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구: 이제 8월 중순이 넘어가는데, 7월부터 8월로 이어지는 대권 관련 여론 흐름을 짚어보겠습니다. 또한 그러한 흐름을 가져온 여야 정치권의 동인을 살펴보고, 대세론으로 이야기되던 부분들의 지금 상황과 전망을 논의해 보겠습니다. 먼저 대권 지지율 역시 전화면접이냐 ARS냐에 따라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죠.

(왼쪽부터) 이재명, 이낙연, 윤석열 <사진=연합뉴스> 
▲ (왼쪽부터) 이재명, 이낙연, 윤석열 <사진=연합뉴스> 

이강윤: ARS 조사를 하는 곳이 수적으로 많은데, ARS에서는 윤석열 예비후보가 절대 강자 또는 상당히 큰 폭의 리드를 보여 왔지만, 국민의힘 입당을 전후해서 4주 또는 5주 가량 우하향 추세를 그려왔습니다. 현재는 횡보기 또는 점진적 하락기 등 관점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만 적어도 상승국면이 아니라는 데는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윤석열 대세론이 브레이크가 걸리거나 조금 물음표가 붙게 된 것 아니냐 생각합니다. 전화설문 방식은 갤럽이나 코리아리서치 등에서 주로 하는데, 여기에서는 윤석열 예비후보의 우세는 굉장히 줄어들고 이재명 후보가 앞서가는 추세입니다.

ARS와 사람이 묻는 것과의 차이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전화기에다 대고 자기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는 부자연스러움이 조금 덜합니다. 그런데 사람하고 통화를 하면 특히 50대 후반이나 60대 이상 되는 분들은 ‘나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모종의 피해의식이 아직도 상당부분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전화 면접에서는 부동층 비율이 높은데, 솔직하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이 나타납니다.

반면에 ARS는 정치 고관심층 그리고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어딘가에 말하고 싶은 층들의 응답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보수나 진보 공히 나타나는데, 제가 약 10개월 동안 대선 조사를 해오면서 느낀 바는, ARS에서는 보수쪽 견해를 가진 분들의 강도가 훨씬 세다는 것이고, 그런 것들이 그동안 윤석열 후보의 강세로 나타나지 않았느냐 봅니다.

한 예로 이번 주 월요일 저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TBS와 함께 조사를 해온지 거의 7개월 만에 자신이 보수라고 밝힌 사람들의 비율이 최고를 기록했고 심지어 4.7 재보선 때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이것은 보수적인 견해를 가지고 계신 분들의 발언 욕구가 강해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왜 대세론이 조금 흔들릴까’. ‘무언가 다시 발언을 해야하는게 아닐까’라는 심리적 기제들이 그 분들 사이에 작동한거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적어도 보수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났다고 볼 수는 없는데, 응답자 비율은 확실히 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일단 그 점은 유념하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보셔야 합니다.

김능구: 4월 재보선 때만 하더라도 정권교체 의견이 정권유지보다 20%정도 높았는데, 지금은 모든 조사에서 한 자릿수 차이로 좁혀졌습니다. 제가 볼 때는 보수층들이 위기의식을 좀 느낀 것 같습니다. 지금 당도 어지럽고 하니까. 이러다가는 아무것도 안되겠다는 생각에, 금방 이야기한대로 참여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강윤: 또한 여론조사는 학습효과가 있어서, 이전 조사결과가 다음번이나 타사 여론조사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칩니다. 추세에 대해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적극 참여하게 되고,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참여의 계기가 되는, 그래서 꼬리를 물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김능구: 지난 달 여론조사해부에서 조사수치 상으로는 1강, 2강을 넘어서 3강 구도의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이후 흐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예비경선 때 TV토론을 가장 잘 한사람, 정책 발표를 가장 잘 한사람이 이낙연 예비후보였는데, 그 이후 네거티브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하나요.

이강윤: 이낙연 후보는 지난 7월초 더불어민주당의 1차 컷오프 예비 토론이 벌어진 2주 또는 3주동안 상당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본격적인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지면서, 현재는 저희 조사뿐만이 아니고 다른 조사에서도 상승세가 일단 멈추고 다시 하락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강윤: 네가티브 이슈들이 쏟아지고 구설에 오르면 손해를 보는게 상식적인 겁니다. 그런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이재명 예비후보는 큰 타격을 안 받았습니다. 네거티브의 속성상 누가 먼저라는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한번 시작되면 선후나 누가 더 폭력적이고 가해적인가 따지는 것은 거의 무의미할 만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그것이 국민 개개인들 정치의식 속에 스며드는 과정도 복잡다기해지기 마련입니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이낙연 후보 측의 하락률이 더 컸습니다. 누가 잘했다고 할 것 없이 일종의 이전투구 양상이었는데 왜 한 쪽이 더 손해를 많이 봤을까?

그 이유 중 하나를 저는 두 후보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에서 찾고 싶습니다. 둘째는 두 후보를 지지하는 층의 강도에서도 차이가 난다고 봅니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훨씬 로열티가 강하고 그런 종류의 네거티브에도 많이 단련되어 정치적 근육이 상당히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미 2017년 문재인과 이재명이 겨뤘을 당시에 혜경궁 홍씨를 비롯해서 한바탕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반면에 이낙연 후보 측은 개인의 퍼스낼리티, 정치적 이력, 그를 지지하는 분들의 성향이랄까 이런 것에서 조금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약 2~3%p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데, 그 하락세가 7월초 상승세의 속도와 강도에 못지않아서, 이낙연 캠프의 고민이 굉장히 크다고 들었습니다.

김능구: 이낙연 후보는 경륜과 품격, 특히 품격에 방점이 찍힙니다. 경륜하면 정세균 후보도 못지않지만 품격은 암만해도 이낙연 후보인데, 이번에 명낙대전의 네거티브는 서로간의 진흙탕 싸움이고 냉철하게 보면 검증이었습니다.

이낙연 후보의 지지가 오르면서 3강가는 것 아니냐 했을 때를 짚어보면, 중도층하고 젊은 층, 그 중에서도 여성층 지지가 크게 잡혔었는데, 그런 지지층들은 ‘품격의 이낙연’에 점수를 준 거죠. 모든 것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이미지였는데, 그 이낙연 후보가 갑자기 파이터가 돼버니리니까 거기에서 좀 혼란이 왔던 걸로 보입니다.

반면에 이재명 예비후보는 예비 경선과정에서 너무 몸 조심하다가 이재명다움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이제 본래의 이재명 모습을 되찾는 과정었습니다.

이강윤: 이재명 후보는 무엇을 할 때는 바로바로 하고 사람들에게 만져지는 무엇을 보여주는데, 그때도 바로 태세전환하고 나왔습니다. 약 한 달간 지속됐던 명낙대전을 먼저 중단 선언하고 주도권을 쥔 채 빠져나온 것도 이재명후보입니다.

김능구: 저는 이것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는데, 유권자들과 지지자들이 그동안 봐왔던 후보들의 이미지, 강점이 있습니다. 바로 거기에 기본 지지층들이 있는 겁니다. 자기의 기본적인 어필 이미지, 지금까지의 메인 이미지를 함부로 바꾸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불안하고 효과도 잘 나지 않는 일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도박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낙연 후보 혹은 캠프가 상당히 고민해 봐야 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세균 후보 같은 경우 모든 사람한테 푸근하고, 제가 보니 그분이야말로 경제 대통령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실물경제 경험을 18년간이나 가졌더라고요. 미국에서도 9년간 있으면서 글로벌 경영을 경험했습니다. 정치를 하면서도 ‘정치의 본령은 타협과 협상’이란 지론을 가지고서 해 오신 분입니다. 정말 ‘스마일 정세균’으로 유명했는데 이 분이 ‘강한 대통령’을 내세우고, 이번 컷오프경선 TV 토론에서도 아주 세게 몰아붙였습니다. 그 결과로 지지율이 두 자리로 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지금 추미애 후보보다도 떨어진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기본 메인이미지, 즉 본인이 그동안 정치활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사람들한테 평가를 받아온 부분, 자신의 대표 이미지이자, 국민들이 아무개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그 어떤 것인데, 그것에 혼란을 줘선 안 된다는 겁니다. 명낙대전을 보나 정세균 후보의 그것을 보나 결국 후보들은 새로운 것 보다는 자기가 그동안 국민들과 지지자들한테 평가 받아온 것을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게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강윤: 좋은 말씀 해주셨는데, 이재명 후보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처음에 이재명스럽지않게, 이재명식 사이다하고 거리가 있는 모습으로 좀 점잖게 나갔잖아요. 몇 번 얻어맞고 참았지만 바로 급하게 추격당하게 되니까, 다시 옛날로 돌아가겠다는 겁니다. 역시 자기가 제일 잘하는 걸 먼저 해야 합니다.

김능구: 네거티브 중단한다고 했는데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건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강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면, 친일 프레임을 얹혀서 공격하니까, 황교익 측에서는 일베들 주장을 동원해서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생각했던 민주당 사람들이 그렇게 공격할 수 있느냐 발끈했는데, 이낙연계에다가 엄중하게 한 마디 포괄적으로 항의하는 정도가 아니고, 정치인 이낙연의 생명을 끊는데 주력하겠다고 메가톤급을 폭탄을 던졌습니다.

본래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고 자유로우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분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정치적 의미나 비중이 실렸던 것 또한 사실이고, 공개적으로 문재인 정부 지지를 선언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낙연 캠프에서 맞대응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좀 지나치게 갔다고 보는데, 계산된 발언 아니겠습니까?

김능구: 제가 볼 때는 이재명 후보나 캠프와 조율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본래 자기 스타일로 이야기한 것 같고 그래서 너무 나갔다. 정치는 선을 지키는게 중요한데 너무 나갔다는 겁니다. 친일 프레임에 대한 비판이나, 사과요구는 할 수 있지만, 이낙연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는 부분은 아니라고 봐야죠. 여기까지 나감에 따라서 사안의 의미가 달라지고 부정적으로 보이게 되는데, 제가 볼 때는 시간의 문제지 자진 사퇴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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