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 더욱 흐리게 할 것”
국방부 “훈련, 시기, 규모, 방식…한미 당국이 결정”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정부에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문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정부에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문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민호 기자] 남북 간에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지난해 6월 이후 남북관계가 전환 국면을 맞이하는 듯했으나, 한미연합훈련이라는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일 한국 정부를 향해 “8월에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 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 대해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을 취소 요구로, 정부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통신연락선 연결로 남북 관계 개선에 겨우 단추를 끼운 상황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경우 국내 정치적인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다시 남북 관계가 지난해 6월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면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김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나는 분명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 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연결을 계기로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지금 남조선 안팎에서는 나름대로 그 의미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으며, 북남수뇌회담(남북 정상회담)문제까지 여론화하고 있던데 나는 때 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가능성을 부인했다.

김 부부장은 “북남수뇌들이 직접 두 손을 맞잡고 공동선언과 같은 사변적인 합의를 만들어 발표한 후에도 북남(남북)관계가 바라지 않던 곡절과 파동을 겪고 위기에로 치달았던 지난 3년간의 과정을 돌이켜본다면, 내가 오늘 말하는 견해가 십분 이해될 것”이라며 다시한번 경고했다.

국방부가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사실상 취소를 요구한 하반기 연합훈련과 관련, 시기와 규모, 방식 등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 국방부가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사실상 취소를 요구한 하반기 연합훈련과 관련, 시기와 규모, 방식 등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한미연합훈련 “한미 당국이 결정”

김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취소 요구하는 담화에 대해 국방부는 “이번 담화와 관련돼서 국방부 차원에서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한미는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과 관련해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 연합방위태세 유지, 전작권 전환 여건 조성,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책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과 관련해서 시기, 규모, 방식 등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한미 당국에 의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1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측에 김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관련 담화에 대한 입장을 묻자 “우리는 북한의 입장에 코멘트하지 않는다. '연합훈련은 한미 양국의 결정'"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 국방부의 의견과 일치하는 답변이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2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은 오랜 기간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라 인식한다"면서 “통신 연락선 복원을 시작으로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달 29일 북측에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논의를 제안하는 통지문을 남측 연락사무소장 명의로 보냈다. 현재까지 답이 없는 상태다.

장성장 “북한 비타협적…당국 대화, 이산가족 상봉 희박”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염려한대로 적대적인 훈련이 아니라, 평화 유지를 위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면서 이번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남북관례에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번 훈련은 “기동훈련이 없는 연합 지휘소 훈련이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이라면서 “전시작전권 회수를 위해서 완전한 운용능력, FOC(작전운용능력) 검증에 있어서 필수적인 훈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송 대표는 “이번 훈련은 시뮬레이션 방식의 전투 지휘소로 대체 실시될 예정이다. 대규모 기동훈련은 이미 하지 않고 있고, 코로나 상황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감안해서 그에 맞게 준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한미연합훈련 연기 주장에 군불을 떼던 우리의 섣부른 움직임이 자초한 것”이라면서 “한미연합훈련을 북한이 볼모로 삼고 있음에도, 단편적이고 자의적 해석으로 북한에 목을 매는 우리 정부를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한미연합훈련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일 <폴리뉴스>에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비타협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통신선 복원이 곧 남북 당국 대화나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정부는 남북대화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에 무리하게 한미연합훈련을 축소 조정할 것이 아니라 전작권 전환 작업 진척을 위해서도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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