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오른쪽부터),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오른쪽부터),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의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TV토론에서 정세균 후보가 ‘여배우 스캔들’을 거론하고 이재명 후보가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는 응답으로 선을 넘기 시작한 대결은, 특히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바짝 추격하기 시작하면서 가열되고 있다. 

자고 나면 매일같이 싸운다. 17년 전 일이었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반과 관련된 '적통 논쟁'이 벌어져 대체 민주당의 시계는 몇 시인가를 묻게 만들었다. 이재명 후보 측의 김남국 의원이 당시 사진들까지 들이대며 추궁하는 모습에서는 경쟁자에 대한 정치적 살의(殺意) 마저 느껴진다. 경기도 유관기관 공무원이 SNS에서 이낙연 후보를 비방하는 여론조작 행위를 한 책임을 둘러싸고 이재명-이낙연 양측의 감정싸움이 격화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를 겨냥해 “5·18 학살을 옹호하던 사람도 있고 박정희를 찬양하던 분도 계시지 않느냐”고 공격했다.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이 ‘병역 미필 원팀’ 포스터를 돌리자 이재명 후보는 소년공 시절에 다쳐 휘어진 팔 사진을 공개하며 “병역을 고의로 면탈한 것처럼 말하는데 서글프다”고 맞대응하기도 했다. 

양 캠프는 이낙연 후보가 수감을 앞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통화를 나눈 내용을 갖고도 말싸움을 벌었다. 최인호 의원이 페이스북에 이낙연-김경수 전화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 잘 지켜드리겠다”는 대화 내용을 알리자, 김남국 의원은 “일부러 '문심'이 여기 있다는 식으로 오해하게 하려고 했다”며 비난했다.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을 둘러싼 공방전은 말폭탄 싸움의 절정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 대목에 대해 이낙연 후보 측은 ‘호남불가론’이라고 규정하며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세균 후보도 "용납 못 할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며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라고 가세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 측은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발언이 아님에도 이를 왜곡하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아 대치 상황은 격렬해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이낙연 양측은 시간이 갈수록 사사건건 대립하며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 박근혜 양측이 서로 최태민, BBK 의혹까지 제기하며 폭로전까지 벌였던 전면전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 누구의 책임이 먼저인가를 가리는 일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함께 진흙탕에 빠져있다. 

이처럼 진흙탕 싸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경선 광경은 지켜보는 국민들의 커다란 실망과 혐오를 낳고 있다. 지금이 대체 어떤 때인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수많은 국민들의 삶이 막다른 골목에 처해있다. 코로나 4차 대유행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은 정부의 백신 차질에 원성을 터뜨리고 있다. 그런 시기에 치러지는 집권여당의 경선이다. 집권 여당의 후보들이 국민의 어려운 삶을 위로하고 미래를 향한 얘기들을 쏟아내도 모자랄 판에, 다들 과거로 돌아가 민생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각자의 말폭탄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세력의 실정으로 인한 민심이반 속에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할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 무슨 낯뜨거운 모습들인가 모르겠다. 

물론 야권도 미래를 제대로 말하고 있지 못함은 마찬가지이다. 야권의 유력주자들도 정권에 대한 심판은 말하지만, 정작 미래를 위한 자신들의 대안은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이런 식으로까지 진흙탕 싸움을 하지는 않는다. 다들 대통령병에 걸려 국민의 눈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민주당은 이런 이전투구식 경선을 자제해야 할 일이다. 무더위 한복판의 코로나 대유행으로 고생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 무슨 안하무인의 모습들이란 말인가. 정치란 무엇인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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