 모호했습니다. ‘검찰총장 사퇴 이후 끊임없는 지지와 성원’을 언급하고 ‘정권을 교체하는데 헌신하고 앞장서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했습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민의 기대와 여망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결단이고 그래서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습니다.

결국 본인이 대권에 도전하는 이유가 ‘국민들이 불러서’라는 것인데,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출마의 명분을 여론조사 추이에 귀속시켜 버렸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가 우려를 표했듯이 ‘여론조사 지지율이 하향세를 면치 못할 때는 대선 도전의 명분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위험을 떠안은 것입니다.

쏟아진 질문에 대한 답변은 대부분 원칙과 원론의 수준이었는데, 첫 행보에 너그러운 언론이지만 한일관계의 책임을 현 정부로 돌리는 ‘죽창가’ 표현을 두고는, 역사관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중도 지지세 확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X파일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지만, 무제한 검증이 시작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상식’이라는 용어에 주목합니다. 연설문 서두에 ‘국민의 상식으로부터 출발하겠다’고 말을 꺼낸 이후, ‘경제 상식’, ‘법과 상식’, 심지어 ‘지성과 상식’까지, 모든 근거와 기준을 상식이라는 추상적 용어로 대체하는 듯했습니다. 정치전문 매체를 운영하는 언론인으로서, 현재 우리사회의 편향성, 여야를 막론하고 ‘그들만의 상식’이 존재하는 현실을 가장 우려스럽게 생각합니다. 더구나 SNS시대가 심화시킨 확증편향의 함정은 공동체의 관점에서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대상이고, 상식은 그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공동체적 가치를 기준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하며 해법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특히 대권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미래의 관점에서 국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메워가는 데서 정치철학의 근간을 찾아야 합니다. 상식이라는 용어로 반대편 시각에 있는 국민들은 배제하고 지지자와 동조 세력만을 묶어내고자 하는 것은, 정치철학의 부재를 넘어 가장 위험한 선동정치가 될 수 있습니다.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가져가야 할 ‘윤석열 만의 가치와 비전’이 상식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다 넓고 깊은 현실 인식과 실천적 대안이, 대권주자 윤석열의 입을 통해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윤석열 후보의 위기는 출마선언 직후에 찾아왔습니다.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지만, X파일에 담겨있을 거라고 예상하던 내용 중 두가지가 정치 선언과 동시에 불거져 나온 것입니다.

출마선언 당일, 부인 김건희씨가 본인의 소문과 관련해서 해명성 인터뷰를 했습니다. 누구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내용을 본인이 나서서 했다는 점, 그것도 남편의 대권도전 당일이라는 시점에 다들 놀랐는데, 다음 날 윤석열 후보는 본인도 몰랐다면서 더 이상의 확대를 견제했습니다. 홍준표 의원이나 측근 권성동 의원 등 야권 인사들도 내용을 떠나서 정무적으로는 해서 안되는 일이라는 점에 공감했는데, 윤석열 캠프가 아직까지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일에는 장모 최모씨가 의료법 위반 등으로 징역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습니다.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거리낄 것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고, ‘장모는 누구에게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는 말이 전해진 상황이라서,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맞서 ‘공정과 법치의 회복’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출마선언에 비추어보면 그 충격이 결코 작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가족 관련 재판과 의혹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장모는 통장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고, 부인 김씨 역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와 전시 협찬 관련 금품수수 등 의혹이 있습니다. 첫 단추가 예상보다 높은 형량과 법정구속이었기에, 앞으로의 수사와 재판결과도 더욱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법 적용에 예외는 없다’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습니다.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에게 먼저 유감을 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사법적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만 밝힌 것입니다. 아직까지 법조인의 자세를 벗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본인은 계속 이어질 의혹들과 무관하다는 거리두기를 택했다고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윤석열 후보의 행보와 발언을 보면, 현재 본인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밖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친일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유지했다’는 이재명 지사의 발언을 두고 야권의 비판이 뜨겁습니다. 역사적 사실로 확인되는 사안이지만,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전의원이 나서서 친미와 반미, 친일과 반일로 편을 가르는 분열의 정치라고 비판했습니다. 과거 색깔론을 앞세우던 보수와는 조금 결이 다른 대응인데, 정작 윤석열 후보는 이보다 훨씬 강경한 극우적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잘못된 이념으로 몰아간다’든지, 김원웅 광복회장과 연계해서 ‘미국은 점령군, 소련은 해방군’이란 표현까지 끌어오는데, 조선일보가 제시하는 논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6일 윤석열 후보의 첫 민생행보는 충청대망론의 진원지 대전이었고 현충원의 천안함 희생자 묘역을 찾아 눈물을 보였습니다. 전날 월성 원전 수사가 본인의 총장직 사퇴의 동기라고 주장했는데, 카이스트 방문에서는 원자력공학과 학생들을 만나 ‘학생들의 꿈이 사라졌다’는 감성 프레임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성토했습니다.

그간 야권주자로 분류되어 온 윤석열 전 총장이지만, 본인이 취하는 정치적 스탠스는 중도를 포괄하는 확장성에 초점이 두어져 있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였지만 공정과 정의 구현을 위해 정권교체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고, 그것이 제3지대 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압도적인 차이의 대선승리를 기대한다는 이야기의 근거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출마선언과 이후 한 주간의 행보를 보면 보수 중에서도 오히려 오른쪽에 위치한 모습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극우로 다시 정의한 것이 아니라면, 출마선언을 전후한 X-파일 논란과 장모 재판 결과 등이 큰 위기의식을 가져왔고, 그에 따른 반작용이 현 정부와의 선명한 대척점의 위치만을 고집하게 한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입니다.

‘윤석열의 위기’가 언급되기 시작하면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의원이 아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 내부에서는 10여명 이상의 주자들이 출마선언을 하고 다음 주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준석 당대표는 ‘8월 경선버스 정시 출발론’을 고수하며 국민의힘 주도의 범야권 단일화에 못을 박으려 하고 있습니다. 야권주자들의 각개약진과 막판 단일화 시나리오가 ‘국민의 짜증만 부를 뿐 확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까지 했습니다. 4.7재보선과 이준석 현상으로 이어진 국민의힘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윤 전 총장은 출마선언 다음 날 인터뷰를 통해 ‘입당보다는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면서 일단 국민의힘과는 거리를 두었습니다. 입당의 유불리를 따지겠다는 것인데, 도덕성 검증이 현안이 된 상황에서, 국민의힘 당내 경선을 생각하면 당연한 입장표명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최근 윤석열 후보의 행보는 제 3지대의 역할과 비전을 감당할 수 있는 포지션에 있지 않고, 그 정도의 실력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변함없는 지지율, 진영을 대표하는 대권주자 위상만이 많은 가능성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본인은 국민의힘에서 모든 조건을 갖추어 영입하는 형태를 기대하겠지만, ‘입당해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당대표의 입장이라면 쉽지않은 길입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독자적인 약진을 고집할 것인가’, 조기에 ‘제1야당의 보호막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가 남아있는데, 정치인으로서 시작과 동시에 위기를 맞은 윤석열, 그의 딜레마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상황이라 할 것입니다.

출마선언 이후 여론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ARS조사는 윤석열 후보가, 전화면접조사는 이재명 지사가 지속적인 우위를 보여왔는데, 최근 양자대결 결과를 보면 그 격차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JTBC의뢰로 리얼미터가 7월 3, 4일 조사한 결과는 윤석열 43.6% 대 이재명 39.4%로 오차범위 내에 있습니다. 전화면접인 입소스의 6월말 조사결과는 이재명 42.2% 대 윤석열 39.2%로 역시 오차범위 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다소 떠들썩한 출마선언과 최초의 정치행보에 따른 컨벤션 효과를 기대했을텐데, 지지여론 확산을 크게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제 생각에 윤석열 전 총장은 과거를 이야기했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과거의 자기 추종자와 지지자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을 보고 나아가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번 주 계속되고 있는 민주당의 대선후보 예비 경선과 함께, 여야 대권주자들의 지지율 변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다음 주에는 여론 변화 추이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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