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호남)가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어"
'호남 후보 불가론'으로 규정한 이낙연...영남 출신 후보들, 이 지사 비판 자제
영호남 지역주의 뇌관, 영남 출신 민주당 후보들의 잇따른 설화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광주 동구 창업지원센터에서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피해 가족들과 면담하기 위해 입장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광주 동구 창업지원센터에서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피해 가족들과 면담하기 위해 입장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우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백제 발언'이 '호남 후보 불가론'으로 번지며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영·호남 지역주의'라는 벌집을 건드린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 지사가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 5천 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라는 발언에서 시작됐다.

경상북도 안동 출신인 이 지사는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고 강조하며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에 호남 출신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가 '지역주의'로 규정하고 공격한 것이다.

이재명 캠프 선대위장인 우원식 의원은 "이 지사 인터뷰 발언 어디에도 '호남 후보라는 약점이 많은 이낙연'이라는 말이 전혀 없다"며 "이낙연 캠프가 '지역주의 프레임'이란 한국 정치의 괴물을 다시 불러내 이 지사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당원들은 광주를 찾은 이재명 후보를 향해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며 피켓 시위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러한 대선후보 경선 공방이 위험 수위라고 보고 28일 '원팀 협약식'을 열기로 했다.

◆ '호남 후보 불가론'과 '지역 이기주의'로 규정한 이낙연·정세균, 일제히 파상공세

같은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이 발언을 '호남 후보 불가론'과 '지역 이기주의'로 규정하고 파상공세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망국적 지역주의 조장'이라고 맞받아치며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았다.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다.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의 시곗바늘이 한참 뒤로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지난 24일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다.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의 역사 인식"이라며 "확장력을 출신 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일베와 같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홍걸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호남불가론'이 가당키나 한 말이냐. 아무리 대통령 후보 경선 중이라고는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한 인터뷰를 두고 다른 후보 중 '호남 불가론'을 조장한다며 날카로운 말들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고 했다.

이 지사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25일 광주를 찾아 기자들에게 인터뷰 녹취 파일과 전문을 공개하며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여러분들이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해명에 나섰다.

◆ 영남 출신 후보들은 비판 자제...TK 추미애 원론적 입장, PK 김두관 후보는 이 지사 두둔
 
반면 당내 유일한 PK(부산·경남) 주자인 김두관 의원(경남 김해)은 지난 25일 이 지사를 적극적으로 두둔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앞뒤를 보니 이재명 후보 인터뷰는 그런 의도가 아닌 게 분명하다"며 "이낙연 정세균 후보는 지역주의를 불러내지 말라"고 했다.

이어 "이건 '군필원팀' 사진보다 더 심한 악마의 편집"이라며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의 논평을 그대로 돌려드리겠다. '고(故)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피를 토하며 외치던 동서 화합과 국민통합의 정신을 거들떠보기는 하고 계십니까'"라며 반박했다.

나아가 김 의원은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 대선승리 방정식은 40대와 호남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는 PK(부산·경남) 후보여야 한다. 내가 적임자"라며 "(영남이 고향인) 이재명 지사는 영남에서 정치를 하지 않았다. 지역 대표성을 얻기 어렵다"라며 영남 출신 후보의 강점을 강조했다.

대구가 고향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6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열린 태공당 월주 대종사 영결식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가 정치다워야 하지 정치를 진흙탕으로 자꾸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영호남 지역주의 공방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구태가 나는 일이고 답변하고 싶지 않다. 하찮은 먼지 같은 일"이라며 원론적 입장과 함께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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