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없는 때리기식 민생행보, 중도층 이탈 못 막아
보수·중도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려다 실패하나
유인태 "중원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인다. 실망스럽다"
야권 지지율 1위도 뒤집혀... 14일 한길리서치 尹36.0% 李43.9%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 3지대에서 연일 민생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과 별도 노선을 걸으면서 여론을 잡겠다는 의도이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 제3지대 민생행보... 연이은 문재인 때리기 메시지
지난 12일 대통령 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친 윤 전 총장은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이름으로 민생행보를 걷고 있다.
6일 첫 방문으로 대전현충원을 찾아 충청 민심을 어루만졌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탈원전 정책은 졸속이며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스타트업 간담회 갖고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동성"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3회 차에서는 이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대혁본부장과 만나 "주거 안정과 집값 잡기라는 것이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리기에 나섰다.
4회차에서는 백반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만나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방역 실패로 가는 곳마다 한숨과 절규만 가득하다"는 독설을 뿜어냈고 5회차는 서울 용산구 백반집을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며 "임대차 3법 때문에 서민 고통이 크다"고 문 정부를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출마선언에서부터 "국민 약탈"이라는 표현을 쓰며 반문(反 문재인)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이후 그가 내고 있는 메시지는 대체로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며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으나 정작 정치적 비전이나 국정 운영 철학 또는 정책 구상 제시는 미흡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 "중원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여... 실망스럽다"
이에 윤 전 총장의 메시지 정치가 중도층 표심 확보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지지층을 지키면서 중도 표심을 늘리는 게 정치권의 필승공식인데 표현은 보수적이나 여러 가지 이슈를 한데 뒤섞어 내보내면서 중도와 보수 모두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아직 대선주자로서 정확한 모습을 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지자들 완전히 모으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당에 입당해서 대선주자로서 토론 등을 하면 훨씬 더 지지자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이 보수 진영의 대선후보보다는 스스로가 중도지대까지 아우르고 싶은 모습을 보이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과의 양자대결 구도에서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빠지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면서 진보와 탈진보까지도 중원을 향해 갈 것처럼 얘기해 왔는데 정치 선언 이후를 보면 중원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인다.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는 여론 지지율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4월 18일 리얼미터가 JTBC의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중도층에서 43.6% 지지를 받았고, 이재명 지사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 16.7%의 지지를 받았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3.2%)
그러나 13일 발표된 아시아경제-윈지코리아컨설팅 조사(지난 10~11일)에서는 윤 전 총장의 중도층 이탈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도층의 지지율이 30.9%로 무려 12.7%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같은 기간 중도층에서 10%포인트 지지율이 상승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는 대조적이다.
◆ 지지율마저 휘청...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1위 빼앗겨
장외 행보의 버팀목인 야권 1위 지지율을 이어 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이 지사에 1위를 내줬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이 지사가 43.9%, 윤 전 총장은 36.0%의 지지를 얻었다.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는 7.9%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다.
이에 윤 전 총장 측은 대표적 진보 인사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잇따라 만나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이것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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